'친서외교' 싱가포르·하노이 불쏘시개…3차 만남도 임박?

[the300][런치리포트-친서외교]② 김정은-트럼프 친서, 1·2차 회담 ‘마중물’...노딜 후 4개월, 대화 재개될듯

최태범 기자 l 2019.06.24 17:3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미관계가 고비를 겪을 때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돌파구를 마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1일(현지시간) 공개한 친서외교 재개 이후 북미 대화 불씨가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다.

김 위원장은 지난 23일 북한 매체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답신 성격의 친서를 받은 사실을 대대적으로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훌륭한 내용이 담겨 있다”며 만족을 표시하고 “흥미로운 내용을 심중히 생각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정상의 친서가 오고간 뒤에는 의미 있는 후속 움직임들이 이어졌다. 김 위원장의 첫 번째 친서는 지난해 6월 1일 백악관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전격 발표한 직후다.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를 전달받은 뒤 예정대로 정상회담을 열겠다고 밝혔다. 위기에 빠진 북미 정상회담의 불씨를 다시 살리는 데 친서가 큰 역할을 한 셈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7월 6~7일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손에 두 번째 친서를 들려 보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놓고 ‘빈손’ 논란이 불거졌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7월 12일 친서를 공개하며 북미협상의 끈을 유지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7월 27일 정전협정일에 맞춰 미군 전사자 유해 55구를 송환하는 과정에서 친서도 함께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한 세 번째 친서는 북미협상의 교착 국면에서도 정상간 신뢰를 재확인하기 위한 의도로 분석됐다.

백악관은 지난해 9월 10일 김 위원장의 네 번째 친서를 공개했다. 김 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요청했고 관련 일정을 양측이 조율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취소 등 악화하던 북미관계는 다시 해빙기를 맞았다.

김 위원장의 다섯 번째 친서는 지난해 유엔총회 때 공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9월 26일 유엔총회 계기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면서 양복 안주머니에서 김 위원장의 친서를 꺼냈다. 그러면서 ‘예술작품’이라고 극찬했다.

여섯 번째 친서는 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를 발표한 다음 날인 1월 2일 공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친서를 꺼내들고 “또 하나의 회담을 가질 것”이라며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시사했다.

일곱 번째 친서는 지난 1월 18일 백악관을 찾은 김영철 부위원장이 들고 왔다. 친서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2월 5일 미 연방의회 신년 국정연설에서 김 위원장과 2차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1차 때와 마찬가지로 2차 회담도 친서가 ‘마중물’ 역할을 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7일 백악관 인터뷰 당시 김 위원장에게서 받은 친서를 꺼내 "어제 받은 생일축하 편지"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약 1주일 전 공개한 김 위원장의 친서와 동일한 편지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두 정상이 최근 교환한 친서는 지난 2월 말 '하노이 노딜' 이후 정상 차원의 소통 재개를 의미한다. 이를 계기로 3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28~29일 오사카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와 오는 29일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북미 실무협상이 재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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