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트라우마', 김정은이 文 '북유럽 제안' 안받은 이유

[the300]관심은 '애프터 G20'에…靑 "물밑에서 지금도 활발히 접촉"

최경민 기자 l 2019.06.25 18:12
【하노이=AP/뉴시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월28일(현지시간)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의 단독 회담을 마치고 회담장 주변을 거닐며 얘기하고 있다. 2019.02.28.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5일까지 문재인 대통령의 '6월 남북 정상회담' 제안을 받지 않았다. '최우선 과제는 미국과 협상 재개'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9~16일 북유럽 순방 기간 동안 김 위원장을 향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29~30일) 전 남북 정상회담을 공식 제안했다. 비핵화에 대한 김 위원장의 의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전해주겠다는 의도였다.

문 대통령의 '북유럽 제안'은 사실상 무산됐다. 문 대통령은 26일 모하메드 빈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정상회담을 가진 후 27일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 참석 차 일본 오사카로 향한다.

김 위원장의 갖고 있는 '하노이 노딜'의 트라우마가 읽힌다. 미국과 협상의 진도를 빼지 않고서는 경제개발과 체제보장을 얻기 힘들다는 것이다. 

협상이 '하노이 노딜'에 머물러 있는 한, 문 대통령과 만나봐야 얻을 실익이 적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재개에 있어서도 우리 측은 "북미 협상의 진전이 있을 때"를 전제로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외교전을 앞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평양에서 만난 것도 '북미 직거래'를 의식한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무역부터 안보까지 G2(미국·중국)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가장 손쉽게 후견인으로 내세울 수 있는 카드가 중국이다.

그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과 친서를 주고 받는 '밀당'의 기술도 발휘했다. "미국과 협상을 원하지만, 여차하면 중국에 붙을 수도 있으니, 이번에는 꼭 딜을 하자"는 신호인 셈이다. 

특히 문 대통령의 '북유럽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협상 재개를 앞두고 김 위원장 자신의 패를 보여주는 격이 될 수도 있었다. 문 대통령은 스웨덴 의회 연설에서 김 위원장이 '하노이 노딜' 당시 영변 핵시설 폐기를 들고나왔던 것에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만약 김 위원장이 이번에 문 대통령과 만남을 가졌다면 이같은 '영변 플러스 알파'에 대한 의지를 직접적으로 표명했다는 것으로 해석 가능했다. 

김 위원장의 북유럽 제안 거절, 시진핑 주석의 방북, 그리고 북미 정상 간 친서 모두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북미 협상 재개다. 청와대가 "남북 정상회담 보다 중요한 것은 한반도 비핵화"라고 밝힌 측면에서 분명 긍정적이다.

하지만 비핵화 협상에서 우리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점은 아픈 지점이다. 한반도 문제의 당사국인 대한민국의 입장이 빠진 채 진행되는 비핵화 협상은 이로울 게 없다. G20 정상회의에서 중·러의 정상과 회담을 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마주할 문 대통령의 최대 숙제가 될 것이다.

'하노이 노딜'을 극복하길 바라는 김 위원장과 북측의 입장을 최대한 이용할 필요가 있다. DMZ(비무장지대) 방문까지 검토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에서 어떤 구상을 피력할지에 북측의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남북 채널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든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파악하려 들 것이다.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공개 메시지를 쥔 채, 김 위원장을 '원포인트 남북 정상회담'으로 유도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핵협상의 중재·촉진자로의 위상을 단번에 회복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DMZ에서 북미의 정상, 혹은 남북미의 정상이 한 자리에 모인다면 가장 놀랄 만한 이벤트가 될 것이다. 일단 청와대와 백악관은 "계획이 없다"며 톤다운에 들어갔다. 지금으로는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평가지만, 외신에서는 꾸준히 관련 보도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도 G20 정상회의 이후 남북관계 대응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공개하지 못할 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 물밑에서 지금도 (접촉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며 "계속 움직이고 있는 중이다. 대북채널을 통해 북한과 소통은 계속 원활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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