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김여정', 北 권력 무게·역할 '격상'…'지도자급' 표현 해프닝까지

[the300]시진핑 방북 과정서 건재한 위상 드러내…국정원 "무게 올라간 역할 조정 있어"

조철희 기자 l 2019.06.26 05:30
(하노이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28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단독회담 중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2월 '하노이 노딜' 북미정상회담 이후 '근신설'에 휩싸였던 김여정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활발한 대외 행보를 재개하며 국제사회에 건재함을 드러냈다. '지도자급 격상'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위상 평가가 높은 만큼 향후 남북·북미 관계 등에서의 그의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

지난해 남북·북미 정상회담 때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지근거리에서 밀착수행하며 국제사회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김 부부장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나면서 위상 추락 가능성이 감지됐다. 실제로 지난 4월12일 최고인민회의 참석을 마지막으로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잠시 감췄고, 이후 2선 후퇴설과 근신설, 건강이상설 등이 돌았다.

그러나 지난 3일 김 위원장이 참석한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인민의 나라' 개막 공연 주석단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논란이 점점 진화됐다. 지난 12일에는 김 위원장이 고(故) 이희호 여사 장례위원회에 보내는 조의문과 조화를 판문점 통일각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에게 전달하며 '대남 메신저' 역할도 톡톡히 했다.

이에 더해 지난 20~2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기간 동안 북한 권력서열 2위인 최룡해 상임위원장, 외교담당 부총리급인 리수용 부위원장 등과 대등한 위상으로 일정에 나서면서 그에 대한 관측은 완전히 반전됐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이혜훈 의원은 25일 오전 국가정보원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고 언론에 일부 내용을 전했다. 이 의원은 "김 부부장의 무게가 올라간 역할 조정이 있는 것"이라며 "지도자급으로 격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 의원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표현'을 정정했다. 그는 "어떤 분이 내게 '북한에서 지도자는 김 위원장 한 사람 뿐인데 김 부부장이 김 위원장급으로 올라갔다는 것이냐'고 질문한 순간 북한의 실상과는 맞지 않았음을 알아차렸다"며 "지위가 높아졌다는 표현을 우리식으로 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고 했다.

김 부부장이 지난해 특사로 방한한 적도 있고, 북한의 '로열패밀리'로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의 큰 관심을 받다보니 '지도자급 격상'이라는 해프닝까지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김 부부장이 그간 담당했던 김 위원장 의전 관련 업무는 현송월 삼지현관현악단 단장 겸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대신해 맡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부부장의 위상이 건재한 반면 북미 협상 고위급 대표였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경우 예상대로 "위상이 떨어졌다"고 국정원은 평가했다. 김 부위원장은 시 주석 방북 환영행사엔 등장했지만 정상회담에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북한 실정을 감안했을 때 '지도자급'까지는 아니지만 김 부부장의 무게는 확실히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도 평양국제비행장에서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급 인사들과 함께 시 주석을 영접한 것 등을 위상 격상의 근거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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