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넘어가도 될까요?"…북한 땅 밞은 트럼프 대통령

[the300]김정은 위원장 "넘어오시면..." 초청…10m 넘게 걸어간 뒤 "베리굿"

이재원 기자 l 2019.06.30 17:1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후 판문점을 방문해 북측에서 악수를 나눈 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남측으로 넘어오고 있다./사진=뉴스1(로이터)


"내가 넘어가도 됩니까?"(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한 발자국만 오시면..."(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역사상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은 현직 미국 대통령이 됐다. 그것도 '살짝' 넘은 것이 아니라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10미터(m), 트럼프 대통령의 성큼성큼 걷는 보폭으로도 열여덟 발자국 가량을 넘어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30일 오전 한미정상회담 후 DMZ로 이동,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3시44분쯤 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와 군사분계선으로 걸어 내려갔다. 트럼프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내자 북측 판문각에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걸어나왔다.

김 위원장의 뒤로는 현송월 노동당 부부장 등의 모습도 보였다. 김 위원장보다 먼저 출발한 트럼프 대통령이 분계선에 도착했고,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 보다 10초 가량 늦게 분계선에 도착했다. 먼저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맞이하는 모습으로 둘은 인사를 나눴다.

악수를 나눈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내가 이 선을 넘어도 되느냐"고 물었고, 말을 마치기 무섭게 김 위원장은 "한 발자국만 넘으면 이쪽(북측) 땅을 밟는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 되신다"고 '초청'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양 팔을 크게 한 번 벌리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0일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뉴스1(AFP)


경계석을 밟고 분계선을 넘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어깨를 툭툭 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일종의 친근감 표시로 해석된다. 이내 둘은 나란히 북측으로 향했다. 약 10m 가량을 걸어가 판문각 앞에서 멈춘 두 정상은 마주본 뒤 다시 한 번 악수를 나눴다. 이 공간엔 북한 기자들만 근접 취재가 허용됐다. 미국 측 경호원들은 판문점 건물 뒤편에서 대통령을 경호했다.

두 정상은 오후 3시47분쯤 다시 판문각에서 남측으로 향했다. 분계선을 넘기 직전에도 잠시 멈춰 포토타임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곳에서 "베리 굿"이라고 재차 만족감을 드러냈다. 일부 북측 기자들이 앞을 가로막자 외신 기자들이 소리를 지르며 "나오세요!"(clear!)"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두 정상은 "이제 됐습니다"라는 북측 기자의 메시지가 있은 뒤에야 남측으로 다시 넘어왔다.

분계선을 넘은 두 정상은 또다시 10m 가량을 걸어 오후 3시51분쯤 남측 자유의집 앞에 도착했다. 이때 문 대통령이 자유의집 문을 열고 내려오면서 세 정상이 역사적인 '3자 회동'을 가졌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만 자유의집 2층에 마련된 회담장으로 향했다. 문 대통령은 별도 대기실에서 두 정상을 기다렸다.

성조기와 인공기가 번갈아 걸린 회의실에 앉은 김 위원장은 "사전에 합의된 만남이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는데, 나도 깜짝 놀랐다"며 이번 만남이 사전에 계획되지 않음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SNS를 통해 메시지를 보냈는데 답이 오지 않았으면 민망할 뻔 했다"고 회담 성사에 대해 말했다.

이후 두 정상은 오후 3시54분부터 회담을 시작해 오후 4시51분까지 약 한시간 가량 회담을 가졌다. 이후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함께 자유의집을 나와 김 위원장을 배웅하며 회담을 마무리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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