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선거관리위원회? 선거해석위원회!

[the300]선거법 포괄적 정의에 선관위만 바라보는 정치권

조준영 기자, 김평화 기자, 이의진 인턴기자 l 2019.07.11 06:01
①"어머니 팔순인데…" 한달에 30번, 선거법해석만 하는 선관위

"악수해도 될까요"
"어머니 팔순잔치 열어도 될까요"
"드론으로 선거운동 해도 될까요"

실제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유권해석을 요청한 질문들이다.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를 선거운동으로 규정한 공직선거법의 포괄적인 조항의 영향이 크다. 

유권해석은 국가 또는 법을 해석할 권한이 있는 기관이 한 법해석을 말한다. 공적구속력을 가지기 때문에 국회의원 뿐만 아니라 기관·단체장, 후보자, 정당들 모두 정치적 행위에 앞서 선관위에 선거법 위반여부를 묻는다. 시시콜콜해보이는 행위들도 선거법 위반시 의원직박탈 등 처벌강도가 높기 때문이다.

선거의 공정한 관리를 위해 1963년 창설된 선관위가 선거해석위원회로 전락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선관위의 유권해석 실태를 정리했다.



◇한달에 30건 해석하는 선관위…'기관·단체' 480건으로 최다=선관위가 윤재옥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제출한 '서면질의처리현황'(2016년 1월1일~2019년 6월24일) 통계를 보면 선관위는 약 4년6개월동안 총 1252건의 유권해석을 처리했다. 한달에 약 30건으로 매일 1건 꼴이다.

구체적으로 △2016년 331건 △2017년 385건 △2018년 400건 순으로 처리건수는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16년 4월 국회의원총선거, 2017년 4월 재보궐선거, 2018년 6월 지방선거 등 선거직전엔 60건을 상회할 정도로 유권해석 요청이 빗발쳤다.

질의자는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한 '기관·단체'가 480건으로 가장 많았다. △국회의원 415건 △정당 182건 △일반인 166건 △후보자 13건 △시·구의원 각 1건이 뒤를 이었다.

유권해석 질의가 늘어나는 데 비해 유권해석 주무부서인 선관위 해석과 인원은 △2016년 14명 △2017년 13명 △2018년 10명 △2019년 10명으로 매년 줄어들었다. 2018년 조직개편으로 5계였던 해석과가 4계로 줄었들었고 나머지 1계는 전화·인터넷·방문 질의를 처리하는 선거안내센터로 전환되면서다. 

유권해석 1건에 평균 7.4일이 소요되는 등 해석과 인원이 줄어들면서 업무부담도 늘어났다. 다만 선관위는 변호사 출신 사무관을 2018년 2명에 이어 1명을 더 추가하면서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유권해석 질의도 '각양각색', '너무' 디테일한 선관위 답변=선관위가 1252건의 서면처리건 중 윤재옥 의원실에 제출한 10건의 해석현황을 살펴보면 '각양각색' 질문들이 이어졌다. '국회의원의 모친 팔순잔치 개최', '팟캐스트 출연' 등 주제도 다양했다. 선관위는 개별질의마다 세밀한 답변을 내놓았지만 추가적인 해석이 필요한 모호한 답변들도 상당수였다.

박덕흠 자유한국당 의원은 2016년 1월 국회의원의 악수와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여부 검토요청의 건'을 선관위에 질의했다. 

이에 선관위는 "국회의원이 그 지위에 걸맞은 행사에 참석해 의례적인 인사를 하는 것은 무방할 것"이라면서도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초청을 받지 않거나 방문한 적이 없던 행사에 계속적으로 방문해 참석 선거구민을 대상으로 일일이 악수를 나누는 것은 행위양태에 따라 공직선거법 제254조에 위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계속적 방문', '행위양태' 등 선관위의 추가적인 해석이 필요한 답변이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대 국회의원이던 2016년 2월 팟캐스트 '파파이스'에 국회의원이 출연하는 것과 관련해 선관위 해석을 요청했다. 정 의원은 당시 20대 총선에 도전하기 위해 예비후보자 신분이었다.

선관위는 "예비후보자인 국회의원이 팟캐스트에 출연해 정치평론 수준의 발언을 하는 게 소속 정당의 정강·정책이나 예비후보자의 정견 그 밖의 사항을 알아보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에는 다른 법률 등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한다"면서도 "공직선거법상 제한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가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열흘 앞둔 지난해 6월3일 서울 청계천 모전교에서 광통교 구간에 ‘6. 13 아름다운 지방선거 조형물’을 설치해 시민들의 선거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사진=임성균 기자


비례대표인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은 '모친 팔순잔치 개최'에 관해 질의했다. 선관위는 "잔치에 선거구민을 초청해 음식물 등을 제공하는 경우에는 공직선거법 제113조에 위반될 것"이라며 "다만 국회의원을 제외한 다른 형제가 선거와 무관하게 모친의 팔순잔치를 개최하는 것은 무방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 또는 그 소속 정당의 명의를 밝히거나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자 또는 그 소속 정당이 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음식물 등을 제공하는 경우에는 같은 법 제114조에 위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지난 20대 총선 당시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야권단일후보', '야권연대후보' 등 문구를 놓고 선관위의 위법여부를 묻기도 했다. 2016년 3월 당시 안철수·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당시 민주당과 정의당이 두 당간의 야권연대를 '야권단일후보'로 칭하는 것이 사실에 부합하는지에 대해 질의했다. 선관위는 "정당지지율 15%내외인 국민의당이 지지율 2위를 기록하고 있다"며 "'야권단일'이란 말은 야당과 그 세력들이 모두 연합해 하나로 됐다는 사전적 의미로 '연대' 등과는 구분돼 허위사실에 해당함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비례대표인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은 '모친 팔순잔치 개최'에 관해 질의했다. 선관위는 "잔치에 선거구민을 초청해 음식물 등을 제공하는 경우에는 공직선거법 제113조에 위반될 것"이라며 "다만 국회의원을 제외한 다른 형제가 선거와 무관하게 모친의 팔순잔치를 개최하는 것은 무방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 또는 그 소속 정당의 명의를 밝히거나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자 또는 그 소속 정당이 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음식물 등을 제공하는 경우에는 같은 법 제114조에 위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지난 20대 총선 당시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야권단일후보', '야권연대후보' 등 문구를 놓고 선관위의 위법여부를 묻기도 했다. 2016년 3월 당시 안철수·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당시 민주당과 정의당이 두 당간의 야권연대를 '야권단일후보'로 칭하는 것이 사실에 부합하는지에 대해 질의했다. 선관위는 "정당지지율 15%내외인 국민의당이 지지율 2위를 기록하고 있다"며 "'야권단일'이란 말은 야당과 그 세력들이 모두 연합해 하나로 됐다는 사전적 의미로 '연대' 등과는 구분돼 허위사실에 해당함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그러자 같은해 4월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선관위에 야권단일후보라는 표현 대신 △야권연대후보(민주당+정의당) △야권연합후보(민주당+정의당) △민주당+정의당 단일화 후보자 등의 표현을 사용할 수 있는지 질의했다. 선관위는 "두 당이 공식적으로 야권연대를 통해 후보단일화에 합의한 경우라면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무방하다"며 "다만 양당의 공식적 합의에 따라 선거구를 단일화한 사실이 없음에도 해당 표현을 사용하면 공직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 12월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종민 소위원장의 주재로 최근 5당이 합의한 선거제 개편 등의 안건을 논의하기 위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제1소위원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②선거운동 규제,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로"…여야 공감

현행법에 따르면 선거운동에서 하면 안 되는 게 너무 많다. ‘되는 것’ 빼고는 다 안 되는 ‘포지티브’ 방식이다. 선거철마다 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자들의 유권해석 문의가 빗발치는 이유다.

정치권은 여야할 것 없이 문제가 있다며 인식을 같이한다. 현행 선거법과 반대로 ‘안되는 것’ 빼고는 다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선거법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선거법을 다루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다룬다. 최근엔 선거제 개편 등 굵직한 이슈들에 밀려 논의가 더디지만 지난해 말까지만해도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다.

지난해 12월19일 열린 정개특위 정치개혁제2소위원회에선 선거운동 규제 문제가 심층 논의됐다. 특히 사전 선거운동 허용 건이 화두였다. 선거일이 아닌 날에 말 또는 전화를 이용한 선거운동이나 명함을 배부하는 선거운동은 수시 허용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당시 회의에서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매수행위나 허위사실 유포가 아니면 개인생활과 공공생활에 대한 중대한 침해, 그 세 가지 정도를 제외하고는 선거운동이 자유롭게 허용돼야 한다”며 “이 세 가지 외 새로운 규제가 굳이 필요하다고 하면 더해가는 방식으로 발상을 전환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도 “선거운동은 현행 체제가 제약 조건이 많다는 인식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은 선거철이 아닐 때 선거운동을 허용하는 게 긍정적 정책 경쟁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김 의원은 “좋은 정책 경쟁을 하게 하면 정치가 활성화되는 것 아니겠냐”며 “(선거운동 규제를)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법 개정 의견을 내서 논의하면 큰 전환의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 선거운동 관련 규제를 완화할 경우 금권선거와 과열 경쟁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의견이 달라졌다. 이전까진 선관위가 유권해석 권한으로 생긴 ‘권력’을 놓기를 거부한다는 시각도 존재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법 해석은 시기와 방법, 대상, 상황에 따라 달리 판단할 수 밖에 없다”며 “케이스별로 다르기 때문에 일일이 유권해석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선거운동은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예외적 부분만 한해서 제한하는 쪽으로 전환하자는 입장”이라며 “선거운동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고 유권자의 의사표현도 자유롭게 하자는 개정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고 밝혔다.

여야와 선관위의 공감대가 형성된만큼, 남은 건 선거법 개정안 통과다. 정개특위 내 우선순위에 밀려 처리되지 않고 있는 법안들이 국회 본회의를 넘으면 보다 자유로운 선거운동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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