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불투명한 의원외교', 국회자문위 심의결과 비공개

[the300][런치리포트-의원외교인가 외유성 출장인가]①16일 자문위, 공개여부 두고 회의개최…의원반발에도 공개할까

조준영 기자 l 2019.07.15 19:01


지난 1월10일, 문희상 국회의장은 의회외교활동자문위원회(자문위)를 출범시켰다. 국회가 의회 외교 활동 심사를 위해 최초로 설치한 외부전문가 자문기구다. 국회의원의 외유성 출장 논란을 차단하고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였다.   

하지만 '투명'은 사실상 없던 일이 됐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 취재 결과 자문위는 의원들의 출장계획 승인을 위한 사전 검토 자료, 출장후 외교활동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성과평가 자료 등을 비공개하기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관련 자료를 국회사무처에 정보공개청구한 사례가 여럿 있었지만 모두 '비공개' 처리됐다. 

현재 국회사무처 홈페이지에는 의원 또는 의원단체가 출장후 한달(부득이한 사정으로 15일까지 연장가능)안에 국회에 제출한 활동경과보고서만 게시돼있다. 어떤 출장계획이 자문위 심의과정에서 탈락했는지, 조정했다면 어떤 이유에서 어떤 부분을 수정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의회외교활동자문위원회 사전검토 체크리스트 서식/자료=국회사무처 국제국


◇외부자문위원 9명, 의원외교 앞뒤로 자문활동=문 의장은 지난 1월 자문위원 위촉식을 갖고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 등 외부전문가 9인을 위원으로 위촉했다. 위원 대부분은 외교경험이 많은 외교관 출신이다. 심사과정의 중립성과 전문성을 강조했다.

자문위는 개별 의회 외교활동에 대한 사전심사를 실시한다. 의원실로부터 출장 한달 전 계획서를 전달받아 사전검토를 진행한 뒤 사실상 승인여부를 결정한다. 자문위는 △사전일정 조율(30%) △출장의 합목적성(30%) △대표단 구성·외유성 여부 등 절차적 사항(40%) 항목으로 구성된 '사전검토 체크리스트 서식'에 따라 개별 점수를 매겨 출장가능 여부를 검토한다.

자문위 이전에는 국회사무처 국제국과 의장실 등 국회 내부에서 심의가 이뤄졌다. 외부 자문위원들이 출장계획을 평가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게 국회 안팎의 평이다. 출장 신청건수의 절반 정도는 사전심의 과정에서 탈락하거나 일부 수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문위는 외교 활동 후에도 이를 종합적으로 평가한 성과평가도 진행한다. 근거규정인 '국회의원 외교활동 등에 관한 규정'에 구체적으로 명시돼있지 않지만 소관부서인 국제국은 분기별로 개별 외교활동을 묶어 평가를 진행한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의회외교활동자문위원회 위원들과 오찬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 의장은 최근 방미성과와 2019년 의회외교 중점 추진방향을 설명한 후 외유성 출장 근절하기 위해 철저하고 엄격한 사전 심사와 성과평가를 당부했다. (국회 제공) 2019.2.2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의원들 검열하라고 만든 자문위, 위원들이 자기검열한다?= 하지만 심사·평가 과정은 '깜깜이'다. 국회 사무처는 '비공개' 근거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9조 5항에 따른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을 든다. 심의 내용을 감사에 준하는 행위로 보고 이를 공개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자문위 차원에서 공개 여부에 대한 입장을 정하지 않은 것도 비공개의 근거다. 심의내용이 공개될 경우 관련 의원들의 반발에 따른 자문위원들의 활동 위축도 주요한 이유로 꼽힌다. 

현재 자문위는 월 1회 회의를 열고 의원외교 계획서를 심의한다. 보통 대표 의원실의 보좌진이 자문위 회의에 출석하는데 1시간가량 질의응답이 이뤄진다. 자문위에 출석한 경험이 있는 의원실 관계자는 "청문회보다 더 심하게 한다"며 "이 사업이 연속성이 있는지, 어떤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지 등 다양한 잣대를 (자문위원들이) 들이댄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엄격한 심의가 이뤄질 수 있는 배경에는 자문 활동이 '비공개' 된다는 데 있다. 구체적 자문내용과 해당 의원실이 언론 등을 통해 외부에 알려질 경우 지금과 같은 활동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목소리가 많다. 사전심의에서 탈락했다는 게 곧장 '외유성 출장'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의원들의 푸쉬(압박)이 많다보니 (자문위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도 있다"며 "정보공개결정은 사무처 소관이지만 당연히 자문위 의견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의원들의 외교활동을 스스로 점검하라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자문위가 활동 내용을 공개할 경우 역으로 자문위원들의 사전검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자문위와 국회사무처는 공개여부를 두고 고심 중이다. 자문위는 16일 열리는 회의에 사전검토·사후성과평가 내용공개의 건을 상정했다. 예민한 정보가 담긴 사전검토는 제외하되 사후평가내용을 공개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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