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쪽 편 들긴 어렵지만"…한일갈등 '관여' 동의

[the300]외교부 “미국 관여할 여건 형성, 언제 어떻게 할지는 지켜봐야”

최태범 기자, 오상헌 기자 l 2019.07.15 16:27
【대구=뉴시스】우종록 기자 = 6일 오후 대구 달서구 대천동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한 시민이 일본 경제 보복의 부당함과 일본 제품 불매 동참을 호소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019.07.06.wjr@newsis.com


일본의 수출규제 등 경제보복 조치로 악화일로인 한일관계와 관련해 미국 정부가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한 ‘관여’(Engage)의 필요성에 사실상 동의했다고 외교부 당국자가 15일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일본 경제보복 문제에 대한 한미간 의견조율을 위해 최근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윤강현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과 김희상 양자경제외교국장 등 정부 대표단의 방미 협의 내용을 전했다.

이 당국자는 “경제구조상 일본이 '전투'에서 이길 가능성은 높지만 '전쟁'에서 이기는 쪽은 없고 그 피해는 3자가 볼 수 있다고 미측에 얘기했다”며 “미측도 여기에 공감하고 관리모드에 들어갈 필요가 있다는데 대해 인식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게이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미측 인사들이 동의했다”며 “이미 여건은 다 형성된 것으로 보이지만, 언제 어떻게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이번주부터 일본 '추가 경제보복' 가능성

그는 “이번 주 18일과 21일, 24일 등 중요한 시점이 3개 있다. 일본이 요청한 3국 중재위 답변시한과 참의원 선거, 한국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제외 전 의견을 취합하는 시한”이라며 “이 기간 언저리에 일본의 추가적인 도발(보복조치)이 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참의원 선거 전에는 거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는 '긴장상태가 더 올라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미측에 설명했다. 미국이 관여해서 일본이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미측이 이런 우리 정부의 요청에 사실상 동의하면서도 “한국과 일본이 가장 가까운 동맹이기 때문에 한쪽 편을 들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중재'는 결과에 대한 구속성이 강하고 '조정'은 서로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조율하는 것이다. 미국이 이런 활동을 한다고 하기는 어렵다”며 “어느 한쪽 편을 들 수 없는 상황에서 미국이 인게이지(관여)해서 악화되지 않도록 하자는 선에서 논의한 것”이라고 했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가 지난 12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재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는 설명이다.

◇美 “한미일 안보협력 해치면 안돼"…中이득 경계

외교부 당국자는 아울러 “현재 경제 분야의 갈등이 '어떤 경우에도 안보 분야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 한미일이 지켜온 안보협력을 해치는 경우는 절대 있어선 안 된다'는 게 미국의 핵심 반응이었다”고 소개했다.

미국은 한일 무역분쟁이 중국의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국자는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 데 대해 한미일 누구도 승자가 아니고 엉뚱한 3자가 이득을 볼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해 미국도 큰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국이 ‘메이드 인 차이나 2025(중국제조 2025)’를 추진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반도체”라며 “반도체 생태계가 흔들리게 되면 미국의 특정 일부 업체에 이득이 있을 수 있지만 미국 전체적으로는 득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美,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금액에도 관심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이 강제징용 배상 규모가 얼마 정도 되는지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며 “미측은 하루치 한국의 대중 무역수지 흑자, 이틀치 대일 무역적자 금액으로 배상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놀라워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이 정무적 사안(강제징용 배상판결)의 해결을 위해 경제적 조치를 동원했다는 점에 (미측이) 굉장히 주목하고 있다”며 “정무적 문제 해결에 경제적 조치를 동원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도 다음달 차질 없이 연장돼야 한다는 입장을 표했다고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측에서 GSOMIA 같은 것이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언급이 있었다”고 전했다.

일본은 이번 경제보복의 이유에 대해 미측에 뚜렷한 설명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 당국자는 “일본은 우리의 설명 요구에 (답을) 못하고 있다. 미국도 굉장히 궁금해하고 있다. 미국도 모르겠다고 한다. 주미 일본대사관 측도 미국에 설명을 못한 상황”이라고 했다.

◇“수출시스템 국제검증 받겠다”…日 회피

정부는 일본이 문제 삼은 ‘수출통제 시스템’과 관련해 국제적인 검증을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일본은 이에 대해 ‘한국이 사안의 본질을 모른다’는 식으로 우리 측 제안을 에둘러 회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는 다 오픈하고 독립적 조사를 받아 문제가 있다면 고칠 용의가 있다. 책임자도 엄정한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며 “그렇게 하니 일본은 한국이 사안의 본질을 모르고 있다고 반응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통합대응반’을 통해 일본 경제보복에 대한 대내외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과 관련 실국에서 함께 대응하는 통합대응반을 임시적으로 구성해 정부 내부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긴밀히 조율하고 있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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