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국 중재위 '신중검토→수용불가'…ICJ도 거부 '강경론'

[the300][런치리포트-최악의 한일갈등]② '3국 중재위' 수용 불가 '강경'....日, ICJ 제소 등 추가조치 나설듯

최태범 기자 l 2019.07.17 18:01
【뉴욕=뉴시스】박진희 기자 = 제73차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오전 파커 뉴욕 호텔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한일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18.09.25. pak7130@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정부는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일본이 18일을 기한으로 제시한 제3국 중재위원회 설치 요구에 ‘수용 불가’ 방침을 분명히 했다. 다음 수순으로 국가간 분쟁을 다루는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를 추진할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는 ICJ에도 응하지 않을 전망이다.

17일 청와대와 외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일본이 한일 청구권협정 3조 3항을 근거로 18일까지 대답해 달라고 요구한 3국 중재위 설치에 답변을 주지 않기로 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명쾌하게 결론이 난 것 같다”며 “(일본 측에) 특별한 답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그간 중재위 수용 여부 대해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는 외교적 수사로 즉답을 피해왔다. 청와대가 ‘수용 불가’ 입장을 못 박은 것은 일본의 경제보복이 철회되기 전까지 대일(對日) 강경기조로 대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전날 아프리카 3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뒤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본이) 취한 조치부터 철회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 입장을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면밀히 시나리오별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정부의 기본 입장은 우리가 제안한 방안에 대해 일본이 협의에 나서주길 바라는 것"이라며 지난달 19일 일본에 제안한 ‘한일 기업의 자발적 출연금을 통한 피해자 위자료 지급’ 방안(1+1안)의 수용을 다시 촉구했다. 

◇정부, 사법부 판단 존중…당사자간 해결이 최우선

【싱가포르=뉴시스】배훈식 기자 = 2018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중인 강경화(왼쪽) 외교부 장관이 2일 오후 싱가포르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양자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18.08.02. phot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정부는 일본이 1+1안을 받아들이면 청구권협정 3조 1항에 따른 ‘양자 협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양자간 외교적 협의는 일본이 지난 1월 먼저 요구했던 안이다. 한일 청구권 협정은 분쟁 발생시 해결 절차로 1단계(양자협의), 2단계(양국 중재위), 3단계(3국 중재위)의 단계적 해결을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다시 1단계로 돌아가자고 제안한 것은 격화된 갈등을 진정시키고 소송 당사자간, 즉 강제징용 피해자와 일본 기업의 화해를 통해 문제의 해법을 찾으려는 목적에서다. ‘사법부 판단을 존중한다’는 정부의 기본입장에서 출발한다.

정부가 3국 중재위에 응하지 않는 건 외교적 해결과 대화의 여지를 남겨두려는 목적도 있다. 중재위가 구성된 이후에는 정부 차원에서 협상으로 풀 수 있는 영역이 사실상 사라지기 때문이다. 한국에 불리한 중재 결과가 나오더라도 정부 입장에서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

중재위 결론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독도 등 한일간 다른 역사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범국 일본에 대한 국제사회의 부정적 인식에도,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현실 국제정치의 역학구도상 일본에 유리한 결론이 나오는 상황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부가 중재위가 아닌 양자 협상의 영역에서 강제징용 문제를 다루려는 배경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정부가 제안한 '1+1안'은 최종안이 아니라며 다양한 해법을 찾기 위해 협의의 문이 열려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여러 제안들을 한꺼번에 테이블에 올려놓고 그것을 토대로 협의해 가자는 취지로 1+1안을 제안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일본은 1965년 체결한 한일 청구권 협정을 근거로 한국 정부가 사법부 판결의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라"며 철회를 압박하고 있다. 답을 정해 놓은 셈이어서 협상으로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 지난달 19일 우리 정부의 1+1 제안을 1시간도 안 돼 거절했고, 지난달 말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는 한일 정상회담을 거부했다. 지난 1일에는 대한(對韓) 수출규제 강화조치까지 발표했다.

한국을 안보상 우호국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의견 수렴 절차도 24일까지 진행한다. 추가 보복에 더해 ICJ 제소까지 추진하면 바닥까지 떨어진 한일관계는 더 깊이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 조만간 진행될 우리 법원의 일본기업 압류자산 매각도 한일 관계의 확전 여부를 가를 중요 포인트다.

◇국제 여론전 노린 일본의 ICJ 카드

【도쿄=AP/뉴시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2일 사학스캔들 관련 문서조작 파문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총리관저에 도착하는 아베 총리 모습. 2018.3.12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일본은 ICJ 제소로 유리한 국제여론 조성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이 청구권협정상 분쟁 해결절차인 외교 협의→중재위→3국 중재위 등 조약에 따른 해법을 모두 거절했다며 "ICJ에서 시비를 가릴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본의 제소만으론 소송 개시 효력이 없다. 한국이 ICJ에 가입해 있지만 규정 36조 2항의 ‘강제관할권’은 채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도 ICJ 제소의 실효성보다는 국제사회를 통한 여론전과 국내 정치적 활용에 속셈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일본의 ICJ 제소에 동의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반대 측은 국력의 차이로 한국에 불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재판에서는 실체적 진실의 발견보다는 재판관 구성이나 법정기술 등에서 승패가 결정될 수 있어서다. 

반면 찬성 측은 ICJ 판단에 맡김으로써 갈등의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ICJ 공동제소를 지속 주장해온 이원덕 국민대 교수(일본학과)는 “피해자 구제 방법에 초점을 맞춰 판결을 받아보자는 것”이라며 “ICJ에 회부되면 부분 승소, 부분 패소로 결론이 예상된다. 최종 결론이 나오기 전에 양국이 화해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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