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응' 후 '대화' 카드…아베는 文이 만든 출구로 나올까

[the300]日에 "선을 넘지 말라" 당부…"창의적 해결책 찾자" 제안

최경민 기자 l 2019.07.17 17:46
【오사카(일본)=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일본 오사카 국제컨벤션센터 인텍스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2019.06.28. pak7130@newsis.com



정부가 일본 문제의 해결 방법으로 '대화'를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직접 '강대응' 기조를 천명한 직후 유화적인 메시지를 보내며 사태의 봉합을 촉구한 것이다. 한미일 공조와 글로벌 밸류체인이라는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명분을 앞세우면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출구'도 마련해줬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외신기자들과 간담회를 통해 '대화를 통한 일본 문제 해결'을 전면에 내세웠다. "건설적인 제안에 열려있고, 융통성을 발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언제든 중재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한일 양국 간 '강대강' 구도로 가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일본이 우리경제의 한단계 성장을 가로막았다"며 "일본에 더 큰 피해가 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전날에는 청와대가 일본이 제안한 강제징용 배상 3국 중재위원회, 한국 정부가 일정부분 배상을 책임지는 '2+1'안 모두에 대해 "불가하다"고 못박았다.

일본과 장기전도 대비하고 있지만, '외교적 해결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의 3국 중재위 제안을 공식 거부했기 때문에 18일 이후 후속 제재 및 화이트리스트 제외 등의 조치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는 시점이기도 하다. 정부는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으로 '버티기'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지만, 경제계가 타격을 받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제외할 것인가가 중요한 후속 이슈"라며 "제외를 한다면 우리가 그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도 엄청난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그 지점에 도달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본이 대화로 복귀해야 하는 이유로 한미일 3각 공조와 글로벌 밸류체인을 들었다. 일본이 과거사 문제와 경제 문제를 계속 연계한다면 반세기가 넘게 유지돼 온 한미일 공조 체제와 경제 의존 구조에 금이 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제사회에서의 신뢰를 강조하며 "돌이킬 수 없는 지점까지는 가지 말라"고 외교적 당부를 한 셈이다.

이같은 메시지는 미국을 향해 간접적으로 중재를 촉구한 것이기도 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일 간 경제문제와 그것이 3국 협력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상황이 악화될 경우 얼마나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에게 알렸다. 그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또 "(일본의 보복 대상인) 한국의 반도체 칩 제조업체들은 D램의 70%와 낸드플래시의 상당 부분을 생산하고 있다. 시스템 메모리는 물론 삼성전자의 텍사스 오스틴 영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한국 반도체에 의존하는 기업들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수십년 간 꽤 잘 작동했던 글로벌 밸류체인의 전체 시스템에 의문이 생기게 된다"고 힘을 줬다.

특히 우리 정부가 '대화'를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는 점은, 오는 21일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 이후 아베 총리에게 일종의 출구를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정부는 일본의 이번 조치에는 '정치적인 목적'이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적어도 참의원 선거 전까지 아베 총리가 '강 드라이브'를 유지할 것이 유력한 만큼, 그 이후를 대비한 출구를 마련해놓을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일단 정부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일본이 제안한 '2+1'은 불가하지만, 우리가 제안한 '1+1'(한일 기업들의 기금 조성)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뜻은 분명히 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화와 공동 협의라는 구조를 통해서 이번 문제가 해결이 됐으면 좋겠다.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것을 선호한다"며 "더 이상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지 않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논의할 수 있다. 건설적인 제안들에 열려 있으며,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아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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