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美우려한 "지소미아 재검토" 발언 왜 꺼냈을까

[the300] 日'화이트리스트' 강행시 폐기 가능성 경고...한미일 북핵공조 걱정 美엔 '적극역할' 메시지

오상헌 기자 l 2019.07.19 10:15
(서울=뉴스1) 이종덕 기자 =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일본 경제보복대책 당청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에서는 강기정 정무수석, 김상조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참석했고, 당에서는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이 참석했다. 2019.7.1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핵심 인사들은 지난주 워싱턴을 찾은 우리 정부 당국자들에게 "한미일이 지켜온 안보협력을 해치는 경우는 절대 있어선 안 된다"며 한일 갈등이 한미일 안보 동맹에 미칠 악영향을 가장 우려했다고 한다. 특히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이하 지소미아)에 대해 "흔들리면 안 된다"는 확고한 입장을 전달했다.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소미아 폐기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놨다.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회동에서다. 정 실장은 "지금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상황에 따라 재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일본이 안보 우호국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할 경우 지소미아 폐기로 맞대응해야 한다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발언에 대한 답변이었다.

정부는 일본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발표하고 내달 22일쯤 시행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지소미아 폐기로 맞대응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소미아는 유효기간이 1년이다. 정부가 올해 기한 만료 90일 전인 다음달 24일까지 일본에 협정 종료 의사를 서면 통보하면 폐기된다.

청와대는 전날 저녁 정 실장의 발언이 공개되자 "원론적인 발언이었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정치권과 외교가에선 청와대가 지소미아를 '전략적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의사를 공식화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본엔 추가 도발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를, 미국엔 한일 갈등의 외교적 해결에 적극 나서달라는 주문을 거듭 전달했다는 것이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도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일본에 분명히 경고했고, 미국에 대해서도 팔짱 끼고 볼 일이 아니다라는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가 지소미아 카드를 꺼내든 것은 한일 관계와 북핵 대응을 위한 한미일 안보 동맹 측면에서 군사협정 이상의 상징성과 중요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소미아는 한일 양국이 미국을 거치지 않고 북한 핵과 미사일 등의 2급 이하 군사비밀을 직접 공유하는 보안원칙이다. 광복 이후 한일이 맺은 첫 군사 협정으로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11월 체결됐다.

체결 과정에선 적잖은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과거사로 인한 한일 관계의 특수성 탓이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6월에는 밀실협상 논란과 반일 여론으로 체결 직전 무산됐다. 이후 2016년 체결 당시에도 과거사를 사죄하지 않고 '전쟁 가능한 국가'를 지향하는 아베 정권과 군사협정을 체결하는 데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했다.

지소미아 체결에는 한미일 안보 협력으로 북핵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는 미국 정부의 입장도 크게 반영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재임 시절 한일 양국에 협정 체결을 수차례 주문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지소미아가 흔들려선 안 된다는 원칙을 강조한 것도 재개를 앞둔 북미 비핵화 협상 국면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북중러 밀착 움직임에 대응하려면 한미일 협력은 필수다. 지소미아 폐기는 한미일 안보 동맹의 와해를 의미한다. 

이런 맥락에서 다음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한일 연쇄 방문이 성사될 경우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와 지소미아가 핵심 의제로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볼턴 보좌관은 일본을 먼저 방문한 후 23일쯤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 제외하기 위해 의견을 수렴하는 시한(24일) 직전에 이뤄지는 방일·방한이다. 

미 국무부는 18일(현지시간) 지소미아와 관련한 질의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며 검증 가능한 비핵화'(FFVD)를 달성하기 위한 공동 노력에서 중요한 수단"이라며 "연장을 적극 지지한다"고 답했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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