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이 주목한 '일본회의'…아베의 '종교적' 군국주의 의지

[the300]"아베-일본회의 전후체제 타파 공동목표…뿌리에 종교심이"

최경민 기자 l 2019.07.24 07:25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 

교도통신 서울특파원을 지낸 아오키 오사무 기자가 쓴 책인 '일본회의의 정체'를 보면 내릴 수밖에 없는 결론이다. 이 책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이후 대일 강경 메시지를 전해온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2일 수석보좌관회의에 들고 와 유명세를 탔다.

책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아베 내각의 '전쟁 가능 국가' 개헌 의지가 종교적인 믿음에 가깝다는 것이다. 아오키 기자는 군국주의를 꿈꾸는 아베 내각이 '종교적 우파단체'인 일본회의와 결탁해 일본의 민주주의 체제를 사멸의 길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일본회의는 1997년 결성된 조직이다. 우파단체인 '일본을 지키는 국민회의'와 '일본을 지키는 모임'이 합쳐진 것이다. 기본 운동 방침에는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신헌법"이 포함돼 있다. 천황 숭배, 전후체제 타파를 내세웠다. 2006년 탄생한 아베정권이 '전후체제로부터의 탈각'을 외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일본회의가 주최하는 국회의원간담회에 이름을 올린 참의원·중의원 수는 281명에 달한다. 그 중 자민당(중의원 185명, 참의원 61명)이 대다수다. 아베 총리를 비롯해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장관,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등이다. 제3차 아베 내각 20명 중 13명이 일본회의 국회의원간담회 가맹의원이다. 가입 지방의원 수는 1700명에 달한다.

아오키 기자는 "일본회의가 아베 정권을 좌지우지한다기 보다는 오히려 양자가 공감하면서 전후체제의 타파라는 공통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라며 "위로부터 권력행사(아베 정권)와 아래로부터의 풀뿌리 운동(일본회의)으로 오랜 비원을 실현하기 위해 나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가치 공유 시스템의 기반이 '종교적 믿음'이다. 일본회의를 지탱하는 주축 중 하나가 신궁을 본종으로 하는 신사본청이기도 하다. 일본회의를 구성한 한 축인 '일본을 지키는 모임' 부터가 종교적 색이 강하다. 우파 종교인 '생장의 집'의 교조인 다니구치 마사하루(1893~1985)가 여기에 포함됐었다.

다니구치는 "대일본 제국은 신국이며, 대일본 천황은 절대적인 신, 대일본민족은 그 적자"를 주장한 인물이다. 다니구치가 죽은 후 '생장의 집'은 정치권에 관여를 하지 않고, 아베 정권에도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으나, 다니구치의 사상을 신봉하는 이들은 일본회의의 주축이 됐다.

아오키 기자는 "이들의 뿌리에는 종교심이 있다. 어린시절부터 심어진 종교심은 쉽게 흔들리지 않고, 바꿀 수조차 없다"며 "포기하지 않고 믿는 바를 향해 오직 직진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 "일본회의를 비롯한 일본의 우파조직은 지금이야말로 오랜 비원을 실현할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천황을 절대시하고, 국민주권을 경시하며, 정교분리 원칙 등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며 "자민족 우월주의의 그림자마저 엿보인다. 이를 극우 초국가주의로 평가하는 것은 오히려 아주 자연스럽다"고 우려했다.

조 수석이 '일본회의의 정체'를 청와대 회의에 가져온 점에서, 청와대가 아베 정부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아베 총리는 '개헌'이라는 자신의 목표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루려고 할 게 유력하다. 아베 총리가 아니라 해도 '제2의 아베'가 또 나와서 종교적 신념을 추구할 수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를 겪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 머리가 아픈 부분이다. 외부의 적을 설정해서 개헌에 유리한 정치적 상황을 만드려는 시도가 계속 이어질 것이기 때문. 일본의 종교적 극우주의와 자민족 우월주의가 개헌을 거쳐 21세기판 '정한론(征韓論·한반도 정벌)'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일본의 경제 보복과 관련해 '정치적 의도'를 짚은 것, "절대 밀릴 수 없다"며 강대응을 천명한 것, "일본을 극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 모두 아베 정부에 대한 이같은 인식에서 출발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조국 민정수석이 2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 비서관·보좌관 회의에 지참한 "일본회의의 정체" 책자를 강기정 정무수석이 살펴보고 있다. 2019.07.22. pak713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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