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영공에 울린 360발의 포성…러 군용기, 7분간 침범(종합)

[the300]타국 군용기의 한국 영공 침범-경고 사격 첫 사례

최태범 기자, 권다희 기자, 최경민 기자 l 2019.07.23 17:12
【무르만스크=AP/뉴시스】러시아가 베네수엘라와의 합동 군사훈련을 위해 10일(현지시간) 전략폭격기 2대를 비롯한 군용기들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인근에 배치했다. 사진은 지난 2005년 8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탑승했던 TU-160 폭격기. 2018.12.11.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러시아와 중국의 군용기 5대가 23일 동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 진입했다. 특히 러시아 군용기 1대는 독도 영공을 2차례에 걸쳐 7분간 침범했다가 우리 군의 경고 사격을 받고 이탈했다. 타국 군용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러시아 A-50 조기경보통제기는 이날 오전 9시9분 독도 영공을 1차 침범한 뒤 3분 만인 9시12분 영공을 떠났다. 9시33분 다시 독도 영공을 침범했고, 우리 공군기가 출격해 경고사격을 하자 9시37분 영공을 빠져나가 북쪽으로 올라갔다.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 침범에 앞서 오전 6시44분 이어도 북서방에서는 중국 폭격기 H-6(훙식스) 2대가 KADIZ로 진입했다. 30분 뒤인 7시14분 이어도 동방으로 벗어나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으로 이탈했다.

이후 중국 폭격기는 JADIZ에서 비행하다 오전 7시49분께 울릉도 남방 약 76마일(약 140㎞) KADIZ로 다시 진입했다. 중국 폭격기는 8시20분 이탈해 8시33분 동해 북방한계선(NLL) 북쪽에서 러시아 폭격기 TU-95(투폴레프구십오) 2대와 합류해 기수를 남쪽으로 돌렸다.

8시40분 울릉도 북방 지점 KADIZ에 재진입한 중러 폭격기 4대는 9시4분 울릉도 남방에서 카디즈를 벗어났다. 중국 폭격기가 KADIZ에서 비행한 시간은 1시간 25분, 러시아 폭격기의 KADIZ 체공 시간은 51분이다.

독도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A-50 조기경보통제기는 앞서 KADIZ에 진입한 러시아 폭격기 TU-95 2대와는 별개로 동쪽에서 KADIZ에 진입했다. 러시아 조기경보기는 독도 영공 침범을 포함해 총 42분 동안 KADIZ에 머문 것으로 확인됐다.

◇軍, KADIZ 침범 포착 때부터 감시비행·차단기동

【서울=뉴시스】 지난달 30일 우리 공군 F-15K와 FA-50 편대가 64위 호국영웅의 유해를 봉환하는 특별 수송기가 우리 영공을 진입할 때부터 성남 서울 공항까지 호위하며 최고의 예우를 갖추고 있다. 2018.10.01. (사진=공군본부 제공) phot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우리 군은 제주 서남방 이남과 동해 NLL 북방에서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를 포착할 때부터 공군 F-15K와 KF-16 전투기 10여대를 긴급 투입해 전술 조치에 나섰다. 군은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에 대한 추적 및 감시 비행과 차단기동을 했다.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A-50 조기경보통제기에 대해서는 F-15K 전투기가 전방 1㎞ 거리로 총 360여발의 경고사격을 했다. 9시9분 A-50기가 1차로 영공을 침범했을 때 미사일 회피용 플레어(적외선 유도 미사일 교란용 불꽃) 10여발과 기관포 80여발을 경고 사격했다.

이후 9시33분 두 번째 침범 때는 플레어 10발과 기관포 280여발을 경고 사격했다. 합참 관계자는 "(러시아 조기경보기가) 일정한 고도와 속도로 비행했고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등 적대행위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공군 전투기는 KADIZ를 무단 침입한 중국 폭격기에 대해서는 20여회, 러시아 폭격기와 조기경보기에 대해선 10여회 등 총 30여회 무선 경고통신을 했으나 응답이 없었다고 합참은 설명했다.

중러 폭격기는 합동 훈련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동해 상공에서 합류해 비행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중러 간 비공식적인 합동훈련을 진행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외교부, 중러 측 초치해 엄중 항의…정의용 "재발시 강력 조치"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막심 볼코프 주한 러시아 대사대리가 러시아 공군 군용기가 영공을 침범한 것과 관련해 23일 오후 서울 외교부청사로 초치되고 있다. 2019.07.23. photo@newsis.com

외교부는 KADIZ 진입 및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침범 행위에 대해 이날 오후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와 막심 볼코프 주한 러시아 대사대리를 초치해 엄중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강력히 촉구했다. 마르첸코 주한 러시아무관과 두농위 주한 중국무관은 합참으로 초치됐다. 

특히 외교부는 볼코프 대사대리가 청사에 들어오는 시간을 공지하고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의 모두발언을 공개했다. 추 대사의 경우 별다른 사전 공지 없이 비공개로 윤 차관보를 만난 뒤 돌아갔다. 영공 침범과 KADIZ 침범의 엄중성이 다른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이날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연방안보회의(FSC) 서기에게 강력 항의했다. 정 실장은 "우리는 이 사태를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으며 이런 행위가 되풀이될 경우 훨씬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러시아 측은 자국 군용기가 한국 영공을 수차례 침범했다는 한국군 발표를 부인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성명에서 "한국 전투기가 러시아 항공기를 위협하는 위험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며 오히려 자국 군용기가 위협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 조종사들이 러시아군의 중립 수역 상공 비행을 방해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국 조종사들이 러시아 폭격기와 교신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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