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한일 관계 '밸류체인'에 주목해야"

[the300][더리더 국회in]이종구 국회 산자위원장 인터뷰

강주헌 기자, 김민우 기자 l 2019.07.29 07:30

이종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 /사진=홍봉진 기자

"일본이 잘 했다고 편을 드는 사람이 누가 있나. 외교적으로 차분하게 문제를 풀어가자는 사람들을 친일파 운운하면서 국민을 선동하고 있는 것이 문재인 정부다"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에 정부 대응과 관련해 이종구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위원장(자유한국당 의원)의 진단이다. 이 위원장은 "국민들을 분열시키고 내 편 네 편을 가르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표가 될 수도 있다"며 "그러나 사회 전체적으로는 너무 많은 비용을 발생시켜 결국은 국민들의 심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문재인 정부가 명심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좀 더 실효성 있는 대책에 주목한다. 이 위원장은 이번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서 '글로벌 밸류체인'(global value chain)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밸류체인으로 세계가 엮여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소재와 부품을 수입해 반도체나 자동차를 만드는 밸류애디드(value Added)를 통해 미국이나 중국에 수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글로벌 밸류체인'은 제품의 설계, 부품과 원재료의 조달, 생산, 유통, 판매에 이르기까지 각 과정이 다수의 국가 및 지역에 걸쳐 형성된 글로벌 분업체계를 뜻한다.

 

이 위원장은 "자유무역은 서로 이익을 본다. 부품소재를 수입하지 못하면 저쪽에서도 수출을 할 수 없어 손해"라며 "우리나라가 일본 등으로부터 발생하는 무역 적자만 살펴볼 게 아니라 어떤 나라로 수출해 어떻게 흑자로 이어지는지 등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대응을 체계적으로 해야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 위원장은 "강대강 구도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우리 기업들과 결국 우리 국민들"이라며 "청와대와 여권에서는 국채보상운동이나 의병봉기론을 내세우는데 국채보상은 누가 하고 전쟁터에 나간 것이 누구였는지를 유념해야 한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이달 5일 20대 국회 마지막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에 선출됐다. 산자위는 산업 및 통상, 에너지, 서민 경제 등 실물경제를 관장하는 경제 분야 핵심 상임위이다.

 

올해 들어 패스트트랙 정국 등 여야 대치 상황이 지속되며 초래된 국회 파행으로 회의가 열리지 않아 약 830건의 법안이 계류돼 있었다. 한국당은 상임위 회의 때 새로 취임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패싱'하고 대신 차관에게 질의하려고 벼르고 있었다.

 

이 위원장은 "서민경제에 여야가 어디 있나. 산업을 진흥하자는데 반대할 의원이 어디 있겠나"라며 "전통적으로 산자위에서 여야 협조가 잘 돼 왔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탈원전 이슈를 두고 대립 중"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이 위원장은 취임일성으로 여야 대립 분위기를 깨고 원활한 상임위 운영을 위해 조율에 나섰다. 이 위원장은 "6월 임시국회에서 산자위는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 상정도 했고 산자부와 중기부 업무보고도 마쳤다"고 밝혔다. 산자위는 임시회 회기가 끝난 지난달 22일에도 법안소위가 가동돼 일부 비쟁점법안들을 처리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박 장관에게 '유감표명'을 시키고 한국당 의원들이 장관에게 질의하도록 제안해 회의가 진행되도록 했다"며 "정략적 차원을 넘어 치열하게 논쟁하되 소통을 통해 타협을 이끌어낼 수 있는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상임위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 위원장과 일문일답.


-20대 국회 마지막 산자위원장을 맡았는데 소회가 있다면.

▶문재인 정부 들어 산업정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다. 주력산업의 경쟁력은 약화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도 못하고 있다. 그 동안 우리 경제를 떠받쳐온 수출이 줄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여기에 통상 문제까지 겹치며 우리 경제가 나아질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렇게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데 실물경제의 주무부서라는 산자부가 보이지를 않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기업을 적폐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나갔는데 검찰이 압수수색하고 공정위가 가져가고 해서 회사에 장부가 하나도 없더라는 웃지 못할 얘기가 있다. 이렇게 정부가 나서서 전방위적으로 기업 때리기에 여념이 없다보니 기업을 육성하고 산업을 진흥하는 산자부는 할 일이 없는 것이다. 사라진 정부의 산업정책 마련을 촉구하고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구호에만 그치지 않도록 견제하고 감시함으로써 새로운 성장 담론을 제시하는 것이 산자위원장으로서 내 각오다. 또한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원보다는 옥석을 가려 필요한 기업에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자 한다.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실물 경제를 책임지는 산자위 내 선결과제가 있다면?

▶구조조정이 가장 시급한 문제다. 네이버(IT), 엔씨소프트(게임)와 같이 새로운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이 몇 개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대부분 우리 주력 산업은 70년대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으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그런데 이런 산업들은 지금 중국 등 후발주자에게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또한 높은 인건비와 각종 규제 등으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반면 향후 경제를 책임질 미래 먹거리 산업 개발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며 4차산업혁명으로의 이행 역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경제 변혁을 위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국공학한림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이 5년이라고 한다. 이 기간 동안에 기존의 산업생태계를 완전히 변화시켜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혁신을 통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산업 생태계로 나아가야 한다. 혁신에는 파괴가 따르는 법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구조개혁을 논하면서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강화하는 이율배반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래지향적 산업정책을 위해 환경부나 노동부가 아니라 산자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중간평가가 될 이번 국정감사의 중점 사안이 있다면.

▶첫번째로 탈원전 문제가 있다. 원전은 제대로 관리만 된다면 가장 싸고 깨끗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런데 이 정부는 제대로 된 검토도 없이 탈원전을 하겠다고 나섰다. 각종 핑계로 원전 가동률을 줄인 결과가 2016년 12조원 흑자를 내던 한전이 2년 만에 적자로 전환된 것이다. 적자에 시달리자 한전은 이사회에서 전기료 인상안을 가결했다. 결국 전기료 인상(세금)으로 한전 적자를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전과 산자부의 공감이 있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내년 총선이 끝나면 전기료가 오르게 될 것이다. 왜 국민이 잘못된 정책의 피해를 입어야 하는가.

 

두번째로 통상 문제도 있을 것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 작년 10월 이후 산자부는 관련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대처를 했다고는 하나 지금 보면 준비된 것이 하나도 없었다. 최근 산업부 실무자 두 명이 일본에 가서 일본 경제산업성 무역 관리 실무자들을 만났지만 결국 들려온 것은 '철회 요구'를 한 것이 맞느냐는 '진실 공방' 뿐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났으니까 협의라고는 하는데 무슨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하는지에 대한 준비가 안 된 상황으로 보인다. 즉 여전히 산업부가 제대로 하는 것이 없는 상황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앞으로의 대응 방안에 대해서도 많은 우려가 있을 것이다.

 

-공직생활과 기획재정위원회 활동을 바탕으로 '정책통'으로 통한다. 현재 우리 경제와 정치의 가장 심각한 문제를 진단한다면.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이념에 매몰된 반시장 정책과 포퓰리즘 정책의 남발이다. 지금 일자리가 없어서 큰 문제 아닌가. 일자리가 없으면 임금이 내려가는 것이 시장원리다. 그러나 이 정부는 거꾸로 임금을 올렸다. 그 결과가 고용절벽이다. 스마트공장 늘어나면 일하는 사람은 줄어들게 되어 있다. 그런데 정규직은 늘리라니 얼마나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인가. 이게 모두 노동자는 약자, 고용주는 지주라는 낡은 이념에 매몰되어 나온 결과다. 시장에 맡겨야 할 경제정책을 이념적으로 접근하다보니 발생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소득주도성장도 마찬가지다. 이전소득을 퍼주면 소비가 늘어 성장이 된다는 것인데 결과는 고용이 줄어 소득이 더 줄어버렸다. 그러면 정책을 바꿔야 하는데 이 정부는 더 퍼주는 것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국민의 혈세로 생색내기에만 빠져 있는 셈이다. 이것이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치적으로는 사회 통합을 저해하고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남자와 여자, 노인과 청년, 정규직과 비정규직, 집주인과 세입자, 강남과 비강남 할 것 없이 갈등이 확대됐다.

 

-현재 가장 관심 있게 보고 있는 산자위 법안은 무엇인가.

▶통과가 시급한 법안 중에 소상공인기본법안이 있다.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종합적인 지원체계를 만들기 위한 법안이다. 어려운 소상공인의 현실을 감안할 때 빠른 처리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소위 논의조차 진행되지 못했다. 여당 의원이 낸 법안도 있고 야당 의원이 낸 법안도 있어서(총 5건) 논의만 진행되면 어떻게든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8개월 넘게 산자위에 묵혀 있는 '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지원에 관한 법률(U턴법)'도 조만간 처리해야 한다. 2013년에 제정된 법이지만 올해 7월까지 유턴기업으로 선정되어 혜택을 본 것은 61개사에 불과하다. 이는 유턴기업 인정범위가 협소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지금은 유턴기업은 '제조업'에 국한되어 있는데 '제조업' 외에도 업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 토지매입비용에 대해서만 이루어지는 자금 지원 대상도 토지 공장의 매입 및 임대 비용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해외사업장을 50% 이상 축소한 자원을 국내에 투자한 것이니만큼 최대한 많은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도록 개정할 필요가 있다.

   

[프로필]

경기중-경기고-서울대 경제학과

제17회 행정고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국장

금융감독위원회 상임위원

제20대 국회 전‧후반기 기획재정위원회 위원

자유한국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

제17·18·20대 국회의원(서울 강남구 갑)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