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손혜원' 막는다, 이해충돌방지법의 재도전

[the300][런치리포트-이해충돌방지, 법의 빈자리](종합)채이배 법안 이어 정부안도 입법예고

박종진 기자 l 2019.07.30 06:30


손혜원이 쏘아올린 작은공 '이해충돌방지법', 재수 성공할까
①'청탁금지법의 반쪽' 논란 보완해 입법 추진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본격화된 공직자의 이해충돌 논란이 법제화 작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해충돌을 방지할 법 규정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가 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법 제정은 과거 무산된 시도였다. 2016년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을 만들 때 부정청탁 금지와 함께 또 다른 한 축으로 이해충돌 방지가 추진됐지만 현실성 등이 문제가 되며 도입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여전히 공직자의 이해충돌 문제는 법의 빈자리다. 선언적 의미의 법규만 있을 뿐 관련 내용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처벌조항 등을 명시한 법안은 없다. 공직자윤리법 제2조의2 '이해충돌 방지 의무'에 규정된 게 사실상 전부다. '공직을 이용하여 사적 이익을 추구하거나 개인이나 기관·단체에 부정한 특혜를 주어서는 아니되며, 재직 중 취득한 정보를 부당하게 사적으로 이용하거나 타인으로 하여금 부당하게 사용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조항이 2011년 신설됐다.

직접적 행위 규제는 공직자윤리법상 백지신탁제도가 거의 유일하다. 1급(차관보급) 이상 등의 공직자와 그 배우자, 직계 존비속의 보유 주식을 수탁기관에 맡겨 60일 이내(연장 가능)에 처분토록 하는 규정이다. 하지만 업무수행 자체에서 이해충돌을 막는 장치는 없다.

◇법의 빈자리 '이해충돌', 시도는 계속됐지만…

물론 공직자가 직위를 이용해 개인적 이득을 챙기는걸 막기 위해 재산신고와 신탁제도 등을 강화하려는 법안은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 국회에 따르면 제20대 국회에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만 42건이 계류 중인데 대부분이 이 같은 내용이다.

올해 4월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1급 상당의 대우를 받는 지방법원 부장판사도 등록재산 공개대상자에 추가하자는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5월에는 같은 당 윤재옥 의원이 고위공직자 등의 주식매각 또는 백지신탁 거부의 죄를 2년 이하 징역형 등으로 강화하는 법안을,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특허청·특허법원 공무원과 특허법원 판사도 주식매각 또는 신탁대상자로 규정하는 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아예 업무수행에서 이해충돌을 막기 위한 시도도 계속됐다. 안철수 전 의원(바른미래당)이 2016년8월, 같은 당 권은희 의원이 지난해 4월, 신창현 민주당 의원이 올해 1월 이해충돌 방지를 담은 청탁금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제정안으로는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올해 2월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을 냈다. 법안에 따르면 모든 공직자가 사적 이해관계를 사전 등록하게 하고 이중 1급 이상 고위공직자는 이를 공개해야 한다. 사적 이익을 위해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직무수행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하는 행위가 금지되고, 법을 어겨 재산상 이익을 챙겼다면 모두 환수하는 내용 등이다.

그러나 법안들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올 들어 국회 파행이 계속된 영향도 크다. 청탁금지법 개정안이나 이해충돌 방지법의 소관 상임위인 국회 정무위는 올해 손혜원 의원 부친의 독립유공자 서훈 문제로 여야가 극한 대치를 이어간 탓에 4월부터 4개월째 멈춰있다.

애초 여야 모두 관련 법안에 적극적 관심이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안 발의는 되더라도 우선순위에서는 밀렸다는 얘기다.

국회 관계자는 "올 초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지며 법안 마련에 탄력이 붙는 듯 했지만 국회 마비로 심의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3년 만에 돌아온 '청탁금지법 반쪽', 살펴보니

이런 상황에서 권익위의 입법예고는 여론을 다시 한번 환기 시키며 다가오는 정기국회에서 논의로 연결될 전망이다.

권익위의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은 제19대 국회 청탁금지법 통과 과정에서 삭제됐던 이해충돌 방지규정과 뼈대는 비슷하다.

인허가, 조사, 예산 등 특정 업무를 수행하는 공직자가 자신과 직무 관련자 사이에 사적 이해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하고 회피신청을 해야 한다. 법률 적용대상인 공직자는 국회와 법원,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의 기관에서 일하는 모든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 임직원이다.

또 공직자는 직무 관련자와 금전, 부동산 등 거래를 할 때 미리 신고해야 한다. 고위공직자 임용(임기 개시) 전 3년 동안 민간활동 내역을 제출토록 하고 이를 공개하는 방안도 포함된다. 여기서 고위공직자는 차관급 이상 공무원,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공공기관장 등이다.

공직자가 직무 관련자에게 사적으로 자문 등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등 공정성을 해칠 수 있는 외부활동도 금지한다. 사적인 이해관계, 거래행위를 신고하지 않거나 외부활동 금지조항을 어기면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직무수행 중 알게 된 비밀을 사적인 이익을 위해 이용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용하게 하는 행위는 더 엄격히 처벌받는다. 취득한 이익은 전액 몰수하거나 추징하고 7년 이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제19대 국회 '원안'보다 구체화, 업무배제 예외규정도 만들어

기본 골격은 제19대 국회 정부 제출안과 같지만 개념 등을 좀더 구체화했고 논란이 됐던 부분은 보완했다.

먼저 직무 관련자를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일정한 행위나 조치를 요구하거나 요구하려는 것이 명백한 △이익 또는 불이익을 직접적으로 받는 △공직자의 소속 공공기관과 계약을 체결하거나 체결하려는 것이 명백한 개인이나 법인 또는 단체, 그리고 △이익 또는 불이익을 직접적으로 받는 다른 공직자 등으로 정의했다.

사적 이해관계자는 △공직자 자신 또는 가족 △공직자 자신 또는 가족이 임원·사외이사로 있는 법인, 단체 △공직자 자신이나 가족이 대리·자문 등을 제공하는 개인이나 법인, 단체 △공직자 자신 또는 가족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비율 이상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법인, 단체 △공직자로 채용·임용되기 전 2년 이내에 재직했던 법인, 단체 등으로 규정했다.

또 직무 관련자와 사적 이해관계가 있더라도 해당 공직자가 계속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예외규정을 만들어 놓은 게 특징이다.

소속기관장은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를 대체하기 지극히 어려운 경우 △직무 수행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는 경우 △국가 안전보장, 경제발전 등 공익 증진을 이유로 직무수행의 필요성이 더 큰 경우 등에는 업무를 그대로 맡길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이해충돌방지담당관 등이 공정한 직무수행 여부를 확인·점검하게 된다.

국회 관계자는 "고위공직자로 갈수록 업무범위가 넓어지고 직무 관련자가 많아질 수밖에 없어서 업무 배제 등이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 많았다"며 "이런 논란을 의식해 이해관계자가 얽히더라도 일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둔 것"이라고 말했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사진=이동훈 기자



채이배 "모든 공직자, 이해관계자 사전등록해야 검증가능"
②알았을때 신고 vs사전등록

"사전등록, 사후검증 시스템이 중요한데 정부 안은 이해관계자 사전등록이 안돼 검증이 어렵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이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인터뷰에서 국민권익위가 이달 19일 입법예고한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안'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지금까지 국회에 제출된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은 채 의원이 2월에 낸 게 유일하다.

채 의원 법안은 모든 공직자가 사적 이해관계자를 사전에 등록(고위공직자는 공개)하도록 규정한다. 일단 등록해놓고 직무수행 과정에서 사적 이해관계자를 직무 관련자로 만나면 또 다시 신고하는 방식이다.

반면 정부 안은 인허가, 예산, 계약, 채용 등 '특정'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가 '직무 관련자=이해관계자'라는 사실을 '안 때' 신고하도록 한다.

채 의원은 "정부 안은 자진신고에 맡기고 있어 신고를 하지 않으면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컨대 공직자가 사촌을 이해관계자로 미리 등록해놓으면 나중에 직무 관련자가 돼 거래를 할 때 신고를 안 하더라도, 사후적으로 계약서를 보면 사촌이라는 것을 알아낼 수 있어 검증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물론 새로운 제도인 만큼 우려도 나온다. 국회 관계자는 "시스템 구축과 관리에 행정적 재정적 부담이 될 수도 있다"며 "모든 공직자가 대상이라면 범위가 너무 넓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채 의원은 "현재 재산도 어느 정도 직위에 올라가면 등록하고, 고위공직자는 공개하는데 이해관계자 등록·공개도 문제는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채 의원은 "제20대 국회가 문 닫기 전에 이해충돌방지법을 우선 추진할 것"이라며 "여론의 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익위의 입법예고에 여야 모두가 환영 논평을 냈을 정도로 이해충돌방지법의 취지에 이견은 없다.

하지만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의지가 관건이다. 채 의원은 "'손혜원(투기 의혹이 불거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방지법'으로 여겨지는 것 때문에 여당이 부담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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