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림 "거꾸로 가는 경제, 열차 더멀리 가기전에 뛰어내려야"

[the300][더리더 국회in]한국당 2020경제대전환위원장 "9월에 해법 발표"

박종진, 김민우 기자 l 2019.07.28 07:23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사진=홍봉진 기자


"정치가 잠잘 때 경제가 자란다"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대표적 경제통이자 3선인 김광림 의원(경북안동시)은 정치에 발목 잡힌 요즘 경제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경제 논리로 풀어야 할 부분에 정치가 개입하면 일이 꼬인다는 얘기다.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난 김 의원은 인터뷰 내내 경제를 걱정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이 방향을 잘못 잡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한국당의 '2020 경제대전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의원은 "한 마디로 경제가 거꾸로 가고 있다"며 "소득이 높아지면 소비가 늘어나고 투자로 연결돼야 하는데 이게 안 된다"고 말했다.

인터뷰 도중 일어나 사무실 칠판에 적어가며 '강의식 설명'도 했다. 김 의원은 "이 정부 사람들은 소비를 (높이려) 인위적으로 세금을 뿌리고 최저임금 높이고 하는데 기업 투자를 늘리는 게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대통령이 기업에 가서 아무리 격려해도 (수사당국이) 압수수색 하면 기업이 투자 하겠나"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규제 완화,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노조의 각성, 기술 혁신 등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여당이 강조하는 추가경정(추경) 예산은 근본 해법이 아니라고 말했다.

최근 긴급 현안으로 떠오른 일본의 경제보복 대응에는 "일본이 꺼내 든 칼이 자기 목을 칠 수 있는 칼"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아베가 뱉은 말을 집어 넣을 명분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역사 문제와 별개로 미래를 보고 경제 문제를 실질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의원은 한일의원연맹의 간사장을 역임해 일본 사정에 밝다.

김 의원은 참여정부 초기 재정경제부 차관을 지낸 엘리트 관료 출신이지만 흔한 엘리트 코스를 밟은 것은 아니다. 안동농림고, 영남대를 나왔다. 대부분 '명문고-서울대'를 졸업한 또래 경제관료들 사이에서 노력과 실력으로 승부했다.

현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동연 전 기획재정부 장관(덕수상고-국제대 졸업)도 김 의원과 비슷하다. 김 의원은 "이력을 보니 나를 보는 것 같아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다"며 '김광림 과장-김동연 사무관' 시절의 일화도 소개했다. 김동연 전 부총리와는 요즘도 각별하다.

행정고시 1년 선배인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참여정부 초대 경제부총리)과도 친하다. 김 의원은 "경제하는 사람들끼리 얘기하면 다 잘 풀린다"고 웃었다.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사진=홍봉진 기자



다음은 김 의원과 일문일답.

―일본 경제보복 문제가 심각하다.
▶일본이 꺼내 든 칼이 자기 목을 칠 수 있는 칼이다. 세계에서 자유무역의 특혜를 받은 대표적 나라가 일본과 한국인데 안타깝다. 문제가 결국 풀리겠지만 아베 신조 수상의 특성상 오래갈 수 있다. 아베의 정치적 표상이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다. 아베는 어릴 때부터 외할아버지로부터 '나라를 되찾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자랐을 것이다. 그러니 평화헌법을 고쳐서 이른바 '정상국가화'하려는 것 아니겠는가. 끈질기고 집념이 강한 사람이라서 한번 뱉은 말을 주워담기 쉽지 않을 것이다. 뱉은 말을 집어 넣을 명분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일본 정치권의 분위기는 어떤가.
▶5월에 한일의원연맹 일본 간사장인 가와무라 다케오 의원(자민당 10선)을 경주에서 만났다. (한일 갈등 조치 등을) 아베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풀기가)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문희상 국회의장도 한일의회외교포럼을 만들어서 일본과 접촉하려고 했는데 일본에서 거부해 일정을 못 잡았다. 하지만 최근 일본도 분위기가 바뀌어 만나는 일정이 잡히고 있다. 문제를 영 풀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해법은 무엇이라고 보나.
▶'김대중(전 대통령)-오부치(전 총리) 선언' 당시에도 각자가 자기 국민들한테 얘기할 때는 상대방으로부터 서로 양보를 많이 얻어냈다고 했다. 박근혜 정권 때는 박 전 대통령이 아베랑 악수 한번을 안 했다. 아베가 다보스포럼에서 박 전 대통령의 연설을 15분 동안 앞자리 앉아서 듣고 악수하러 갔는데 수행이 막아서 악수도 못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얻어낸 게 일본 예산 100억원(10억엔)을 투입하기로 한 위안부 합의였다. 그걸 이 정부가 엎었다. 과거 정부를 돌아보면 한일관계에서는 역사문제는 역사문제로 남겨놓고 미래를 보고 경제문제 등을 실질적으로 이행해 풀자는 게 기본 해결방법이다. 그 궤도로 돌아가야 한다.

―3년차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평가한다면.
▶경제가 거꾸로 가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이라는 스탠스(방향)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소득이 높아지면 소비가 늘어나고 투자로 가야 하는데 소비에서 투자로 연결이 안 되고 있다. 김상조(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도 얘기하는 부분이다. 기업이 투자해 회사를 키워서 물건을 팔고 채용인원을 늘리고 월급을 올리고 다시 그 돈을 받아서 소비하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이걸 안 하고 사회주의 경제학, 신케인즈학파 등을 따르는 분들이 실험을 해보는 것이다. 그들 입장에서 좋은 점은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다. 부자 증세하며 갈라치기 하고 (표퓰리즘적인 방향으로) 사회안전망을 높이는 방식이다.

물론 사회안전망을 높이는 건 우리도 찬성인데 너무 한번에 확 올리면 문제다. 복지는 한번 실시하면 1원 한 장도 되돌릴 수 없다. 공무원 증원도 (연금 등을 감안하면) 50년간 챙겨줘야 한다. 이 정부도 이제는 좀 깨달은 것 같다. 정부 문서에 요즘은 소주성이란 말이 안 나온다.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사진=홍봉진 기자



―당장 급한 과제가 무엇인가.
▶이 사람들은 소득을 높인다고 인위적으로 세금을 뿌리고 최저임금을 높이고 하는데 이게 투자로 연결 안 된다는 게 김상조의 고백이다. 투자를 늘려야 한다. 대통령이 기업에 가서 아무리 격려해도 압수수색하면 기업이 투자 하겠는가.

첫째 규제를 없애야 한다. 둘째 민주노총이 이성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는 기술 혁신으로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특히 기술 쪽은 AI(인공지능)나 빅데이터, 공유경제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인재 양성이 돼야 한다.

―여당의 경제실정과 별개로 한국당이 대안세력이 못 된다는 비판이 많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 2020 경제대전환 계획을 9월에 발표한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주의가 기본 가치다. 베네수엘라 사회주의행 열차가 멀리 가기 전에 빨리 뛰어내리도록 해야 한다. 노조중심의 노동정책을 90%(노조에 가입돼 있지 않은) 근로자 중심의 '자유로운' 노동시장으로 바꾸는 게 급선무다.

현재 경제대전환 작성에 교수들 36명이 와 있다. 한국당이 예뻐서 온 게 아니라 나라가 걱정돼서 온 분들이다.

―내년 총선이 다가온다. 지역구에 중점 추진 중인 사업은 무엇인가.
▶서울 청량리에서 안동을 1시간20분 만에 가는 고속열차가 곧 완공되는데 수서에서도 출발하는 열차를 추진 검토 중이다. 또 안동이 지방도시 중 문화유산이 제일 많은 곳인데 전주처럼 국립박물관을 세우고 싶다. 지역에 밭농사가 많아서 밭농사 로봇화 연구소도 설립 추진 중이다.

◇김광림 의원 약력
△1948년 경북 안동 출생 △안동농림고, 영남대 경제학과 졸업 △서울대 행정학 석사, 하버드대 행정학 석사 △경희대 행정학 박사 △제14회 행정고시 △경제기획원 예산총괄과장 △기획예산처 재정기획국장 △제16대 특허청장 △재정경제부 차관 △제5대 세명대 총장 △제18~20대 국회의원 △제19대 국회 후반기 정보위원장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자유한국당 2020 경제대전환위원회 위원장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