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호르무즈 청구서에 韓 해외파병 '동청아한' 재조명

[the300][런치리포트-해외파병]①호르무즈 파병 가능성 높아진 이유

권다희 기자, 김성휘 기자 l 2019.07.30 18:44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아랍에미리트(UAE) 사이에 있다. 페르시아만에서 아라비아해로 나가는 관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인근 주요 산유국들이 생산하는 원유가 이곳을 거쳐 세계로 수출된다. 세계 원유 해상수송량의 약 1/3이 흐른다. 이곳이 막히면 국제유가는 요동친다. 때문에 ‘호르무즈 봉쇄’는 이란이 서방국과 대치할 때마다 꺼내 온 위협 카드였다. 

이번엔 심상치 않다. 호르무즈 해협 호위를 위한 다국적 연합체에 대한민국이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동맹의 징표를 요구하고, 한국 외교는 사방에서 닥쳐오는 안보 현안 대응을 위해 한미동맹의 지원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기 때문이다. 인근 아덴만에서 작전중인 청해부대 파견이 유력하다. 

호르무즈 파병이 한국 정부 테이블까지 오른 건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부터다. 뒤이은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강화에 이란은 이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했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은 잇단 사건으로 급격히 고조됐다. 
대한민국 해외파병 통계/그래픽=머니투데이


지난달 13일 오만해에서 일본 유조선 고쿠카 커레이저스호가 공격 당했다. 당시 미 해군은 이 공격에 사용된 폭탄이 이란군의 기뢰와 매우 유사하다며 '이란 연계설'을 주장했다. 이란은 강하게 부인했다. 한달여 뒤, 지난 19일 이란 혁명수비대는 불법 항행을 이유로 호르무즈 해협에서 영국 유조선을 억류했다. 미국과 이란은 서로 상대방 드론을 격추하기도 했다. 

◇미국 vs 이란 갈등, 일촉즉발 호르무즈 = 이처럼 이란이 강경하게 나오면서 국제사회를 결집하려는 미국의 명분을 세워줬다. 미 국무부는 지난 19일 워싱턴DC에서 한국 등 약 60여국 외교관들을 상대로 호르무즈 해협 연합체 구성 설명회를 열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 설명회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 하는 국제항로에서 유조선들의 안전이 담보돼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요청”이었다고 말했다. 또 “정부로서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부처 간 가능한 방안을 놓고 검토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 했다.

미국과의 대이란 ‘공동전선’ 구축에 대한 한미간 교감이 그 이전부터 있었다는 추정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 유조선 피격 후인 지난달 30일 청와대 한미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우리 두 정상은 유조선 피격 사태 등 중동지역 문제에 공감했다”며 “중동 정세 안정을 위해 앞으로도 긴밀히 협조하기로 했다”고 했다. 

지난 24일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의 방한 메시지에도 호르무즈가 있었다. 볼턴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고위 당국자들과 연쇄 회동했다. 청와대는 정 실장과 볼턴이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해상 안보와 항행의 자유를 위한 협력 방안을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또 북한이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발사한 25일 정의용 실장 주재로 열린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는 "최근 중동정세에 대해 논의하고 호르무즈 해협에서 우리 민간 선박들의 안전한 항해를 보장하기 위한 방안들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이 방안의 하나가 바로 파병으로 여겨진다.
호르무즈 해협과 아덴만/뉴스1·머니투데이

◇해적소탕 일가견 청해부대 즉파 가능 = 30일 현재 세계 전역에는 부대 기준 4개, 각종 사령부 개인파견까지 합해 1114명의 우리 장병이 해외파병중이다. 

우리나라는 UN 가입후 첫 평화유지군(PKO)으로 참가했던 소말리아 상록수부대부터 13개 지역에 해외파병을 보냈다. 28개국 5만여명에 이른다. 1964년 베트남전을 포함하면 14개 지역이다. 파병 순서대로 동명·청해·아크·한빛부대 등 4개 부대 '동청아한'이 지금도 세계 평화와 안전을 지키며 활동중이다. 
 
청해부대는 2009년부터 소말리아 아덴만에 나가있다. 지난 10년간 이 지역을 지나는 한국 선박들을 보호하고 피랍 국민 구출 작전 등에 참여했다. 건군 후 첫 전투함 파병이란 역사성에다, 석해균 선장을 구출한 아덴만 여명작전(2011) 등 지난해까지 21회에 걸쳐 해적 31척을 퇴치해 이름이 높다. 

청해부대의 호르무즈 파견이 유력한 이유가 이 같은 실력만은 아니다. 동맹비용 측면이다. 호르무즈 파병을 거부하면 한국을 향한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이 더 커질 수 있다. 국회에서 새로운 파병 비준이 필요하지 않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다.
 
한편 지난 5월, 임무교대로 국내 복귀한 청해부대 '최영함'에서 정박용 밧줄인 홋줄이 끊어져 최종근 하사가 순직하는 안타까운 일도 일어났다. 우리 정부는 아직 호르무즈 파병을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