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DJ 추모글에 "역사 두려워하는 용기"…'김대중-오부치 선언'은?

[the300] 최악의 한일갈등 속 1998년 DJ 日의회연설 상기...'미래지향 한일관계' 대일 메시지

최경민 김하늬 l 2019.08.18 13:06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문재인 대통령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인 18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역사를 두렵게 여기는 진정한 용기"란 문구를 시작으로 하는 추모글을 남겼다. "김대중 대통령님이 떠난지 10년이 흘렀지만 우리는 여전히 삶의 곳곳에서 당신을 만난다"고 했다.

"역사를 두렵게 여기는 진정한 용기"란 말은 김 전 대통령이 일본을 국빈 방문한 1998년 10월8일 일본 의회 본회의장에서 한 연설에 나오는 표현이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일본에는 과거를 직시하고 '역사를 두렵게 여기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고, 한국은 일본의 변화된 모습을 올바르게 평가하면서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김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당시 일본 총리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으로 불리는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발표하고 한일 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오부치 총리는 1995년 8월15일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의 '전후 50주년 특별담화'를 기초로 일본 식민 지배와 관련해 "과거사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사죄"를 언급하고 최초로 공식 외교문서에 명시했다. 김 전 대통령도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하자"고 화답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1965년 국교 정상화 이래 구축돼 온 한일간 긴밀한 우호협력관계를 보다 높은 차원으로 발전시킨 역사적인 공동선언으로 평가된다. "한국 뜻에 반한 식민지 지배가 민족의 자긍심에 큰 상처가 됐다.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한 2010년 간 나오토 일본 총리 담화로도 이어졌다.

문 대통령이 이날 김 전 대통령의 '어록'을 새삼 SNS 글에서 상기한 것은 국교 정상화 이래 최악의 갈등 국면인 한일 관계와 관련해 지난 16일 74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말한 '대화와 협력', '과거 성찰'의 대일 메시지를 거듭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희상 국회의장도 이날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김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추도사를 낭독하면서 "김 전 대통령은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통해 한국과 일본이 과거를 직시하면서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할 때라고 하셨다"며 "놀라운 통찰력과 혜안이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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