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곡점의 文, "유리그릇" 비유로 김정은에 자제·대화 촉구

[the300]19일 靑 수보회의 "천금같은 기회, 방해되는 일 말아야"

김성휘 기자 l 2019.08.19 16:42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2019.08.19. photo1006@newsis.com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평화경제'에 한반도의 사활이 걸려 있다며 흔들림없이 그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북한을 포함, 남북미 모두는 지금의 이 기회를 천금같이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고 호소했다. 

남북 관계의 경색,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 평화경제 추진이 장애물을 만났지만 국내적으론 '흔들리지 않겠다', 북한을 향해선 '과거로 회귀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 북한은 연거푸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왔다. 우리 정부는 물론 문 대통령에 대한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미국에는 사뭇 다른 태도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친서를 보내 미사일 발사 이유를 설명하고, 한미훈련 종료 후 북미 실무협상 재개를 바란다는 입장도 전했다. 

이런 이중적인 태도에 문 대통령이 "신중함"과 "천금같은 기회"로 반응한 것이다. 일정 수준으로 자제했지만 김 위원장에 대한 경고와 설득을 병행한 메시지다. 다시 외교시계가 돌아가는 시점이란 게 절묘하다. 한미훈련이 20일 종료되고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방한하는 등,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가 예측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광복절 이전까지 북한에 직접 대응하지 않았다. 미사일 도발에 NSC(국가안보회의) 전체회의도 주재하지 않는 신중론을 지켰다. 결국 한미훈련 기간 어떤 대응도 북한을 자극할 뿐, 변곡점을 앞두고 상황관리에 도움이 안된다고 판단했음을 보여준다.

문 대통령은 수보회의에서 유리그릇을 다루는 것 같은 신중함과 함께 "서로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고 역지사지하는 지혜와 진정성"을 요청했다. 남북대화의 고비마다 가장 많이 언급했던 "역지사지"를 다시 말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9월17일, 수석보좌관 회의와 하루뒤 18일 평양의 영빈관인 목란관에서 김정은 위원장 부부가 연 환영만찬에서도 각각 "역지사지의 자세"를 강조했다. 

이런 상황인식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와 연결된다. 문 대통령은 수보회의에서 "대화에 도움이 되는 일은 이행하고 방해가 되는 일은 줄여가는 상호간의 노력"을 말했고, 경축사에선 "불만스러운 점이 있다 하더라도 대화의 판을 깨거나 장벽을 쳐 대화를 어렵게 하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경축사에서 "지난 6월 말의 판문점 회동 이후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북미 간의 실무협상이 모색되고 있다. 아마도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구축을 위한 전체 과정에서 가장 중대한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북한의 거듭된 도발과 자신에 대해 도를 넘는 비방조차 감내한 건 이 고비를 함께 잘 넘기자는 무언의 호소였던 셈이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문 대통령 수보회의 발언에 대해 "평화경제의 역사적 의미와 남북미 대화의 시기적 중요성,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이란 의미를 강조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청와대는 광복절 경축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메시지를 나흘만에 거듭 낸 데 대해선 '타이밍'을 강조했다. 한 관계자는 "대화 국면이 무르익고, 북미 실무협상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하노이회담 이후 돌지 않았던 대화 트랙이 다시 도는 것"이라며 "한반도에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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