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한해 예산만 20조원인데…핵심기술은 '빈 곳간'

[the300][런치리포트]기계·제조업 R&D 예산 4년째 감소…산업부·중기부 실집행률↓

김하늬 기자, 이지윤 기자 l 2019.08.21 18:00

정부가 매년 20조원 가까이 국가 R&D(연구개발) 사업에 쏟아붓고 있지만 기술적 파급효과가 큰 우수특허의 비율은 민간 R&D 성과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R&D 사업화 성공에 따른 기술료 징수액도 크게 감소해 효과적인 사업 집행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 

2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2018회계연도 결산 및 예비비지출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R&D 성과가 사업화로 이어져 시장에서 거래되는 기술료 징수액이 전년대비 10% 감소한 240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정부 연구비의 1.2% 수준이다.

또 발명진흥회의 특허분석평가시스템인 'SMART지수'로 평가한 결과 국가 R&D 우수특허 비율은 5.4%로, 민간 R&D 7.9%보다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해외 출원(패밀리특허)된 국가 수도 평균 1.7곳로 민간 R&D 2.4곳에 비해 저조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최근 일본 경제보복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 여당이 소재부품장비 분야를 비롯해 주요 산업 R&D 예산을 대폭 확대하고 나선 가운데 기존의 국가 R&D 시스템에 대한 점검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예결위의 지난해 국가 R&D 성과 점검에서 드러난 주요 문제점들을 살펴봤다.
  
◇기계·제조 R&D 매년 감소…"전략적 배분 강화 필요"=예결위 보고서는 국가 R&D 분배에서 성과 예측 및 민간투자와의 역할 분담 등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6대 미래유망신기술 분야로 △IT(정보기술) △BT(생명공학기술) △NT(나노기술) △ST(우주항공기술)△ET(에너지환경기술)△CT(문화기술) 등을 지정해 매년 R&D 투자를 지속했다.

지난해 예산은 생명 분야가 전년 대비 1236억원(4.5%) , 기초과학 654억원(5.2%), 건설·교통·안전 546억원(7.1%) 증가했다.

그러나 기계·제조·공정 분야는 최근 4년간 R&D 예산이 매년 감소했다. 2015년 1조7511억원이었던 기계·제조 분야 R&D 예산은 2016년 1조5164억원으로, 2017년 1조4330억원, 2018년 1조3849억원으로 매년 약 1000억원씩 줄었다. 

정부는 상대적으로 민간 역량이 성숙한 분야라 기계·제조 R&D 예산을 깎았다고 하지만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로 큰 타격이 우려됐다. 정부는 매년 1조원 이상 소재·부품·장비 분야 R&D 예산을 늘리겠다며 사실상 입장을 바꿨다.

정부의 신규 R&D 과제 발굴도 취약했다. 국가 R&D의 신규사업 수와 규모는 확대되고 있지만 과제 단위로 보면 지난해 신규과제 수는 전년대비 14.6% 감소한 2만6894개를 기록했다. 신규과제 연구비도 4조 5923억원으로 전년 대비 4.2% 감소했다.

예결위 보고서는 "주력산업 등 제조업의 경쟁력 유지 및 확보 차원에서 응용·개발연구에 대한 투자 비중을 일정 수준이상 유지하고 있는 미국·일본·중국의 경우도 참조해 기초와 응용·개발연구 간의 균형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보금만 2조원…"집행률과 실제 집행 실적의 간극"= 산업·자원 분야 R&D 전담기관인 산업기술평가관리원과 에너지기술평가원의 지난해 결산에 따르면 총 2조1186억원의 자금이 집행되지 않고 실시간통합연구비관리시스템(RCMS) 계좌에 유보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배부된 연구개발비가 실제 집행되지 않은 예산의 누적치를 의미한다. 산업기술평가원이 5693억원, 산업기술진흥원 1조653억원, 에너지기술평가원 4840억원 등의 자금이 집행되지 않고 RCMS에 유보됐다.


예결위는 주무관청인 산업통상자원부 결산 심의 과정에 R&D 실집행률을 적정하게 제시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회계연도 내 집행가능성을 고려한 예산 편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소벤처기업부도 실집행 실적이 부진하고 일부 기술개발 지원 R&D 사업 출연금 회수대상 과제수가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포기자가 많다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중기부가 관할한 R&D 사업은 12개, 8916억3700만원에 달했다. 중기부는 전액 집행으로 결산보고서를 제출했지만 실제 집행을 담당하는 중소기업기술정보원(기정원)의 결산에 따르면 R&D 예산 중 누적기준 5811억원이 실제 미집행됐다. 지난해 중기부가 기정원에 교부한 R&D 예산의 65.2%에 달하는 규모다.

중기부 측은 "수탁사업자금은 R&D 예산이 미집행된 것이 아니라 연구기간 회계연도 불일치 등으로 집행되지 못한 자금"이라며 "회계연도 내에 집행이 되지 못한 것일 뿐 연구기간 내에는 집행될 자금"이라고 해명했다. 

예결위는 그러나 "실제 연구주관기관이 집행하지 않아 통합수탁계좌에 유보된 잔액이 매년말 5000∼6000억원에 달한다"며 "이러한 결산방식은 실질적인 예산집행 현황과 성과를 나타낸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중기부도 지원 R&D 과제 중 중도 포기 과제가 늘었다. 2017년 회수액은 466억원, 2018년 회수액은 684억원으로 급증세다. 

예결위는 "R&D 지원금 회수액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은 R&D 예산 투입 대비 사업의 성과를 저하시킬 수 있다"며 "과제 선정시 심사기준을 강화하고 엔젤투자를 받은 기업, 스핀오프 기업, 창조경제혁신센터 우수보육기업 등 시장에서 사업성을 인정받은 기업의 R&D 과제 선정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