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고노 "자유무역 수호" 한 목소리, 뉘앙스는 달랐다

[the300] 한중일 외교장관 "3국협력 강화" 공감...강경화 "일방적·자의적 무역보복 배제해야"

오상헌 기자, 베이징(중국)=김명룡 특파원 l 2019.08.21 14:57
(베이징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1일(현지시간) 베이징 구베이 타운에서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에 앞서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손을 잡고 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3년 만에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선 한일 갈등·북핵 문제 등 3국 협력과 지역 정세 등 역내 현안들이 폭넓게 논의됐다. 3국 외교 장관들은 한일 갈등 등 양자관계의 어려움에도 3국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자는 데 공감했다. 그러면서도 3국 모두 얽혀 있는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선 한중이 ‘역사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한 반면, 일본은 언급하지 않아 미묘한 이견을 드러냈다. 한일 외교장관은 동북아시아 번영을 위해 '자유무역'을 동시에 강조하기도 했으나 방점도 달리 찍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21일 오전 회담을 마치고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3국 협력의 중요성을 일제히 강조했다. 왕이 국무위원은 먼저 “중한일 3국은 20년 전 아시아 금융위기 여파 속에서 3국 협력 프로세스를 시작했다”며 “몇 번이나 파장을 겪기도 했으나 어려움을 극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사를 직시하고 미래를 지향하는 것이 3국 협력의 정치적 기초”라며 “중한일이 손을 잡고 국제법 기본관계와 규칙을 수호하고 자유무역을 수호하면서 세계 경제 성장을 위한 새로운 원동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중일의 굳건한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동북아시아 지역의 미래 번영을 위해선 올바른 역사 인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왕 국무위원이 언급한 ‘자유무역 수호’가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에 따른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왕 국무위원은 특히 “중한일은 가까운 이웃나라다. 한일 관계의 어려움을 관심있게 보고 한일 양자회담을 지지한다”며 “한일 양측이 서로 배려하고 건설적이고 타당한 문제 해결 방안을 찾길 바란다”고도 했다. 왕 국무위원은 이날 3자 회담 전 기념 촬영에서 한일 두 장관의 손을 확 잡아 끌어 관계를 풀어주려는 제스처를 하기도 했다.

강경화 장관도 미래지향적 양자 관계와 3국 협력을 위해선 역사 인식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 장관은 “3국 협력이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역사를 직시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는 정신을 잊지 않고 확고히 이어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강 장관은 특히 “일방적으로 자의적인 무역보복조치를 배제하고 역내 무역에 드리워진 불확실성을 걷어내야 한다”고 했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 등 부당한 경제보복 조치를 직접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고노 외무상은 반면 3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과거사 문제에 대해선 일절 거론하지 않았다. 일본의 수출규제도 언급하지 않은 채 “(지난 6월) 오사카 G20(주요 2개국) 정상회의에서 공유된 자유무역 기본원칙을 기반으로 높은 수준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연내 타결을 추진하고 일중한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가속화를 협의하자”고 했다. 

고노 외무상은 특히 일본이 함께 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관련해 “자유롭게 개방된 인도태평양의 실현을 위해 3국이 아세안과 함께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한일 갈등과 관련해선 “오후에 한국과 회담을 하는데 강 장관과 평소대로 기탄없는 의견을 교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말도 했다.

외교 소식통은 “한중 장관은 역사 직시와 미래지향 얘기를 했고 일본은 미래만 얘기했다”며 “3국의 역사의식이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또 “동아시아 번영을 가져온 자유무역 원칙을 강 장관이 말씀했고 일본도 유사한 이야기를 했다”며 “뉘앙스 차이는 있지만 일본도 그런 입장(자유무역 원칙 수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일 외교장관은 이날 오후 다시 만나 강제징용과 경제보복 조치의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한 양자 회담에 돌입한다.
(베이징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1일(현지시간) 베이징 구베이 타운에서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에 앞서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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