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미룬 美비건, 지소미아 사전 교감? 막판 설득?

[the300] 오늘 출국 일정 하루 연기...김현종 차장과 회동서 '지소미아' 논의

오상헌 기자 l 2019.08.22 21:13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2박 3일 방한 기간 동안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김연철 통일부 장관,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 회동을 마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 닭요리 전문점에서 저녁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2박 3일 서울 일정을 마치고 이날 오후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던 비건 대표는 행정상 이유로 귀국 날짜를 하루 미뤄 23일 오전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는 오늘 한일 간 '군사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GSOMIA, 지소미아)을 종료하기로 결정했으며 협정의 근거에 따라 연장 통보시한 내에 외교 경로를 통하여 일본 정부에 이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9.8.2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발표한 22일 저녁. 방한 중인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서울 광화문 인근 한 식당에서 목격됐다.

숙소인 광화문 소재 한 호텔 인근에 있는 식당으로 한국을 찾을 때마다 꼭 들르는 닭요리 전문점이다. 비건 대표는 이날 저녁 7시 이후 이 식당에서 식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지소미아 종료를 발표하고 청와대가 상세한 배경 설명을 마친 직후다. 

지난 20일 방한한 비건 대표는 당초 2박3일의 일정을 마치고 이날 출국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출국일을 연기하고 체류 기간을 하루 연장했다. 이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 있었던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비건 대표는 앞서 이날 오전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 서울 정부청사에서 만나 북미 실무협상과 한미일 안보협력, 지소미아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김 차장은 비건 대표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비건 대표가 한미일 관계를 먼저 언급했다"고 전했다. 지소미아 문제 역시 논의했으나 미국 정부의 입장 설명은 없었다고 했다.

여러 정황을 종합해 보면 청와대는 이날 비건 대표에게 지소미아 종료 사실을 사전에 알렸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청와대와 정부가 공식 발표 후 굳건한 한미동맹을 강조한 것도 한미간 사전 교감 가능성을 높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소미아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논의했다"며 "한일 문제로 인해 한미동맹 문제가 생긴다면 우리 안보에 많은 영향이 있으므로 미국과는 거의 실시간으로 소통을 했다"고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한중일 외교장관회의를 마치고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지소미아는) 한일 간 신뢰문제로 촉발된 상황에서 우리가 내린 결정"이라며 "한미 동맹과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 역시 이날 베이징 특파원 간담회에서 "미국도 왜 우리가 지소미아를 재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미국 정부가 일관되게 한미일 안보협력 와해를 우려해 온 만큼 비건 대표가 방한 기간을 연장하면서까지 우리 정부를 설득하려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정부는 북핵 문제를 견제하고 북중러 밀착을 견제하려면 흔들림없는 한미일 안보공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국 국무부는 우리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가능성을 처음 시사한 지난 달 "동북아 안보를 위한 한미일 3국의 중요한 부분"이라며 지소미아 연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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