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관]조국의 태도

[the300]법리의 조국, 낮추고 사과하는 조국으로

김성휘 기자 l 2019.09.12 10:15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무부 장관 청문회에서 조국 후보자가 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게 선서문을 전달하고 있다. 2019.09.06.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photo@newsis.com


조국 법무부장관이 후보자일 때 가졌던 2일 국회 기자간담회. 형식을 둘러싼 소란, 질문자(100명)만큼이나 많은 의혹에 가렸지만 그가 준비해 간 발언이 주목됐다. 그는 반성했고 사과했다. 한 번뿐이었으면 '수사'에 그쳤을 것이다. 소나기 올 때 일단 비를 피한다는 허리숙임 말이다. 두 번 세 번 반복되면서 무게가 달라졌다. 

그는 2일 간담회, 6일 인사청문회 때 각각 모두발언과 마무리발언을 했다. 간담회는 국민, 특히 젊은세대의 실망과 상처로 시작했다. 마무리발언에서 염치와 간절함, 부끄러움을 말했다.청문회 모두발언은 "국민의 박탈감"으로 시작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못했다"고 자성했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이철희 두 의원의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은 사실상 마무리발언이었다. 그는 "감옥에 갔다온 것에 비할 수 없는 정도의 (그보다 더한) 시련"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국민이 느낀 실망이나 분노와 비교하면 저나 저의 가족이 느끼는 고통은 더 적을 것"이라고 몸을 낮췄다.

기자간담회와 인사청문회, 두 차례 '조국 라이브'의 본질은 '태도'였다. 청와대 안팎에도 의혹에 대한 논리적 해명, 증거에 따른 소명은 가능할 것으로 봤다. 진짜 고민은 국민의 마음에 닿을 수 있느냐였다. 조 장관의 말처럼 "합법이냐 불법이냐"의 차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낮추고 인정하고 사과하는 길을 택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준엄한 평가"를 청했다. '친문'(친문재인) 대학교수로 민주당 혁신위원으로, 2년여 민정수석으로 보여준 모습과 달랐다. 돌아가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치는 게 그때의 조국이었다. 

지난해 말 12월31일 국회 운영위원회, 1월1일 새벽까지 이어진 회의의 화두는 청와대 특감반 의혹이었다. 그는 논리와 증거로 야당을 이기려 했다. 누구못지않게 법리에 밝은 법학자이자 현직 민정수석의 모습이었다. 

이기려는 각오,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문제라는 건 아니다. 태도의 문제였다. 민정수석의 국회출석 여부가 논란이 됐을 때 그는 "내 출석은 비싸게 팔아달라"고 말했다. 가볍게 움직일 수 없다는 뜻이었지만 비호감도 불렀다. 운영위 후 "조국의 완승"이란 평가 역시 돌아보면 작은 승리였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자택을 나서고 있다. 2019.09.08. scchoo@newsis.com


흔들리지 않는 모습도 흥미롭다. 금태섭 민주당 의원과 청문회 문답이 백미다. 조 장관은 금 의원 박사과정 지도교수였다. 나이차가 적어 백발의 노교수와 혈기왕성한 학생 같은 전형적인 모습은 아니다. 그렇다고 간단한 사이도 아니다. 금 의원은 조 장관에게 "인연"을 말했다. 그럼에도 송곳같은 지적을 쏟아냈다.

이런 배경을 알고 듣는 금 의원의 질문은 놀라웠다. 덕분에 청문회다웠다. 더 놀라운 건 조 장관의 반응이었다. 동요하는 기색없이 "말씀 깊이 새기겠다"고 답했다. 12월 운영위만 해도 그는 감정 변화를 내보이곤 했다. 청문회를 지켜본 한 측근은 "조 장관이 맷집이 세졌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지난 9일 정식 임명됐다. '조국 논란'은 한 고비를 넘어 다음 국면을 향한다. 누군가는 태도의 변화조차 위선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호불호와 찬반을 떠나서 '조국'이라는 이 시대의 상징적 인물이 한 단계 더 성숙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A는 1, B는 2… Z는 26. 알파벳에 순서대로 숫자를 매겨보자. 애티튜드(attitude) 즉 '태도'는 모든 철자를 합쳐 100이 된다. 조국의 시간, 그의 말처럼 "40년같던 4주"는 조국의 태도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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