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매파' 볼턴 빠진 핵협상장…북미 접점 가까워질까

[the300]원칙론자 빠진 美 유연해질 가능성 vs 북미 근본적 간극은 여전

권다희 기자 l 2019.09.11 11:21
【워싱턴=AP/뉴시스】존 볼턴 미 국가안보 보좌관이 7월 3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얘기하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약속을 어긴 곳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2019.08.01.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초강경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전격 경질되면서 곧 재개될 북미 비핵화 협상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미국의 대북정책에 '원칙'보다 '정치적 고려'가 우선 시 되며 북미가 접점을 찾을 가능성이 이전 보다 다소 커졌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반면 북미의 근본적 간극은 여전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부시정권 부터 온건책 '찬물' 앞장…北 저항한 '리비아식 모델' 언급= 볼턴 보좌관의 경질은 어떤 식으로든 향후 북미 비핵화 협상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슈퍼 매파의 퇴진으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에 맞춰 정치적 이해에 부합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볼턴 보좌관은 2001년 조지W부시 정부 당시 국무부 군축 담당 차관 직함으로 미 대북정책에 합류한 이래 거의 '신념'에 가깝게 대북 압박에 앞장섰다. CNN 북한 전문기자 출신의 마이클 치노이는 저서에서 "볼턴은 관료사회 내부에서 전투적인 공격수였으며, 북한과 대화가 불가능하고 북한을 봉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에 다시 등용된 이후에도 강경 발언들을 계속 쏟아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제1차 북미정상회담 전 북한이 극렬하게 거부반응을 보인 '선 핵폐기-후 보상'의 리비아식 모델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게 대표적 예다. 2월 2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도 볼턴 보좌관의 등장이 '불길한 징조'로 여겨졌을 정도다. 

지난해 본격화한 북미대화가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성'에 기댄 측면이 큰데, 트럼프의 즉흥성과 융통성을 제어하는 역할을 했던 볼턴 보좌관이 빠지면서 앞으로의 전개에도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정치를 우선시 하고 폼페이오 장관 역시 트럼프의 뜻에 맞춰 대북협상에 임할 가능성이 높다"며 "북한의 요구에 맞춰 미국이 좀 더 유연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하노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현지시간)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 회담장에서 확대 양자 회담을 하고 있다. 확대 회담에 미국 측에서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이 배석했고 북측에서는 리용호 외무상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함께했다. 백악관이 공지한 2차 북미 정상회담 2일 차 일정은 '양자 단독회담-확대 양자 회담-업무 오찬-합의문 서명식' 등의 순서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9.02.28.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북미간극 여전…'9월말 북미실무협상' 난항 예상=
 볼턴 보좌관의 퇴진이 결정적인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작지 않다. 볼턴 보좌관이 대북정책을 비롯한 미국의 외교 이슈에서 이미 입지가 줄어들어 있었다는 측면에서 현재의 대북정책기조 변화에 영향을 줄 여지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란 원칙 하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고수하고 있는만큼 북미간 간극이 여전하다는 진단도 있다. 미국은 우선 비핵화의 '큰 그림'과 최종상태를 정한 후 비핵화를 이행해 나가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북한은 여전히 '새 계산법'을 요구하며 '행동 대 행동'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견을 좁히기 쉽지 않다. 미국이 주장해 온 '동시·병행적' 비핵화와 북한의 '동시·단계적' 방법 간 충돌 가능성이 상존한다. 

미국이 하노이 회담 후 비핵화의 출발점으로 '동결'을 언급하며 상대적으로 유연한 태도를 내놨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동결의 대상과 방법을 정하는 과정에서 난항이 있을 수 있다. 미국은 동결 대상을 대량살상무기(WMD)로 밝혀 왔는데 북한이 이를 거부할 수 있는데다 핵시설 등의 신고를 수반해야 한다는 점 역시 난제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지난 9일 담화에서 "미국 측이 어렵게 열리게 되는 조미(북미)실무협상에서 새로운 계산법과 인연이 없는 낡은 각본을 또다시 만지작거린다면 조미사이의 거래는 그것으로 막을 내리게 될수도 있다"고 한 '경고'도 북미간 간극을 극명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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