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했던 평양 9.19, 文 절치부심 1년

[the300][런치리포트-남북정상 평양공동선언 1년]④인내와 끈기로 프로세스 재가동

김성휘 기자 l 2019.09.16 19:15

지난해 9월19일 평양.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손을 굳게 잡았다. 평양 능라도의 15만석짜리 스타디움 '5.1 경기장'에선 평양 시민을 상대로 "비핵화"를 외쳤다. 하루뒤 백두산 천지를 전격 방문했다. 모두 역사를 다시쓰는 일이었다.

그후 1년, 국민 여론이나 평화프로세스 모두 흥분이 가라앉고 냉정이 회복되는 시기였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회의론도 커졌다. 순간순간이 문 대통령에겐 고비였다.
【서울=뉴시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3차 정상회담을 위해 북한을 방문해 2박 3일 일정을 수행하고 돌아왔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3장면을 뽑아 한 장의 사진으로 만들어 보았다. 사진 (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8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백화원 초대소로 이동하며 시민의 환호에 손 들어 답 하고 있다. 사진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밤 평양 5.1경기장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경축 기념공연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빛나는 조국'을 보기 위해 입장한 뒤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 (아래)평양남북정상회담 3일째인 2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가 백두산 천지에서 손을 잡아 들어올리고 있다. 2018.09.22. phot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환희도 잠시..하노이 노딜 이후 인내의 시간= 문 대통령이 지난해 평양을 다녀온 후 남북-북미 투트랙은 분주했다. 분위기는 좋았다. 11월 남북은 DMZ(비무장지대)인 강원 철원 화살머리고지 일대 도로를 연결했다. 철도도 잇기로 하고 12월 연결 착공식까지 가졌다. 평양 합의문대로였다. 북미는 2차 정상회담을 추진했다.

북미가 각자 생각한 비핵화와 상응조치의 '가격'이 안 맞으면서 상황은 다시 꼬였다. 올들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초유의 '노딜' 정상회담을 마치고 헤어졌다. 북한에 비핵화와 바꿔줄 카드는 체제보장은 물론, 남북 경제협력과 외국인투자였다. 그 시작인 개성공단 재개, 금강산 관광 재개부터 막혔다.

북한은 미국과 직거래에 나선 듯했다. 남북대화도 연쇄 차질을 빚었다. 남북 철도연결은 착공식 다음 삽을 뜨지못했다. 여름 한미연합훈련이 예고되자 북한은 우리 정부, 심지어 문 대통령까지 거칠게 비난하는 쪽으로 태도를 바꿨다.

이 고비들은 문 대통령에게 절치부심의 시간이었다. 북한이 미사일, 신형 방사포 등 연일 발사체를 발사할 때에도 끈기있게 자제했다. 미국이 우리 정부의 자제력을 높이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맞대응보다는 차분히 진정성을 확인시켜주는 쪽을 택했다.

문 대통령은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1주년을 맞아 DMZ 둘레길 개방행사에 참석했다. 남북 긴장완화와 평화의 상징으로 조성한 '평화의 길'을 다양한 계층의 국민과 함께 걸었다. 외교무대도 적극 활용했다.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 순방땐 북한에 비핵화를 촉구했다. 4월 방미, 6월 트럼프 대통령 방한 땐 한미공조도 착실히 다졌다.
9.19 평양 남북정상회담 후 1년 일지/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맞대응보다 외교무대 뛰며 절실함 보여= 남북대화에 대해선 늘 회의론이 따른다. 북한문제의 핵심은 비핵화이고, 본질적으로 북미간 문제다. 이에 따르면 남북대화는 북미협상에 종속변수다. 북미가 다시 마주앉으려는 것도 미국의 지속적-전방위 압박 효과가 크다.

문 대통령은 고정관념에 머물지 않았다. 현실은 인정하면서 새로운 상상력을 채웠다. 남북대화와 북미대화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같이 굴러갈 때 한반도평화가 실현 가능하다는 것이다. 중재와 촉진이라는 공간도 그렇게 열렸다. 북미 정상의 6·30 판문점 회동에 판을 깔아주는 등 고비마다 북미 양측에 접점을 제공한 문 대통령의 역할을 빼고는 현재 국면을 설명하기 어렵다.

16일 현재 남북미 당국은 톱다운에만 의존하지 않는 기류다. 치밀한 실무협상으로 서명란만 남긴 합의문을 도출해야 3차 북미정상회담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 상황에 대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가장 중대한 고비가 될 것”이라며 “국민들께서도 대화의 마지막 고비를 넘을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6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선 "우리 정부는 그 역할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한반도 평화 정착과 평화경제로 공동 번영의 미래를 당당하게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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