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선언 1년, 北 미사일로 빛바랜 남북 군사합의

[the300][런치리포트-남북정상 평양공동선언 1년]③GP 철수 등 성과에도 연이은 발사체 도발…북미 교착국면 해소가 열쇠

서동욱 기자 l 2019.09.16 19:22
지난달 2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2시59분과 3시23분께 함경남도 영흥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미상 단거리 발사체를 두 차례 발사했다. / 사진 = 뉴스1


남북 군사당국은 지난해 제3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이뤄진 합의에 기초해 군사적 긴장을 줄이기 위한 '9·19 남북 군사합의'를 체결했다. 당시 송영무 국방장관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이 서명한 군사합의서 요지는 '상호간 적대행위 전면 중지'이다.

사실상 남북 간 불가침 합의이자 실질적 종전선언이라는 자체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 5월 이후 잇달아 발사체 도발을 감행하면서 비핵화를 위한 여정이 얼마나 멀고 험난한지 확인하고 있다.

성과가 없지는 않았다. 남북이 공동 시행키로 한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철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공동유해 발굴을 위한 연결도로 개설, 한강하구 지역 남북공동 조사를 통한 해도 작성 등이 그것이다.

남북은 지난해 10월 25일 JSA 내 모든 화기 및 탄약, 초소 근무를 철수했다. 근무 인원도 남북 각각 35명 수준의 비무장 인원이 수행하는 것으로 조정됐다. 11월에는 공동 유해발굴을 실시키로 한 강원도 철원 DMZ 내 화살머리고지 일대 도로가 연결됐다.

12월에 시범 철수 및 파괴조치를 이행한 11개 GP에 대해 상호 현장검증을 진행했다. 올해 1월에는 우리 정부가 제작한 한강 해구 해도를 북측에 전달하면서 군사분야 합의에 속도를 내는 것처럼 보였다.

군사합의는 올해 2월 베트남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면서 삐걱대기 시작했다. 공동유해발굴은 성사되지 않았고 DMZ 내 모든 GP 철수를 위한 논의도 멈춰섰다. JSA 자유왕래를 위한 협의,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구성도 첫발을 떼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계속됐다. 지난 5월 4일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로 추정되는 KN-23을 시작으로 5월과 7월에 각각 2차례, 8월에 5차례, 9월에 1차례 발사체 도발을 감행했다.

주로 사거리 500km 미만의 단거리 발사체들인데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교착국면인 비핵화 논의를 이어가기 위한 신호라는 평가가 나온다. 군사 전문가들은 미사일 능력 강화를 위해 새로운 무기체계를 끊임없이 실험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지난 1년의 여정은 남북간 군사 합의가 여전히 북미 대화의 틀 안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북미 대화를 중재하려는 우리 정부의 노력도 제한된 영역에 머물 수 밖에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결국 경색국면이 북미대화가 새로운 방향으로 바뀔 때 남북 간 실효적 군사합의가 진전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민간 안보연구기관 관계자는 "군사적 적대관계의 해소는 비핵화 논의의 시작점인 동시에 종결점으로 보는 인식이 필요하다"면서 "인내심을 갖고 신뢰관계를 쌓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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