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말로만 '피의사실 공표'손보기?…9개중 8개 법안 '폐기'

[the300][피의사실공표죄 충돌]2008년부터 '만료폐기'단골…"여야 '정략적'행위때문"

한지연 기자 l 2019.09.16 18:11

편집자주 형법 제126조 '피의사실공표죄'를 범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해진다. 하지만 2008년 이후 수백건의 피의사실 유포에도 불구하고, 이 죄로 기소된 사건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사문화된 이 법은 조국 법무부 장관과 그 가족의 피의사실 유포 논란으로 '국민의 알권리'와 '인권' 사이의 딜레마에 빠졌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피의사실 공표’를 두고 정치권이 연일 논쟁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법안 처리엔 국회가 손을 놓고 있다.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처벌 강화 내용을 담은 법안은 18대 국회때부터 꾸준히 발의됐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모두 처리되지 못하고 국회에서 잠들었다. 발의만 했을 뿐 적극적 논의는 하지않은 셈이다.

2008년부터 2019년 6월까지 18대~20대국회에서 피의사실 공표 처벌 강화 내용을 담은 ‘형법 개정안’은 총 9개 발의됐다. 대표발의자도 여야별로 골고루 분포돼있다. 현안의 유불리에 따라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여야의 입장이 그때그때 바뀌어 온 것을 보여준다. 

2009년 5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른바 ‘논두렁 시계’사건 이후 발의된 두 법안이 대표적 사례다. 이후 9월엔 ‘박상천(당시 민주당)안’이, 10월엔 이한성(당시 한나라당)안이 나란히 발의됐다. 

‘박상천 안’은 피의사실 공표를 했을 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는 ‘처벌 강화’ 내용이다. ‘피의사실’을 ‘혐의사실’로 용어를 바꿔 수사 중에 있지만 입건되지 않은 혐의사실까지 공개금지대상에 포함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반대로 ‘이한성 안’은 형사상 중요사건의 경우, 공익을 위해 부득이 공표해야 할때는 진실한 사실을 소속기관의 장의 지시에 따라 공표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관련 법안 9개중 무려 8개가 제대로 논의조차 못되고 ‘임기만료’를 이유로 폐기됐다. 지난 6월 정갑윤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 딱 하나만이 국회서 계류 중이다. ‘정갑윤안’은 피의사실 공표로 인해 명예훼손죄를 범했다면 그 죄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처벌 하도록 명시했다. 

지난 9일 조 장관 취임 이후 한국당이 일제히 여당의 피의사실 공표 손보기를 두고 ‘수사 외압’ 또는 ‘조국 일가족을 위한 법무부’라고 비판해 온 것과 대비된다.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여야가 “정략적”이라며 “언제는 피의사실 공표죄를 엄벌해야 한다고 하다가, 또 언제는 여론 재판에 사용하고 있다”고 봤다. 고 평론가는 “지금 피의사실 공표죄에 대해 큰 소리를 내고 있는 민주당 역시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당시 피의사실을 밝히지 않았느냐”며 “피의사실 공표를 해도 된다는 소리가 아니라, 정당들의 바뀌는 행태 자체가 ‘내로남불’인 셈”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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