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당대표 삭발' 황교안 "文정권, 헌정유린 더 묵과 못해"

[the300](종합)국회에선 정기국회 일정 연기 "조국, 장관으로 인정 못해"

박종진 기자, 백지수 기자, 강주헌 기자 l 2019.09.16 17:33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재인 정권의 헌정유린 중단과 조국 파면 촉구 삭발투쟁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6일 청와대 앞에서 삭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장관 임명을 강행한 지 일주일만이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5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재인 정권 헌정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 삭발투쟁을 진행했다. 황 대표를 비롯해 한국당 소속 의원 50여명이 참석했다.

황 대표는 이날 삭발식 직후 "문재인 정권의 헌정유린과 조국의 사법 유린 폭거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 저의 모든 것을 다 바치겠다"고 밝혔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조국과 같이 반칙하고 불공정하고 심지어 범법을 저질러도 법을 관장하는 법무부 장관이 될 수도 있는 세상"이라며 "황 대표의 결단이 하나의 움직임이 되어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큰 물결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삭발식에는 강기정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이 찾아왔다. 강 수석은 삭발을 만류하려는 대통령의 뜻을 전했으나 황 대표의 의지는 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대표가 저항의 의미로 삭발한 것은 우리나라 헌정 사상 처음이다.

황 대표는 삭발 이후 현장에 함께 한 의원들과 같이 이날 자정까지 자리를 지키며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야권에서 삭발 투쟁의 첫 주자는 무소속 이언주 의원이었다. 이 의원은 임명 강행 다음 날인 10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머리를 깎았다. 이어 11일에는 박인숙 한국당 의원이 같은 장소에서 삭발했다. 연휴 마지막 날인 15일에는 이학재 한국당 의원이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황 대표는 11일 박 의원 삭발식에 참석해 기자들이 '조 장관 임명 강행에 항의하는 릴레이 삭발'에 대해 묻자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 강구하고 추진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황 대표가 임명 일주일 만에 삭발을 결정한 것은 추석 민심의 영향으로 보인다. 정권을 견제하는 야당이 제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을 의식해 보다 강도 높은 투쟁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명절 전후 보수권에서도 한국당이 조국 정국에서 전략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증인도 못 부른 '맹탕 청문회'에 이어 임명을 강행했는데도 가시적인 투쟁이 들어가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는 지적이다.

추석 연휴 기간에도 서울 광화문에서 1인 시위를 했던 황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 회의 비공개 시간에 자신의 삭발 결심을 밝혔다. '위선자 조국 사퇴 1000만인 서명 운동'도 시작하고 지도부의 1인 시위도 했지만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상징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당 안팎에서 여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황 대표의 삭발 결심은 명절 기간 두루 청취한 민심을 반영한 결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이 아닌 황 대표는 이날 삭발을 계기로 원외투쟁을 확산하는데 주력할 전망이다. 주말 대규모 집회를 이어가는 한국당은 공휴일인 10월3일 최대 규모의 장외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당이 곧 내놓을 경제대전환 방안 등 정책투쟁으로 비전이 없다는 비판에도 대응할 계획이다.

원내투쟁은 나경원 원내대표가 구심점이다. 유례를 찾기 힘든 당 대표의 삭발 투쟁에도 국회 보이콧(거부)은 없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정기국회가 시작하면 '조국 국감'부터 해서 조국 문제를 바로잡는데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국회 일정 자체는 차질이 불가피하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장관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교섭단체 대표연설 등에서 국무위원 출석요구 안건에 여당과 합의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17일부터 예정됐던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연기됐다. 따라서 다음 주 예정됐던 대정부질문, 이달 30일부터 10월19일까지 예정됐던 국정감사 일정 등도 연쇄적으로 영향받을 가능성이 높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