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유전 파괴 드론 위력, 레이저 무기로 막는다(종합)

[the300]軍, 레이저 대공무기 체계개발 착수…드론시장 성장 위해선 민수 개척이 핵심

서동욱 기자, 안정준 기자, 김남이 기자 l 2019.09.17 16:09

단 10대의 소형 드론(무인기)이 사우디아라비아 주요 석유시설과 유전을 파괴하면서 군사용 드론의 위력이 드러났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반군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사우디에서 두 번째로 큰 쿠라이스 유전 등 2곳을 공격했다. 이때 사용된 드론은 전·후방 날개 길이 1m 안팎의 자폭용 드론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 당국도 이번 사태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 2014년 파주·백령도·삼척 등지에서 북한 소형 무인기가 잇따라 발견됐다. 올해 8월과 9월에는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인근과 전남 영광군 한빛원전 인근에서 드론 추정 소형 비행체가 출현하는 등 드론에 의한 테러 가능성은 상존한다.

<b>◇한국군, 드론 공격 막기 위해 레이저 대공무기 개발 착수</b> = 드론 공격에 대한 우리 군의 방어능력과 드론을 이용한 공격력은 어느 정도일까.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유사시 드론 공격에 대한 방어는 기본적으로 벌컨포 등 대공 방어체계로 대응한다. 하지만 드론은 크기가 작고 낮은 고도로 비행해 레이더에 잘 포착되지 않는다.

청와대 경비 등을 맡고 있는 육군 수도방어사령부가 지난 4월 이스라엘제 드론테러 방어용 탐지 레이더 9대를 도입,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군 주요 시설은 드론 공격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라고 군사 전문가들은 말한다. 대응방법에 한계가 있는 만큼 군은 레이저 대공무기 개발을 추진해 왔다.


 

레이저 대공무기 형상도 / 제공 = 방위사업청


방위사업청은 17일 레이저 대공무기 체계개발 사업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그동안 레이저 빔 추적·조준 기술을 연구해 왔는데 이러한 기술을 기반으로 드론 등 소형 비행체를 격추할 수 있는 레이저 대공무기 개발사업을 본격화한다는 것이다.

올해부터 약 880억원을 투자해 국방과학연구소 주관으로 진행한다. 2023년까지 개발을 완료해 전력화할 계획이다. 레이저 대공무기는 눈에 보이지 않고 소음이 없다. 별도의 탄약 없이도 전기만 공급되면 운용이 가능하다. 1회 발사 비용은 약 2000원에 불과하다는 게 방사청의 설명이다.

군은 공격용 드론의 전력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소형 공격용 드론은 육군과 해병대가 '도론봇(드론+로봇) 형태로 군사 교리를 발전시키고 있다. 정찰·감시용 드론은 공군 주도로 진행 중이다. 올해 4월 퇴임한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은 평소 드론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총장 재임 기간이던 지난해 9월 육군은 '드론봇' 전투단을 창설했다.

<b>◇드론시장 성장, 민수용 개척이 핵심</b> = 한국의 드론 개발 역사는 30년가량 됐다. 군수용 무인항공기에서 시작한 개발 역량이 상업·산업 부문에서의 수요확대와 맞물려 민수용으로 확산되는 형국이다. 추후 민수용 드론 개척이 드론시장 성장을 위한 핵심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업계와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 등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드론시장 규모는 약 3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2016년 대비 2.3배 가량 성장한 규모다. 드론 종주국으로 통하는 미국 시장규모가 같은 기간 2.6배 불어난 것과 비교하면 나쁘지 않은 성장속도다.

지난 7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무인이동체 산업엑스포'에서 참관객들이 육군 공격형 드론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 사진 = 뉴스1


한국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군용 부문에서 드론 개발이 시작됐다. 한국항공우주(KAI)가 가장 빨리 개발에 손을 댔다. KAI는 국내 최초로 육군에 실전배치해 운용 중인 RQ-101(송골매) 군단급 무인기 개발과 양산을 1991~2000년 진행했다. 2017년부터는 수직이착륙무인기(VTOL) 기술시범기 개발에 착수해 오는 9월 중 비행시험에 나설 예정이다.

대한항공도 1990년대 후반부터 무인기개발에 집중투자해 군용 무인기와 무인헬기 등을 개발 중이다. 사단 정찰용 무인기는 2015년부터 양산 중이고,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틸트로터 무인기는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드론 기술력은 드론 요격 시스템까지 진화한다. 한화시스템은 드론에 고출력 레이저를 쏴 작동불능 상태로 만드는 요격 시스템 연구 개발을 진행 중이다.

군수 부문에서 축적된 기술력은 민수용 드론으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드론 기술의 핵심인 배터리 부문에서의 진화가 주목된다. 두산은 드론용 수소연료전지 상용화에 성공했는데, 이를 탑재한 드론은 기존 리튬이온 드론보다 4배 이상 긴 2시간을 비행할 수 있다. 메타비스타는 기체 상태보다 에너지밀도가 높은 액체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한 드론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드론시장 규모를 키울 핵심은 결국 민수용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4차산업 시대 개막과 함께 건설과 물류, 교통, 에너지, 농업 등 적용 분야가 무궁무진해서다. 당장 두산의 연료전지가 적용된 드론은 긴 비행시간을 바탕으로 발전소 설비관리, 산불 모니터링, 장거리 긴급 물품 운반 등에 적용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막 성장하기 시작한 국내 민수용 드론시장이 중국에 잠식당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국내 민수용 드론시장의 상당 부분을 세계 최대 드론업체인 중국 DJI가 장악했다는 말도 나온다.

A 방산업체 관계자는 "중소기업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된 드론에 대기업이 진입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군수용과 달리 민수용의 경우 대규모 자본을 업은 중국 등 기업과 경쟁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드론 제작사는 200여개가 난립한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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