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출입은행 M&A 금융지원, 반도체 분야 5년간 '1건'

[the300]국내 기업 간 M&A에도 8500억원 투입…조정식 "극일 위한 체계적 금융지원 시급"

이원광, 이지윤 기자 l 2019.09.19 18:00

수출입은행(수은)이 최근 5년간 추진한 기업 M&A(인수·합병) 금융지원 중 일본의 수출규제 핵심 업종인 반도체 분야 지원은 단 1건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해외 원천기술 확보와 무관한 국내 기업 간 M&A 지원엔 8500억원이나 투입했다. ‘한일경제전’ 국면에서 극일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체계적인 전략 없이 돈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9일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기획재정위원회)이 수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수은은 2014년부터 2019년 7월까지 모두 38차례에 걸쳐 총 4조3867억원을 기업 M&A 지원에 썼다. 이 중 반도체 분야 금융 지원은 1건 뿐이었다.

화장품·석유 등 비반도체 화학 분야가 12건으로 가장 많았다. △서비스 분야 10건 △금속 분야 4건 △기계 및 장비 분야 4건 △목재 등 비금속 분야 3건 △자동차 분야 2건 △통신 및 방송장비 분야 2건 등이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국내 기업 간 M&A엔 8500억원이 쓰였다. 정부 등이 출자하는 정책 금융기관이 설립 목적과 다르게 국내 기업의 몸집 불리기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한 셈이다.

한국수출은행법에 따르면 수은은 수·출입과 해외 투자, 해외 자원 개발 등 대외 경제협력에 필요한 금융을 제공하고 국민 경제 발전을 촉진한다는 목적으로 설립됐다. 수은 자본금은 15조원이며, 정부와 한국은행, 산업은행 등이 출자한다.

또 국내기업의 해외기업 인수에 1조8781억원(42.8%)가 투입됐고, 국내기업의 해외법인이 해외기업을 인수할 때 1조6586억원(37.8%)이 들어갔다.

대기업 쏠림 현상도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수은의 M&A 지원 자금이 중소기업에 투입된 경우는 한 차례도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대기업은 전체 자금 93%에 달하는 4조 789억원을 지원 받았다. 중견기업은 전체 7%인 3078억원을 받았다.

내년 핵심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를 위한 M&A 지원에 약 2조5000억원이 풀리는 상황에서 이를 운용하는 정책 금융기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비반도체 분야나 국내 기업 간 M&A 등에 해당 자금이 쏠릴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극일 역량 제고와 해외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수은의 공정하고 체계적인 금융지원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며 “민주당 정책위원회 차원에서도 제도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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