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일 위한 M&A 실탄 '2.5조', 제대로 쓰일까

[the300]'기술 독립' 소홀, 정책 금융 실태 '반면교사' 삼아야…차기 수은 행장 '책임감↑'

이지윤, 이원광 기자 l 2019.09.19 18:02

최근 5년간 수출입은행(수은)의 기업 M&A(인수·합병) 지원 현황은 기술 독립에 소홀했던 금융 정책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내년 극일 역량 제고를 위한 M&A 지원에 2조5000억원이 투입되는 상황에서, 이같은 실태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당의 정책위의장이 정책 금융자금 문제를 직접 챙기기로 한 이유다.
(관련기사☞[단독]수출입은행 M&A 지원, 반도체 분야 5년간 '1건')

정부는 지난달 5일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발표하면서 기업 M&A 지원에 방점을 찍었다. 전략 물자 관련 핵심 품목 중 기술 확보가 어려운 품목은 기업 M&A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복안이다.

실탄도 준비됐다. 정부는 이같은 해외 M&A 지원 자금으로 약 2조5000억원을 마련했다. 또 해외의 핵심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전문기업 인수 시 대기업 5%, 중견기업 7%, 중소기업 10% 등 공제율로 법인세 세액공제도 추진한다.

M&A 지원 정책의 키는 정책 금융기관이 쥔다. 수은과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이 M&A 자금을 지급하고 자문·컨설팅과 사후통합관리(PMI) 등도 종합 지원한다. 수은, 산업은행,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달 10일 ‘해외 M&A·투자 공동지원 협의체’ 구성을 마친 상황이다.

문제는 내용이다. 2조5000억원의 대규모 정책 자금이 핵심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와 무관한 M&A에 흘러갈 우려다. 실제 수은이 지난 5년여간 반도체 분야 해외 M&A에 지원한 사례는 1건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 원천기술 확보와 직접적 관계가 없는 국내 기업 간 M&A에도 8500억원이 쓰였다.

정책위 관계자는 “신산업과 미래 먹거리 창출 등에 들어가야할 정책 자금이 기업 수요에만 의존해 소극적으로 운영됐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도 과제다. 정부·여당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계기로 한국경제 체질 개선에 나선다는 각오지만, 해당 자금이 대기업에 편중될 우려가 높은 게 현실이다. 2014년부터 올해 7월까지 국내 중소기업을 위한 수은의 M&A 자금 지원은 없었다.

신용등급과 재무·담보 능력, 상환 가능성, 인수자금 중 대출금 비율 등 높은 심사 기준으로, 중소기업들이 발길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 규모에 따라 다층적인 M&A 지원에 나선다는 정부 방침과 차이를 보인다.

차기 수은 행장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기술 독립과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규모 정책자금을 운영할 적임자가 수은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은성수 전 행장이 금융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현재 수은 행장은 공석이다. 최희남 한국투자공사(KIC) 사장과 유광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전병조 전 KB증권 사장 등이 차기 행장으로 언급된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기획재정위원회)은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해 다양한 기업을 위한 M&A 금융지원 대책이 마련된 만큼, 대기업 위주로 금융 지원을 해온 수은의 지원 행태는 바뀌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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