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삭발투쟁→정책투쟁 무게이동

[the300]20일까지 20여명 릴레이 삭발투쟁, 민주당은 '공천용' 비판… "다음단계 투쟁으로"

조철희 강주헌 이원광 기자 l 2019.09.20 17:04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재인 정권의 헌정유린 중단과 조국 파면 촉구 삭발 투쟁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최근 정치권을 뜨겁게 달군 자유한국당의 삭발 릴레이 속도가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를 관철하기 위한 '투쟁'이었지만 당 안팎에서 쌓이기 시작한 피로감과 공천용이라는 여당의 비판, 약화되는 대외 효과 등에 한국당 내부에서도 자제 분위기가 관측된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국당 내부에선 이제 가능하면 삭발을 자제하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황교안 대표도 이미 삭발을 했기 때문에 당 지도부는 의원들이 추가적으로 삭발에 나서기보다 다음 투쟁 단계로 넘어가는 것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의 릴레이 삭발은 이언주 무소속 의원이 조 장관 임명 강행에 반발하며 가장 처음 단행한 이후 불씨가 옮겨 붙으며 시작됐다. 지난 11일 박인숙 의원이 한국당에서는 가장 처음으로 포문을 연데 이어 황교안 대표가 16일 동참하면서 파급력이 커졌다.

지난 16일에는 황 대표가 승부수를 던졌다. 이후로 중진의원들과 원외인사들이 가세하며 릴레이가 이어졌다. 이날까지 삭발한 원내외 인사가 20여 명에 달한다. 

한국당의 릴레이 삭발 배경에는 '총력투쟁론'이 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 상승의 변곡점을 만들기 위해서 대여공세를 비롯해 '뭐든지 다해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앞서 한국당 지도부는 장외투쟁·원내투쟁·정책투쟁 등 3대투쟁 총력전을 펼쳐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황 대표의 삭발도 이러한 절박한 인식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황 대표는 삭발식을 연 당일 아침 삭발 결심을 밝혔다고 알려졌다. 일부 참모진들이 만류했지만 결국 삭발을 감행했다.

황 대표 삭발 당시 한국당 내에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이언주 의원이 먼저 했기 때문에 떠밀려 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어 파급력과 효과를 고려하면 '늦었다'는 우려가 나왔다. 반면 헌정사상 첫 제1야당 대표의 삭발로 야당의 결기를 보였다는 평가도 있다.

한국당으로선 절박하고 다급한 선택이었지만 전략적이지 못했다는 내부 반성도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당대표가 삭발을 하려면 첫 번째로 하거나 첫 타이밍을 놓쳤다면 다른 의원들 이후 맨 마지막에 하는 게 나았을 것"이라며 "대표가 최후 카드를 써버리면 더 이상 카드가 없다는 점에서 짜임새 있게 전략을 짜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의 릴레이 삭발을 정치 공세로 규정했다. 정기국회 중인 만큼 민생 현안을 챙기는데 함께 하자고 연일 촉구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한국당을 겨냥, "단순히 겉모습을 삭발만 해선 국민공감을 절대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쪽에선 한국당의 릴레이 삭발을 내년 총선에 앞선 공천 경쟁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적잖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황 대표는 흔들리는 리더십과 지도부 책임론을 불식시키고 당 대표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의원들은 다음 공천을 굳히기 위해 삭발을 단행한다는 얘기가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이 대변인은 "삭발 훈장을 받지 못하면 공천을 받지 못하는 듯 삭발식을 바라보는 의원들 눈길이 초조하다"며 "당 대표가 삭발을 했으니 언젠가 자기 차례가 올 수밖에 없다는 체념일 것"이라고 했다. 

여당의 비판과 당내 이견 속에서 한국당은 점진적으로 3대투쟁의 한 고리인 정책투쟁에 무게추를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오는 22일에는 당 대표 직속 기관인 '2020 경제대전환위원회'가 '민부론'(民富論)의 완성본을 발표한다. 

한국당은 그동안 현 정권이 정부 주도로 재정을 투입해 인위적으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펼친 것이 경제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민부론에는 '작은 정부'와 '친시장' 중심의 경제정책이 담길 예정이다.

황 대표는 앞서 한 당내 행사에서 "당이 정책 대안을 가져야 정권 폭정과 실정을 막을 수 있다"며 "경제대전환 비전을 발표하고, 외교안보 비전을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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