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상응조치 '北체제보장' 어떻게 구체화될까

[the300]트럼프, 한미연합훈련·주한미군 문제 테이블 올릴 수도

최태범 기자 l 2019.09.23 05:30
【서울=뉴시스】북한 로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6일 새벽 "신형전술유도탄 위력시위발사를 참관했다"고 7일 보도했다. 로동신문 1면에 사진 9장과 함께 "우리 나라 서부작전비행장에서 발사된 전술유도탄 2발은 수도권지역 상공과 우리 나라 중부내륙지대 상공을 비행하여 조선동해상의 설정된 목표섬을 정밀타격하였다"고 보도했다. 2019.08.07. (출처=로동신문) photo@newsis.com


북한이 비핵화 실무협상을 앞두고 미국에 요구하는 핵심 상응조치(보상조치)는 ‘체제보장’이다. 2월말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때 원했던 대북제재 해제에 더해 '제도 안전'이란 포괄적 개념으로 협상 문턱을 높인 것이다.  

체제보장은 2017년 위기 국면일 때 트럼프 행정부가 상응조치로서 북한에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의 체제보장은 북미가 두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이견을 확인한 뒤 ‘새 계산법’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조만간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 간 실무협상이 시작되면 이전에 거론되지 않았던 포괄적인 체제보장 방식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다.

22일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한미는 북한이 이번 실무협상에서 어떤 체제보장 유형을 요구할지를 놓고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일(현지시간)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에서도 이 문제가 주된 의제로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최근 제재해제보다는 체제보장 쪽으로 옮겨가 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아무래도 안보를 보장한다는 것은 안전을 보장받는 쪽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측의 얘기를 들어봐야 하기 때문에 (실무협상에서) 그쪽(북한) 얘기를 먼저 들어봐야 한다”고 했다.

◇北, 美 새 계산법으로 ‘단계적 비핵화’ 수용 요구

【서울=뉴시스】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이달 중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카운터파트로 김명길 전 베트남 주재 북한대사가 거론된다. 사진은 지난 2월 26일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 주베트남 북한대사관 방문을 마치고 나오며 김명길(오른쪽) 전 베트남 주재 북한대사와 대화하고 있는 모습.2019.07.04. (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

북한은 지난 9일 실무협상 재개 의사를 밝힌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 발표 후 일주일이 지난 지난 16일 체제보장과 제재해제를 요구하는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 명의의 추가 담화를 발표했다. 20일에는 ‘북미 실무협상 수석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의 담화를 통해 “미국이 북미 실무협상에 제대로 된 계산법을 갖고 오리라 기대한다. 그 결과에 대해 낙관하고 싶다”고 했다.

특히 김 순회대사는 “조미쌍방이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으며 실현 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단계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라는 취지가 아닌가싶다”고 했다. '단계적 비핵화'를 기본 협상기조로 설정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으로 합의 가능한 선에서 ‘동시적인 주고받기를 하자’며 이를 미국의 '새 계산법'으로 제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제재해제에서 체제보장으로 개념을 확대하고 단계적 비핵화를 협상 기조로 제시했지만, 미국이 체제보장과 관련해 내놓을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앞서 제시했던 종전선언과 평양 연락사무소 개설 등은 북한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北체제보장, 종전선언·평양연락사무소 +α(주한미군 이슈) 나올까

【서울=뉴시스】박미소 수습기자 = 23일 오전 해군본부가 '이지스구축함 취역 10년, 연합 전구작전 능력의 핵심전력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지난 2017년 11월 세종대왕함(오른쪽)이 한미해군의 연합훈련에 참가해 지휘능력을 선보이는 모습. 2018.12.23. (사진=해군본부 제공) phot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지난 20일 국방대학교 안보학술대회에서 "정치적 안전보장이라는 것은 결국 수교관계"라며 "연락사무소를 개설하고, 수교협상에 들어가는 것을 이야기하는데 (미국이) 얼마나 나올지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 낭비’를 이유로 한미 연합훈련에 부정적 입장을 표시해왔던 만큼 이를 협상카드로 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미 연합훈련의 성격변화나 축소나 폐지, 전략자산의 조건부 전개 등이 거론된다.

주한미군 문제가 다뤄질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체제를 위협하는 핵심 요소로 주한미군을 지적해왔다. 트럼프 대통령도 “언젠가는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싶다. 그들을 집으로 데려오고 싶다. 돈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표시해왔다.

제재완화 차원에서 부분적인 인센티브가 주어질 가능성도 있다. 금강산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개를 통한 우회적 방식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직접 요구했던 사안이다. 우리 정부가 북미협상의 촉진을 위해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정부는 북미간 체제보장 논의가 본격화하면 한국이 관여할 수 있는 역할도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오는 23일(현지시간) 유엔 총회가 열리고 있는 뉴욕에서 개최되는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비핵화와 상응조치에 대한 의견이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지난 18일 기자들과 만나 “체제보장은 정치적인 인정과 외교관계 정상화, 경제적 제재완화, 군사적인 보장 등 포괄적인 개념인데 특히 군사 분야의 안전보장과 관련해선 북미가 해야할 일이 있고 남북이 해야할 일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질적인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은 남이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남북간 해야될 일이 훨씬 크다. 이것은 북한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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