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역사 썼던 20대 국회, 낙제 위기…마지막 기회 살려야

[the300]정기국회 일정 돌입, "쟁점 적은 경제·민생법안이라도 처리해야"

박종진 기자, 한지연 기자, 강주헌 기자, 원준식 인턴기자 l 2019.09.23 05:50
①시간 없다…민생법안 밀린 숙제 끝내자
[the300]20대 마지막 정기국회 본격화, 올해 본회의 법안처리 '단 3일'


이번 주 대정부질문을 시작으로 제20대 마지막 정기국회 일정이 본격화된다. 민생법안 처리의 마지막 기회다. 촛불민심을 받아 안아 대통령 탄핵이라는 새 역사까지 쓴 20대 국회지만 종합 성적표는 낙제에 가깝다.

여야 극한대립으로 올해는 공전에 공전을 거듭했다. 파행과 마비가 계속된 탓에 대한민국 국회가 올 한해 동안 본회의에서 법안처리를 한 날은 단 사흘에 불과하다. 7년 만에 패스스트랙(신속처리안건) 동물 국회가 연출됐고 추가경정예산안은 역대 두 번째 장기 표류했다.

정기국회가 열리기 전인 8월 말 기준 법안처리율은 29.4%다. 같은 기간 역대 국회와 비교해도 민주화 이후인 13대 국회 이후 최악이다.

법안은 밀려 있는데 시간은 없다. 26일부터 시작되는 대정부질문, 10월2~21일까지 국정감사, 10월22일 예산안시정연설, 10월28~30일 교섭단체 대표연설 이후 10월31일쯤 법안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12월10일 정기국회 종료 전까지 본회의를 열 수 있는 날도 많지 않다. 내년 4월 총선 일정을 고려하면 일하는 국회는 사실상 두 달 남짓 남았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세계 경제의 하락 국면 속 한국 경제는 버틸 힘이 부족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미중 무역전쟁에 일본의 대한(韓) 수출규제, 사우디발 유가급등 같은 악재가 쏟아진다. 최저임금, 52시간제 등 노동시장 문제와 규제혁신 등 대내적 숙제도 쌓였다. 경제인들의 표현대로 ‘종합세트’다.

그런데도 정기국회 전망은 밝지 않다. 정기국회 문을 열었지만 여야 모두 ‘조국 블랙홀’에 빠졌다. ‘제2의 조국 청문회’ ‘조국 국감’을 공언하며 야당은 연일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여당은 야당의 의혹 제기를 ‘정쟁’으로 규정하고 일절 대응하지 않겠다고 맞선다. 덮쳐오는 대내외 불안요인에 경제와 민생을 지켜야 한다는 다급함은 안 보인다. 여기서 밀리면 끝이라는 진영논리, 비장한 대결의식은 여의도에만 흐른다.

“요즘 우리 경제는 버려지고 잊혀진 자식이 아닌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상의) 회장이 최근 공개석상에서 토로한 말을 정치권을 빼곤 모두 공감한다. 더불어민주당도 자유한국당도, 바른미래당도 민생과 경제 활성화를 말한다. 일본 수출규제 대응 법안이나 규제혁신법안 등 무쟁점 법안만이라도 시급히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싸우더라도 할 일은 하면서 싸우라는 절규다.



②8년 미룬 '서발법' 등, 안되는건 놔두고 무쟁점 법안이라도
-[the300]신산업 위한 규제개혁법안 등 여야 합의할 수 있는 법안도 많아

제20대 국회에게 주어진 시간은 두달 남짓이다. 12월10일까지 이어지는 정기국회에서 밀린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모두 ‘경제’와 ‘민생’을 강조한다. 민주당은 사회적 약자 보호 등 기존 정부 정책을 보완하면서 경제 활성화에 방점을 찍는다. 한국당은 현 정부의 정책이 반기업 반시장적이라고 주장하며 자유경제의 회복을 강조한다.

큰 줄기에서 서로 방향성은 다르지만 쟁점이 없는 법안들도 적잖다. 신산업을 위한 규제 개혁법안들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찬반이 분명한 법안들은 논외로 하고 이견이 크지 않은 법안들만이라도 제20대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민주당, 경제활력에 방점…日 수출규제 대응에 집중= 민주당은 경제 활성화법안을 최우선으로 238개의 정기국회 중점법안을 선정했다. 크게 △일본 수출 규제 대응 경제활성화 법안 △청년·여성·지역 대상 민생법안 △개혁 쟁점 법안 △장기 계류된 비쟁점 법안 등 4개 분야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24일 정책 의원총회를 열어 법안처리 전략을 논의한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일본 수출 규제 대응 경제활성화법안을 최우선적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일본 수출 규제 대응 법안은 △소재부품장비산업(소·부·장) 육성 특별법 △조세특례제한법 △화학물질관리법 △국가연구개발혁신 특별법 등이다. 소·부·장 특별법은 핵심전략 품목과 특화선도 기업을 키우기 위한 기술개발 지원 내용을 담았다.

투자 촉진을 위한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 △해외진출기업 국내복귀지원법 △외국인투자촉진법도 있다. 데이터 산업 육성을 위한 △빅데이터 경제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수소경제법 △자본시장법도 대표적 경제활성화법으로 꼽힌다.

민생법안은 △근로기준법 △청년기본법 △유치원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고교무상교육(초중등교육법·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아이돌봄지원법 △기초연금법 등이다. 사립 유치원의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유치원3법은 패스트트랙에 올라 타있다. 




◇한국당 역시 ‘경제’, 또 ‘경제’= 한국당은 정기국회에서 중점 추진할 법안을 7대 분야로 분류해 29개 쟁점법안을 선정했다. 소위 ‘25개+4개 패키지 법’이다. 키워드는 경제와 안전이다.

7대 분야는 △국민부담경감 3법 △소득주도성장폐기 3법 △기업경영활성화법 △노동유연성강화법 △국가재정건전화법 △건강보험기금정상화법 △생명안전뉴딜법 등이다.

국민부담경감 3법은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유지하는 조세특례제한법과 1세대 1주택자 재산세를 감면하는 지방세법, 공시가격·지가 인상을 방지하는 부동산가격공시법 등이다. 소득주도성장폐기 3법은 최저임금을 월 단위로 환산할 때 주휴 시간을 제외하고 탄력 근로 시간제 단위 기간을 확대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기업경영활성화법은 현행 과표 구간을 단순화하고 기업의 세액공제 등이 들어간 법인세법과 상속세·증여세법 등이다. 노조의 사회적책임법과 노동 자유 계약법 등을 포함한 노동유연성강화법, 국가채무총액 비율을 40% 이하로 유지하도록 하는 재정건전화법 등도 쟁점법안으로 선정했다.

◇이 법만큼은…= 법인세 등 세금 감면 문제, 노동시장 개혁 등은 중요성과 별개로 이견이 커서 단기간에 처리가 어렵다. 여당이 경제활력 법안으로, 야당이 규제강화 법안으로 각각 다르게 해석하는 상법 개정안,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이나 약자보호를 위한 시각이 서로 다른 가맹사업법 등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기본 방향에서 여야가 공감하거나 의견대립을 충분히 조율할 수 있는 법안들은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2011년에 발의돼 무려 8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수없이 서비스산업 육성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국회는 관련 법체계조차 정비하지 못하며 허송세월해왔다. 제20대 국회에서는 꼭 통과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가명정보 활용 등 개인정보 취급 규제를 완화하는 데이터 3법도 여야 이견이 적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불리는 데이터 산업의 기틀을 닦기 위해 필수적이다.

또 일본 수출규제 대응을 위한 기업 지원 분야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는데 문제가 없는 부분이다. 이 과정에서 논의될 수 있는 화학물질관리법 등 규제 완화와 관련된 것들은 산업계의 요구로서 한국당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해외진출 기업의 국내복귀 지원, 수소산업 육성을 위한 법들도 여야가 모두 추진하고 있다.

탄력근로제 기간확대 등 52시간제의 보완방안도 여야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밖에 소상공인보호법,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법 등 민생법안들도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부분이다.



③[팩트체크]20대 국회, 역대 최악의 법안처리율?
-[the300]정기국회 열리기 전날까지 법률안 처리율 29.4%로 최하…접수 법률안 증가 속도 따라가지 못해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20대 국회는 (현재) 30.5%라는 법안 처리율로 최악의 국회라는 불명예를 남길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민생 법안의 처리를 촉구하며 "20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는 단 100일이라도 일하는 국회의 성과를 만드는 생산적인 국회가 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정기국회 개회일인 2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 파행이 올해 연속돼 법안 처리율이 30.5%에 불과해 역대 최악"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발언 역시 여야 대립이 깊어진 가운데 민생법안 처리를 촉구하면서 나왔다.

20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이 역대 최악이라는 발언은 사실일까?

[검증 대상]

20대 국회의 법안처리율이 역대 국회 중 최하인지 여부

[검증 내용]

◇마지막 정기국회 전날까지의 법안처리율을 역대 국회마다 분석한 결과, 20대 국회가 29.4%로 최하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민주화 이후인 13대 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 법안처리율을 분석한 결과, 20대 국회의 법안처리율이 최악이라는 발언은 대체로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마지막 정기국회가 열리기 전날을 기준으로 20대 국회의 법안처리율은 29.4%로 민주화 이후 역대 국회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임기 중인 20대 국회와 이전 국회들의 정확한 비교를 위해 국회별로 마지막 정기국회가 열리기 하루 전인 8월 31일까지 접수, 처리된 법안을 분석했다. 법안처리율은 해당 기간 [본회의 처리 법률안 수(가결 + 대안반영 + 부결 + 기타)]/(접수된 법률안 수)로 계산했다. 분석 기간이 국회 임기 중으로 임기만료폐기 법안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 30.5%는 '의안 처리율'…1%p 차이 있지만 마찬가지로 최하

이 원내대표가 말한 "30.5%"는 엄밀하게 말하면 "의안처리율"이다. 이 원내대표가 사용한 수치는 법률안뿐만 아니라 의원 징계, 승인안 등을 포함한 '전체 의안'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이기 때문에 법안처리율과 1%p 정도의 차이가 발생한다. 민생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두 대표 발언의 취지에 맞게 기타 의안 등을 제외한 '법률안'만을 분석한 결과는 29.4%였다.

전체 의안에 대한 처리율도 마찬가지로 20대 국회가 가장 낮게 나타났다. 이 원내대표가 인용한 20대 국회의 의안처리율은 19대 국회의 35%, 18대 국회의 47%보다 낮게 나타나며 최하치를 기록했다. 전체 의안을 분석 대상으로 하든, 법률안만을 대상으로 하든 20대 국회의 처리율이 가장 낮다.

◇접수 법률안 빠르게 늘지만 처리는 부진

법안 처리율은 13대 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 꾸준히 감소해 왔다.15대 국회부터 접수 법안 수는 꾸준히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처리 법안 수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20대 국회는 같은 기간 18대 국회보다 9000건 이상의 법안을 더 접수했지만 처리 법안 수는 1000건도 채 늘지 않았다. 19대 국회와 비교해도 20대 국회의 접수 법안 수는 약 36% 증가했지만 처리법안 수 증가율은 17%에 그치며 더 많은 계류 법안들을 남겼다.

국회 입법조사처장을 지낸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낮은 법안처리율의 원인이 국회 파행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복합적으로 봐야 한다"며 "국회가 잘 열리지도 않고, 열려도 쟁점 법안에 대한 여야 합의가 잘 되지 않는 것이 한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발의 건수가 많아지는 것은 좋지만 중복되거나 불필요한 법안도 많고 이것을 다룰만한 시간이나 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검증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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