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에 타죽을 수 있다", "사퇴하세요"…대정부질문의 막말 대잔치

[the300][런치리포트-대정부질문 사용설명서]②20대 국회 대정부질문 명장면

김평화 기자, 원준식 인턴기자 l 2019.09.26 04:30
야당은 질타, 여당은 방어. 대정부질문에서 국무총리와 각 부처 장관 등 국무위원들을 대하는 여야 의원들의 기본 자세다. 질문에 나서는 의원들은 1인당 십여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지난 대정부질문들을 돌이켜보면, 특히 야당 진영에서 거친 말들이 많이 나왔다.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견제, 감시 차원에서 '쓴소리'는 필요하다. 하지만 인격을 모독하는 수준의 '막말'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은 20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눈에 띄었던 장면들을 꼽아봤다.

◇"대통령 코스프레하지 말라"=2016년 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당시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정부질문에 참석했다. 대통령 권한대행 꼬리표까지 달고서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후 처음 열린 대정부질문이었기에 포화는 황 권한대행에 집중됐다. 정책 현안 관련 질의는 별로 없었다. 그대신 황 권한대행의 의전 문제, 대선 출마 의사 등에 대한 질문이 주를 이뤘다.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 코스프레를 오래 하고 싶은 것 아니냐"고 물었다. 황 권한대행이 국회에 출석하면서 대통령 수준의 의전을 요구했다는 지적이었다. 황 권한대행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이재정 민주당 의원도 황 권한대행을 향해 날을 세웠다. 당시 황 권한대행은 한일 위안부 보상 합의, 역사교과서 정책 관련 발언을 이어가고 있었다. 황 권한대행이 "국가 안보와 올바른 교육을 위해 많은 논의를 거쳐서 찬반…"이라고 말하는 순간 이 의원이 말을 끊었다. 이 의원은 "판단하실 필요 없다"며 "(황 권한대행이) 감안해서 판단할 만큼의 권능이 없으십니다, 총리님"이라고 말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황 권한대행에게 "촛불에 타 죽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였다. 하 의원은 청와대 직원들의 청문회 불출석 사유 해명 요구에 황 권한대행이 즉답을 피하자 "또다시 최순실에게 부역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황 권한대행은 "부역이라니요?"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의원님께서 한국 대통령보다 일본 총리를 신뢰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대정부질문에서도 공수교대가 이뤄졌다. 대정부질문 단골손님이 된 이낙연 국무총리는 강력한 수비수로 평가받는다. 중저음의 목소리로 야당의 공격을 차분히 받아내며 여러 어록을 남기기도 했다. 대정부질문이 낳은 '스타'라는 평가도 있다.

이 총리를 상대로 질문한 의원들 입장에선 김이 샐법한 일도 많았다. 특히 2017년 9월11~14일까지 나흘간 열린 제354회 정기회 대정부질문이 백미였다.

김성태 한국당 의원(전 원내대표)은 문재인 정부의 이 총리에 대한 질의에서 한미동맹과 대북정책을 비판했다. 김 의원은 "오죽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통화하면서 한국이 대북 대화를 구걸하는 거지같다는 그런 기사가 나왔겠습니까?"라며 "전략적 왕따가 문재인 정권 안보 전략인지 정확하게 답변해보세요"라고 이 총리를 추궁했다. 

이 총리는 "김성태 의원님이 한국 대통령보다 일본 총리를 더 신뢰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라는 말로 간단히 받아쳤다. 김 의원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박지원 무소속(당시 민주평화당) 의원도 같은 날 이 총리와 격돌했다. 박 의원은 북한 발사체 발표 혼선과 사드(THAAD) 배치, 한미동맹 균열 등의 문제점을 잇달아 지적했다. 박 의원은 "미국이 한국의 미국산 첨단 무기 구매 승인을 발표했음에도 청와대가 이를 숨기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이 총리는 "청와대보다 백악관을 더 신뢰하지는 않으시리라고…"라고 답했다. 하지만 박 의원은 "백악관 말이 지금까지 다 맞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사퇴하세요" 난무, 몸싸움까지도…

지난해 10월 초 열린 제364회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에선 아수라장이 벌어졌다. 여야 의원은 서로를 향해 고성을 지르고 몸싸움을 벌였다. 특히 지난해 10월4일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데뷔전'이었다. 문 대통령은 야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 부총리 임명을 강행했다.

유 부총리가 인사말을 하는 동안 본회의장에선 "사퇴하세요"라는 말이 한국당 등 야당쪽에서 반복적으로 나왔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에 반발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질문에 나선 이철규 한국당 의원은 유 부총리의 위장전입, 전문성, 차기 총선 출마 여부 등을 거론했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당시 원내대표)은 의장석으로 향했다. 그는 이주영 국회부의장에게 선을 지켜달라는 취지로 항의했다. 이를 지켜보던 김성태 한국당 의원(당시 원내대표)도 의장석으로 나가 홍 의원을 막아섰다. 

김 의원은 "왜 대정부 질의를 방해하느냐"고 말했다. 신경전이 펼쳐졌다.

이번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유사한 장면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조국 법무부 장관 적격성 여부를 두고 여야 대립의 골이 깊어진 상황이다. 주로 질문을 받게 될 조 장관의 상징성이 이낙연 총리나 유은혜 부총리보다 크다고 볼 수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번 정기국회 대정부질문과 국정감사를 통해 조 장관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최근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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