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리포트]고군文투 대통령과 4억 보석 도난사건

[the300][춘추관]격랑 속 안간힘 나름 성과..국내정책도 점검해야

뉴욕(미국)=김성휘 기자 l 2019.09.28 12:00
미국 민주당의 트럼프 대통령 탄핵추진을 보도한 CNN 뉴스. 2019.9.25./CNN 캡처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총회 외교는 희한한 도난사건으로 시작했다. 

월요일인 23일 새벽(현지시간), FOX 등 주요매체는 일제히 뉴욕 트럼프 타워의 보석 도난사건을 다뤘다. 뉴욕 5번가의 랜드마크인 트럼프타워는 주상복합이다. 이곳의 두 입주자가 각각 집에서 보석이 사라졌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피해액은 합계 35만3000달러(약 4억2150만원) 상당이다. 두 입주자는 각각 휴가 등 장기간 집을 비운 뒤 돌아와보니 다이아몬드 팔찌 등이 사라져있었다고 진술했다. 

특별한 외부침입 흔적이 없는 가운데 미국 매체들은 "뉴욕, 아니 미국에서 가장 보안이 철저할 건물에서 일어난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타워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택이 있고 그가 뉴욕에 올 때마다 머무는 곳이다. 세계최고의 철통보안 구역이 될 만하다.

미국 국내이슈와 국제뉴스를 아우르는 '폭탄'도 터졌다. 트럼프와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복잡하게 얽힌 우크라이나 스캔들이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전 부통령 관련 언급하는 트럼프 대통령 모습. 2019.9.23/미국 FOX뉴스 캡처


바이든이 부통령에 재직중일 때 아들 헌터 바이든이 취직한 우크라이나 기업을 위해 당시 우크라이나 정부에 압력을 행사한 의혹을 다름아닌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했다. 이건 트럼프 대통령에게 양날의 칼도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원조 중단 등을 지렛대 삼아 우크라이나 현 정부에 바이든을 조사하라고 요구했다는 주장이다. CIA 내부고발자가 이를 폭로했다. 바이든은 민주당 차기 대선주자다. 미국 민주당은 트럼프 탄핵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사실조사에 나섰다.

그런가하면 유엔총회 자체는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최대 화두였다. 이 어지러운 일들이 문 대통령이 뉴욕에 머물 때 한꺼번에 터졌다. 물론 문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도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두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 방안, 한미동맹 이슈 등을 진지하게 논의했다. 그럼에도 뉴욕의, 미국의 시선은 유엔총회 자체나 북한 비핵화보다는 "트럼프 탄핵" 등 자국 이슈로 쏠렸다.

기후변화 대응도 힘겹게 진행중이다. 안토니우 구테레쉬 유엔 사무총장은 석탄발전이 고민거리라고 문 대통령에게 털어놓았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적극 참여한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잠깐 들렀을 뿐, 그 시간 대부분 '종교의 자유 수호'를 주제로 한 자신의 행사를 이끌었다. 
미국 뉴욕 트럼프타워에 도난사건이 발생했다는 보도. 2019.9.23/미국 FOX뉴스 캡처

같은 시간 한국 상황도 첩첩산중이었다. 조국 법무부장관이 자신을 사법개혁을 추진하려 하지만 본인의 가족이 검찰수사를 받는다. 평화-대북제안은 야당의 비판에 직면했다. 정기국회 정국은 안갯속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도 잡아야 한다. 문 대통령 국정지지율은 40%까지 하락했다. 마치 도둑맞은 듯, 개혁 동력을 걱정할 상황이다. 80%라는 '철통보안'은 옛말이다.

문 대통령은 주저앉지 않았다. 격랑 속에 희망을 찾으려 몸으로 부딪쳤다. 나름의 성과도 있다. 그 결과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면 숨통이 트일 수 있다. 3년 연속 유엔총회에 참석한 배경이다. 대국민 메시지도 냈다. 지난 25일 "평화도 경제활력도 개혁도, 변화의 몸살을 겪어내야 더 나아지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믿는다"고 귀국 소회를 밝혔다. 지금의 어려움이 변화를 위한 과정일 거라는 희망이다.

그러나 뉴욕에서 본 고군분투 외교는 국내정책에 대한 아쉬움도 키웠다. 20대 민심의 이반, 청년 문제는 정부 차원의 가시적 대책이나 액션이 잘 보이지 않는다. '어쩔 수 없는 일'로 간주하고 넘어가는 것일까. 검찰개혁을 두고는 청와대나 여권에서 과격발언이 돌출한다. 외교무대를 준비하는 치열함, 치밀함과 달라 보인다. 

청와대는 국정과제가 파도처럼 밀려온다고 토로한다. 때문에 대통령과 참모들이 숨쉴 틈 없이 바쁜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국민 다수의 눈높이와 멀어져선 안 된다. 개혁은 가능한 많은 국민이 수긍하고 지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야 먹힌다. 일자리 등 경제분야 정책효과는 한두번에 그치지 않고 지속돼야 한다. 그래야 지금의 진통은 '몸살'이며, 같이 이겨내자는 설득이 통할 것이다.

【뉴욕=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총회 본회의장에서 '한반도 평화정착,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 강화' 등을 주제로 기조연설하고 있다. 2019.09.25. photo1006@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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