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초선'을 선택한 이철희의 결심…"정치가 부끄럽다"

[the300]1994년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국회와 인연…"내년 총선 불출마"

김하늬 기자 l 2019.10.15 16:29
【대구=뉴시스】이무열 기자 =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고등법원 대강당에서 열린 2019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구고등 · 지방 · 가정법원, 부산고등 · 지방 · 가정법원, 울산지방 · 가정법원, 창원지방법원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2019.10.11. lmy@newsis.com

이철희 더불어민주당의원이 15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국회의 '윤동주'로 남았다. 불출마 선언문도 '부끄러움'으로 시작했다.

그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사퇴한 다음날 아침 일찍 국회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정치의 한심한 꼴 때문에 많이 부끄럽다. 그래서 저는 다음 총선에 불출마하고자 한다"며 운을 뗐다. 

이 의원은 "조국 얘기로 하루를 시작하고 조국 얘기로 하루를 마감하는 국면이 67일 만에 끝났다"며 "그동안 우리 정치, 지독하게 모질고 매정했다. 상대에 대한 막말과 선동만 있고, 숙의와 타협은 사라졌다. 정치인 모두, 정치권 전체의 책임이다. 당연히 저의 책임도 있다"며 "부끄럽고 창피하다"고 거듭 말했다.

메시지에는 전동균 시인의 '행인3' 싯구절도 담겨있었다. '왜 그리 자주 NG를 내고/ 눈물을 감추고/ 마른 입술을 깨물어야 했을까요' 

3년 전 비례대표 8번으로 국회의원이 된 후 머니투데이더300(the300)과 인터뷰에서 "정치를 통해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국회의원이 됐다"고 밝힌 짧은 포부는 부끄러움으로 수렴했다. 

이 의원은 사실 국회의원보다 참모로 있던 시간이 더 길다. 1994년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여의도동 1번지에 첫 발을 들였다. DJ정부시절이던 1999년,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으로 1년간 청와대를 경험했다. 노무현 캠프에서도 일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미디어선거특별본부 간사, 그해 12월엔 노무현 대통령당선자 비서실 전문위원을 역임했다. 참여정부시절 국회 정책연구위원 경험을 거쳐 국회 원내대표 비서실 부실장도 해봤다. 한 마디로 '배지' 빼고는 다 해 본 사람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철희 두문정치연구소 소장과 권미혁 여성단체연합회 전 대표 영입 기자회견에서 이철희 소장의 입당원서를 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6.1.2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9대 총선이었던 2012년 처음 국회의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공천 서류심사에서 탈락해 출마 기회조차 받지 못했다. 

이후 팟캐스트와 종편TV에서 정치평론가로 활동하던 그는 20대 국회 비례대표 8번으로 국회입성에 성공했다. 하지만 김한길 의원 보좌진 출신, 손학규계 등으로 꼽히면서 이 의원은 '비주류, 비노(비 노무현계), 비문(비 문재인계)로 분류됐다. 

20대 총선 준비단계에서 이 의원의 '비주류' 성향은 민주당 확장성으로 활용됐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이른바 '뉴파티위원회'의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인적자원, 조직, 정책, 문화, 관행 등 당내 혁신 전략수립에 나섰다.

이 의원의 '튀는' 발언은 때로 비주류 성향과 맞물려 오해를 낳기도 했다.  그가 당내 '막말 의원 제명'을 주장하면서 공천을 받지 못한 정청래 의원을 저격(?)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문재인 당시 당대표도 총선에서 출마해야한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정작 20대 국회가 시작하면서 이 의원은 '핵인싸'(인사이더, 그룹의 중심)로 활약했다. 초선이면서 국방위원회 간사를 맡아 일명 '허허실실' 전법으로 웃으면서 군 당국의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지적해 주목을 받았다. 제주도 강정마을 이슈와 관련 해군의 무례한 태도가 이어지자 "국민들에게 해군이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이냐"며 버럭하는 모습을 보이며 야당 본능을 보여줬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대표단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손을 맞잡아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강병원 원내대변인, 진선미 원내수석부대표, 홍 원내대표, 신동근, 김종민, 이철희 원내부대표. 홍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댓글공작으로 탄생했다는 걸 가정하는 것 자체가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한다며 "마치 대선에 불복하는 특검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그것은 합의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밝혔다. 2018.5.1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굵직한 법안도 냈다. 김제동씨의 영창 발언으로 촉발된 가칭 '김제동법'인 영창제 폐지 법안을 추진했고 이 법은 지난 9월 20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2019년 1월 1일부터 영창제가 전면 폐지됐다.

이 의원이 대표발의한 ‘사회복무요원 확대지원법’(병역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사회복무요원의 소집 적체현상 해소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언제 소집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청년들이 학업이나 경제활동에서 어려움을 겪게 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공직선거법상 특정해 놓은 선거 기간을 폐지해야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는 "선거기간을 정해놓은 게 정치의 질을 나쁘게 만들고 있다"며 "정치가 일상적으로 4년 내내 노출되고 평가되게끔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자기 삶을 바꿀 수 있는 정치가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선거운동에 관해선 기본 틀자체를 혁신해서 바꾸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고있던 진선미 의원이 문재인 정부의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지명된 뒤 이 의원은 원내수석부대표를 대행하며 홍영표 원내대표와 호흡을 맞췄다. 올 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의결을 두고 여야가 팽팽히 맞섰던 소위 '동물국회' 동안 이 의원은 몸을 불사르며 국회 본청에서 밤을 지새웠다. 

수석부대표가 되면서 참석하게 된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청와대 참모진을 앞에 두고 "그 엄혹한 유신시대에도 대통령이 야당 국회의원을 만나 허심탄회하게 막걸리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저로선 상당히 감동적이었다"며 정치가 사라진 정치권에 대한 아쉬움을 직접 나타내기도 했다. 
이철희·기동민·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내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지지를 선언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어기구, 이철희,안 지사, 기동민. 2017.3.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임종석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을 향해 "기계적으로 답습할 필요는 없지만 문제의식이 뭔지 청와대가 잘 좀 따져주면 좋겠다"며 "재계·노동계 인사들은 대통령뿐 아니라 다른 청와대 직원들도 많이 만나고 정치인들은 대통령이 만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 의원이 부쩍 '부끄러움'을 자주 언급한 건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시작하면서다. 한 달 앞서 문재인 대통령의 '8.9 개각' 이후 시작된 '조국 정국'도 그에게 혼란을 줬다.

공식 불출마 선언을 하기 하루 전인 14일, 서울고등법원 국정감사에서도 이 의원은 신세 한탄을 했다. 이날 조국 법무부장관 동생 조모씨의 영장 기각 문제로 여야가 공방을 벌이다 국감이 일시 파행된 것과 관련해서다. 

이 의원은 "저도 정치인 중 한 사람이지만 영장 발부 여부에 대해서도 여야가 입장이 바뀌면 주장이 바뀐다"며 "창피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이 야당이었을 때 2017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영장이 기각되니 '영장 기각은 법원의 치욕'이라고 했는데 2년 만에 여야가 바뀌었다"며 "조 장관 동생 영장이 기각되자 우리 당은 적절한 판단이라고 하고 한국당은 사법부 수치라고 했다. 이게 뭐냐"며 푸념을 늘어놨다.

그는 고심 끝 배지를 향한 도전을 멈추기로 결정했다. 가슴에 품어두었던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이철희 간사(가운데)가 웃으며 말을 건네자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팔장을 끼고 화난 표정을 짓고 있다. 2019.04.04. jc4321@newsis.com

                   
이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에 "우리의 민주주의는 정치의 상호부정, 검찰의 제도적 방종으로 망가지고 있다"며 "정치가 해답을 주기는커녕 문제가 돼버렸다. 정치인이 되레 정치를 죽이고, 정치 이슈를 사법으로 끌고 가 그 무능의 알리바이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검찰을 향해서도 "검찰은 가진 칼을 천지사방으로 마음껏 휘두른다. 제 눈의 들보는 외면하고 다른 이의 티끌엔 저승사자처럼 달려든다"며 "급기야 이제는 검찰이 정치적 이슈의 심판까지 자처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저는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을 작정이다. 국회의원으로 지내면서 어느새 저도 무기력에 길들여지고 절망에 익숙해졌다"며 "멀쩡한 정신을 유지하기조차 버거운 게 솔직한 고백이다. 처음 품었던 열정도 이미 소진됐다. 더 젊고 새로운 사람들이 새롭게 나서서 하는 게 옳은 길이라 판단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끝으로 "사족 하나, 조국 전 장관이 외롭지 않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그에게 주어졌던 기대와 더불어 불만도 저는 수긍한다. 그가 성찰할 몫이 결코 적지 않다"며 "그러나 개인 욕심 때문에 그 숱한 모욕과 저주를 받으면서 버텨냈다고 보지 않는다. 검찰개혁의 마중물이 되기 위한 고통스런 인내였다고 믿는다. 검찰개혁은 꼭 성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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