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손내민 美, 백두산결심 北, 기대하는 南

[the300]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 결렬 곧 2주, 트럼프 ‘긴 침묵’ 유지

오상헌 기자, 권다희 기자, 최태범 기자, 김예나 인턴기자 l 2019.10.18 05:30
【서울=뉴시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고 조선중앙TV가 16일 보도했다. 뒤쪽으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보이고 있다. 2019.10.16. (사진=조선중앙TV 캡쳐) photo@newsis.com


①'백마 탄 김정은' 뒤 김여정…김일성과 푸틴도 보인다

백마 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백두산 등정 모습이 북한 관영매체를 통해 16일 또 공개됐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현송월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뒤따라가며 수행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혁명 성지에서 '백두 혈통'을 강조하는 백마 탄 김 위원장의 모습을 이틀 연속 공개한 것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17일 김 위원장의 행보에 대해 “우리 혁명사에서 거대한 진폭을 일으키는 역사적 사변”이라며 “이번 준마 행군 길은 백두에서 개척된 주체혁명위업을 끝까지 완수하시려는 신념의 선언”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큰 결단’을 앞두고 종종 백두산을 먼저 찾았다. 2013년 12월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처형 전, 2015년 4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처형 전, 2016년 9월 5차 핵실험 이후, 북미대화를 시작하기 직전인 2017년 12월 등이다.

이번 백두산 방문 이후 비핵화 협상 및 3차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모종의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노동신문은 “백두산정에서 보낸 사색의 순간들은 조국을 인민의 꿈과 이상이 실현되는 강국으로 일떠세우기 위한 것으로 일관돼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이번 ‘백두산 백마’ 이벤트가 미국을 겨냥한 대외적 메시지도 있지만, 북한 내부적으로 갖는 의미가 더욱 클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북한 정권은 백두산을 김일성 주석이 항일무장투쟁을 전개한 ‘혁명의 성지’로 상징화했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백두산 밀영에서 태어났다고 주장하며 ‘백두 혈통’이라는 우상화 작업의 거점으로 삼았다. 실제 출생지는 러시아 하바롭스크다.

북한 정권은 김일성-김정일과 백두산을 동일시하는 ‘프로파간다(선전)’를 통해 백두 혈통에 의한 통치, 김씨 일가의 정권 세습을 정당화했다. ‘백두산 정기를 받고 태어난 김정일의 아들 김정은은 혈통이 우수하다’는 식의 인식을 심어 놓은 것이다.

◇혁명의 성지 ‘백두산’, 백두혈통의 상징 ‘백마’ 부각 왜?

평양 만수대 창작사 앞 건립된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기마 동상 /사진=우리민족끼리

김정은의 이번 백두산 등정은 자신의 약화된 리더십에 위기감을 느껴 추진됐을 가능성이 있다. 말을 타고 항일무장투쟁에 나섰던 김일성, 백두 혈통 김정일의 뒤를 잇는 정통 후계자란 인식을 주민들에게 부각하면서 리더십 다지기를 시도했다는 관측이다.

이 과정에서 백마가 갖는 의미도 크다. 백마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백두 혈통의 최대 상징물이다. 북한은 백마에 대해 ‘용맹하고 슬기로운 명장들의 전투수단’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일성은 자신의 우상화 작업을 위해 '백마 탄 항일유격대장 김일성 장군'의 모습을 선전 도구로 삼았다. 말을 타고 만주벌판을 달리며 민족을 위해 일본군을 무찌른 ‘김일성 신화’는 백마의 신성한 이미지가 더해지면서 우상화가 가속화됐다.

평양 조선혁명박물관에는 백마 탄 김일성의 그림이 걸렸고, 평양 만수대 창작사 앞에는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기마 동상이 건립됐다. 그 모습은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의 기마 초상과 상당히 닮았다. 백두 혈통의 용맹함과 위엄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여정도 백두 혈통이지만 이번 백두산 등정 때는 회색에 가까운 청회마를 탔다. ‘김정은 리더십’ 부각에 집중하기 위해 청회마를 탄 것으로 보인다. 김여정도 백마를 탈 수 있는 지위다. 조선중앙TV는 유년기 김여정이 백마 타고 승마하는 모습을 공개한 바 있다.

◇푸틴과 닮은 꼴…‘강한 리더십’ 지향하는 두 사람

/사진=폭스뉴스 캡쳐

김정은 위원장의 승마 모습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말을 타는 장면도 떠올리게 한다. 푸틴 대통령은 2009년 8월 시베리아에서 상의를 벗고 말을 타는 장면을 올려 화제가 됐다. ‘강한 지도자’를 향한 두 사람의 의지가 승마로 표출됐다는 관측이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32세의 나이 차에 출신 배경과 성장 과정도 다르다. 하지만 스포츠를 좋아하는 취미를 넘어 리더십 스타일도 상당히 닮았다는 평이 나온다. 두 사람 모두 실용성과 이익을 중시하는 현실적인 리더십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2000년 5월 당선 후 20년 가까이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친서방 정책을 추진해 국제사회를 놀라게 했다. 2012년 3기 집권 이후 크림반도 병합 등 반서방 노선으로 회귀한 뒤에도 형식과 전통에 얽매이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김 위원장은 스위스 유학 경험을 살려 김정일 때와는 다른 실용적인 경제·외교노선을 걷고 있다.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과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의 성사에는 북한의 경제발전을 원하는 김 위원장의 실용적 판단이 깔려있다.

‘백두산 백마’ 이벤트 이후 김 위원장이 현재 조성된 대화의 판을 깨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김 위원장의 백두산행은 새로운 길의 결단이 아니라 경제발전 집중노선의 재다짐에 목적이 있다” 고 분석했다.


②美 “北안보이해 감안"…'체제보장' 용의 손 내밀었지만

(인천공항=뉴스1) 안은나 기자 =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신임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가 2박3일 방한 일정을 마친 후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2019.7.1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5일(현지시간) ‘스톡홀름 실무협상’ 결렬 이후 스웨덴의 제안으로 미국이 추진했던 2주 내 북미 대화 재개는 사실상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비핵화 논의 전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대북제재 완화 등을 ‘선결 조건’으로 제시하면서 북미 대치 국면이 길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16일(현지시간) 대화가 다시 시작될 경우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 안전보장 문제를 최우선 의제로 논의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이날 상원 외교위원회 소위원회 청문회에서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거명한 뒤 “미국은 북한의 안보 이해를 참작한다는 것을 확신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 안전보장과 북핵 프로그램을 맞바꾸도록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보도했다.

북한이 지난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최우선 상응조치로 내세운 체제보장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할 뜻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다시 유인하기 위해 유화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틸웰 차관보는 그러면서도 대북제재의 차질없는 유지와 이행을 강조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이날 청문회에 앞서 제출한 서면답변에서 “미국은 북한과 건설적인 대화를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대로 제재는 여전히 유효하다. 안보리 결의는 완전히 그대로 유효하다”고 했다. 북한이 비핵화 조치에 응할 경우 체제보장 조치를 제공할 용의가 있지만 실질적인 비핵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지렛대로 제재의 틀은 유지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밝힌 셈이다.

북한이 체제보장과 함께 제재 완화를 비핵화를 위한 ‘선결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미의 입장차가 뚜렷한 지점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스톡홀름 실무협상 결렬 직후인 지난 6일 “미국이 안전을 위협하고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적대시정책을 완전하고도 되돌릴수 없게 철회하기 위한 실제적인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이번과 같은 역스러운(역겨운) 협상을 할 의욕이 없다”고 말했다.


③김연철 "북미협상서 논의기준엔 공감…후속노력 있을 것“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이달 초 '노딜'로 끝난 북미 실무협상에 대해 "북한이 연내 협상 시한을 강조하고 미국도 실무협상에 대한 의지가 높다"며 "(북미간) 차이를 좁히려는 후속 노력이 있을 것"이라고 17일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5일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을 결렬로 보는지, 전략적 유예로 보는지를 묻자 "미국과 북한의 평가가 약간 다르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장관은 "미국은 계속 대화를 이어나갔으면 좋겠다고 하고 북한은 계산방법을 더 구체적으로 바꾸면 좋겠다는 입장"이라며 북한이 말하는 새로운 계산법은 "상응조치와 관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비핵화 범위와 상응 수준에 대해 양측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차이를 어떻게 해석할 지는 앞으로 후속 문제들로 좁혀나가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또 그는 "미국이 실무회담에서 싱가포르 4가지 합의를 중심으로 설명했다고 이야기했다"며 "미북 모두 논의의 기준에 대해선 싱가포르 4가지 합의 중심으로 풀어나간다는 데 공감대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싱가포르 합의 1~3항(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완전한 비핵화)의 교환 방식에 대해서는 아직 차이가 있는 것 아니겠다 싶다"며 "그 부분은 후속 실무협상을 통해 계속 논의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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