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이 과제인 보수 vs '공정'에 둔감한 진보

[the300]이철희 인터뷰 "386세대는 정치에서 '채우려'하기보다 '비우는' 역할을 고민해야"

김하늬 기자, 원준식 인턴기자 l 2019.11.07 08:00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 인터뷰 /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목소리가 커졌다. 지난 3년 반 의정생활도 초선 의원답지 않게 ‘툭’하고 화두를 던져 울림을 키우는 역할을 해왔던 그다. 불출마 선언은 울림통을 키웠다. 자신의 발언이 ‘공천’과 ‘재선’을 염두에 둔 게 아니라는 걸 세상이 알아주기 시작하면서 발언은 과감해졌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절반을 지나는 시점, 이 의원을 만나 남은 절반(2년 6개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당의 현재에 대한 고민과 미래에 대한 애정은 ‘공정’과 ‘혁신’으로 수렴한다. 

어찌 보면 공정과 혁신은 정권 초기부터 던져진 화두였다. 문재인 정부의 가치였다. 하지만 지난 2년6개월간 민주당이 ‘공정사회라는 개념을 어떻게 채워나갈 것인가’에만 골몰하다 지지층과 중도층에 일부 피로감을 준 것 같다고 이 의원은 분석했다.

그는 정부와 집권 여당이 그리는 대한민국이라는 그림은 ‘하얀 도화지’가 아닌, 누군가가 그리고 채색해 온 그림 위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위 ‘386 논쟁’도, ‘젊은 정치’와 ‘적폐청산’도 그리고 민주당이 앞으로 이끌어야 할 ‘공정사회’도 마찬가지다.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하락세다. 총선을 앞두고 가장 큰 고민일 것 같다.
  
▶집권 초기 대통령 지지율이 80%까지 육박한 건 진보진영과 중도진영의 통합을 자연스레 이룬 덕분이다. 탄핵정국과 장미대선, 적폐청산과 남북평화모드는 자연스럽게 바통이 이어지는 ‘동력’이었다.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과 중도층,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에 환멸을 느낀 합리적 보수층의 탄탄한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정부 정책이 나오면서 지지층간 갈등은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정부 정책의 우선 순위에 대한 이견은 자연스럽다. 여권 내부가 이런 갈등을 제대로 ‘관리(리스크 매니지먼트)’ 하지 못해 지지세력이 실망해 떨어져나가는거다. 이 과정에서 소위 ‘콘크리트’라고 하는 고정 지지층의 목소리가 더 크게 대변된다. 위기가 온다는 신호다.

- 위기 극복으로 ‘쇄신’을 강조한다. 청와대와 당의 인물 교체가 대안이 될까.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고 참모진을 교체하는건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인물 쇄신은 정치적 분위기 쇄신의 시발점이다. 정책과 노선, 이미지 등 종합적인 쇄신을 보여줘야 지지율로 이어질 수 있다. 

-2017년 대선 승리는 임종석 등 소위 ‘비문’ 영입으로 민주당이 ‘확장성’을 증명한 덕분이라는 평가다. 지금 민주당의 총선 전략은 어떤가

▶민주당은 탄핵 정국을 겪으며 원래 지지층과 새로운 지지층 유입이라는 흐름을 맞았다. 이들 간 입장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큰 두 덩어리를 안고 가는 전략으로 ‘다수’가 됐다. 고정 지지층과 신규 지지층간 갈등이 있다 해도 어느 한 쪽을 선택하는 순간 다수가 될 수 없다. 

나는 최근 당과 청와대의 쇄신을 많이 언급하고 있다. 이제 ‘지도부의 시간’이다. 내가 무슨 쇄신 면허받은 사람도 아닌데 구체적으로 인물이나 제도 수정을 지적하는 건 옳지 않다. 쇄신의 내용을 무엇으로 채울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민주당이 하고 있는지 지켜볼 따름이다. 

- 총선을 앞두고 ‘386 쇄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진다. 

▶되묻고 싶다. 386은 항상 모든 이슈와 상황에 의견을 내야 하는가. 정치 분파 대표도 아니다. 세대만으로 묶고 입장을 요구하는 건 가혹하다. 예컨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지명과 사퇴 과정에서 다시금 ‘386 반성론’이 불거졌는데, 조국의 삶은 386의 보통의 삶과 같지 않다. 그냥 ‘조국의 삶’이었다.

나는 ‘386 세대’에 책임론이 아닌 역할론을 주장한다. 한 마디로 ‘비워주자’는 거다. 일괄 사퇴나 자르라는 게 아니라 현대사에서 정치적 역할을 인정해주고 이제 2030세대에 역할과 자리를 물려줄 때가 됐다는 의미다. 

나를 포함한 386세대가 그동안 민주주의의 역사를 ‘채우는 데’ 골몰했다면 이제 우리는 비우는 고민을 하고 새로운 세대가 들어와 채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자는 뜻이다.

- 21대 총선은 젊은 정치인을 국회로 많이 끌어들여야 한다는 의미인가.

▶한 사회를 어디로 끌고 갈지 결정하는 것이 정치다. 지금 20대 국회에 20대 정치인은 한 명도 없다. 그나마 30대가 두 명이다. 20~30대가 많이 들어와 세대의 이해관계를 잘 반영해야 한다. 

기존 정치문법에서 보면 20~30대 정치인은 여전히 어리고 부족해보일 수 있다. 하지만 50대 초선 정치인은 바로 의정활동을 잘 하던가. 고학력 전문직이 국회의원이 되면 바로 일을 잘 한다고 보이는가. 아니다. 

우리 사회 구조가 2030세대에게 가장 불리하다. 사회경제적 구조를 바꾸기 위한 의사 결정이 정치에서 이뤄진다. 국회 정원의 10% 이상은 2030세대가 들어와 하나의 ‘세력화’를 해야 한다고 본다. 과거 방식으로 ‘청년 비례’ 한 두명을 뽑아 마치 ‘음식에 고명 얹듯’ 2030세대를 소모하는 건 안된다. 

-총선을 지나도 문재인 정부에 2년의 기간이 주어진다. 어디에 방점을 둬야 할까.

▶정부의 ‘아젠다 세팅’은 가급적 일관적으로 가져가되 경제학적으로 미세조정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의 아젠다는 대선 공약에 충실히 반영돼 있다. 내게 ‘어떻게 하고 싶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공정과 혁신’이라고 답하고 싶다.

대통령이 ‘공정’을 약속했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반성해야 할 일이다.좀더 구체적 방법론에 천착할 때다. ‘조국 정국’에서 젊은이들은 우리 사회의 공정성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졌다. 

공정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치권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부는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 숙제를 받았다. 공정사회라는 개념을 무엇으로 채울지 고민해야 한다. 공정을 너무 추상적으로 생각하기보다 뉴딜 용어에 빗대자면 ‘페어 딜’(Fair Deal)이다. 우리사회 크고 작은 집단간 정정당당한 거래를 추진하자는 거다.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 인터뷰 /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 혁신은 모든 정치 집단의 단골메뉴다. 

▶보수는 혁신이 ‘과제’지만 진보는 ‘본능’이다. 전 세계가 혁신경쟁을 하고 있다. 비단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와 정치도 마찬가지다. 이 흐름을 높친다면 진보가 수구가 된다. 우리나라 진보 진영을 ‘입진보’라고 비판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특히 진보진영이 집권했을 때 좀 더 전향적이고 공세적으로 미래에 대응하는 혁신에 나서야 한다. 

-현재 정당들은 확고한 ‘텃밭’을 위한 정치보다 시류에 편승하는 포퓰리즘적인 성향이 보인다. 

▶지금 정치권이 주목하는 분열선(Cleavage)은 사회경제적 차이에서 나오는 세대문제다. 과거 ‘꼰대’나 ‘세대 차이’ 등 문화적 차이에 따른 갈등 담론과는 매우 다르다. 불평등 문제도 섞여있다보니 일종의 계급투쟁으로 변모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진보는 약자를 대변하고 사회를 바꾸려는 본령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회경제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 유능한 진보는 ‘먹고 사는 문제’에 천착해야 한다. 사회경제적 갈등을 균열축으로 해서 싸우는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진보가 과연 그러고 있나.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하고 그 분열선을 따르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 이건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다. 우리는 사회경제적 약자들을 대변하기 위한 노력에 매진해야 한다.

-황교안 대표 체제인 한국당의 미래는 어떻게 보나

▶그 당에 과연 쇄신의 동력이 있는가 살펴보면 아니다. ‘5.18 망언’을 해도 유야무야 넘어간다. 여러 막말 논란도 당 차원에서 덮는다. 한국당 내부에서 ‘이러면 안된다, 개혁보수로 나가야 한다’ 라거나 ‘과거 박정희와 박근혜에서 탈피해야 한다’ 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나. 없다. 야당은 혁신 없이 버틸 수 없다.

총선과 대선, 지방선거에서 내리 3연패를 했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정당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당과의 차이가 분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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