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몰린 정부…北 "끼지마" 美 "돈내라" 日 "못바꿔"

[the300]통일부 ‘금강산’ 국방부 ‘방위비’ 외교부 ‘수출규제’…각각 난제 표출

최태범 기자 l 2019.11.15 18:13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19.11.15. since1999@newsis.com


정부 외교안보부처가 15일 하루 동안에만 북한, 미국, 일본으로부터 동시에 고초를 겪었다.

통일부는 북한의 금강산 남측시설 ‘일방철거’ 압박에 시달렸고, 국방부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는 미국의 ‘청구서’를 받았다. 외교부는 한일갈등을 풀어보기 위해 일본 측과 도쿄에서 협의를 가졌지만 ‘평행선’만 달린 채 서로 등을 돌렸다.

◇북한 ‘최후통첩’= 시작은 북한이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전 ‘금강산은 북과 남의 공유물이 아니다’는 제목의 글에서 “금강산 관광지구 남측시설의 일방철거를 단행하겠다”는 내용의 ‘최후통첩’을 지난 11일 남측에 보냈다고 밝혔다.

이 사실을 나흘간 공개하지 않고 물밑에서 해법을 찾아보려던 통일부로선 상당히 난감한 입장이 됐다. 통일부는 "정부는 그동안 남북간 협의 중인 사안을 일일이 말씀드리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양해를 구한 바 있다"며 이번에도 언론의 양해를 구했다.

통일부는 북한이 남한 언론의 보도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온 것을 고려해 북한과의 대면(對面) 협의를 어떻게든 성사시키려는 목적에서 관련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후통첩’이라는 큰 사안까지 비공개로 한 것은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마련하고 있는 금강산 문제의 ‘창의적인 해법’에 가장 중요한 국민여론이 전혀 반영되고 있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미국, 대놓고 증액 요구= 국방부의 경우 이날 열린 한미 안보협의회의(SCM)가 발화점이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SCM 종료 직후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함께한 공동기자회견에서 대놓고 방위비 분담금의 인상을 요구했다.

정 장관이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 “공평하고 상호 동의 가능한 수준에서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과, 제10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만료 이전에 제11차 협상이 타결돼야 한다는 것에 공감했다”고 밝혔지만, 에스퍼 장관의 발언은 확연히 달랐다.

에스퍼 장관은 “한미동맹은 매우 강한 동맹이며 한국은 부유한 국가이기 때문에 더 부담할 수 있는 여유도 있고 더 부담해야만 한다”며 “연말까지 대한민국의 분담금이 늘어난 상태로 11차 SMA를 체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통 공동기자회견에서의 발언은 ‘공감했다’,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등 의례적인 답변으로 넘어가는 것이 다반사지만 이날 에스퍼 장관은 달랐다. 방위비 분담금 인상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단호한 입장이 반영됐기 때문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본, 수출규제 고수= 외교부는 한일 국장급협의에서 난관을 겪었다. 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이날 도쿄에서 다키자키 시게키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만나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의 철회를 요구했지만 별다른 답변을 받지 못했다.

1~2달에 한 번씩 정례적으로 열리는 한일 국장급협의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종료를 일주일 앞두고 추진된 만큼, 막판 담판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도 있었으나 일본은 아무런 입장변화를 보여주지 않았다.

외교부는 “우리 측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부당한 보복적 성격임을 지적하고 이를 조속히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고 밝혔다. 일본의 반응에 대해선 “타키자키 국장은 일본 측 입장을 설명했다”고 짧게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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