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임종석 불출마에 '86용퇴론'…"모욕감" 반발하는 '원조86'

[the300]이인영 "남을 사람은 남는 것", 우상호 "기득권화? 약간 모욕감"…이철희 "정치 20년 했으면 퇴장할 때"

조철희 기자, 유효송 기자 l 2019.11.18 16:54
(서울=뉴스1) 이종덕 기자 =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11.1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권 '86그룹'(1980년대 학번·1960년대생) 대표주자인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 '86그룹 용퇴론'의 확산 기류가 일자 이인영·우상호 등 '원조 86'들이 "모두 나가야 되는 건 아니지 않냐", "정치 기득권화 돼 있다는 말에 모욕감을 느낀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우상호 의원은 각각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1기 의장과 부의장, 임 전 실장은 3기 의장 출신이다. 임 전 실장이 86그룹 용퇴의 물꼬를 텄다는 당내 일각의 평가까지 나왔지만 86그룹 핵심인사들은 이같은 인식에 확실히 선을 그었다. 

이 원내대표는 18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86그룹 용퇴론에 대해 "경우에 따라서는 모든 사람이 다 나가야 되는 것은 아니지 않냐"며 "남아서 일할 사람은 남는 것이고, 다른 일을 선택하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임 전 실장) 개인의 거취 문제가 아닌 우리 정치의 가치·노선·문화·구조를 어떻게 혁신할 것이냐와 관련해 더 디자인할 기회가 있으니 그런 차원에서 이야기가 나왔다고 보면 된다"며 "세대 간 조화와 경쟁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런 것들을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디자인해 해소해 나갈 것인지, 이런 것이 중요한 문제"라고 밝혔다.

우 의원은 이날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우리가 자리를 놓고 정치 기득권화 돼 있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 약간 모욕감 같은 것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수가 공격하는 것은 별로 힘들어 하지 않지만 같이 정치를 하는 분들이나 지지자들이 '기득권층화돼 있는 86 물러나라'는 이야기를 하면 마음 속에서 '진짜 그만둘까' 이런 생각들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임 전 실장의 불출마와 관련 "종로 출마를 생각하며 이사했던 것은 다 아는 내용인데 거기도 특별히 비켜주거나 흔쾌히 양보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고 그럴 바에는 비루하게 의원에 연연해 대기하는 것처럼 보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복합적으로 몰려왔던 것 같다"며 "흔쾌하게 주변에서 다 도와주는 게 아니면 진짜 하고 싶었던 통일운동을 하면서 국가에 기여하자, 이렇게 결심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1957년생이지만 86그룹과 정치를 함께 해온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86이 기득권이라는데 정말 그런가"라고 반문한 뒤 "근거 없이 기득권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민주개혁 세력을 분열시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86은 기득권이기에 물러나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쌓은 기량으로 수구 기득권 집단에 맞서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드는 일에 앞장서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이제 제대로 그들이 쌓아온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힘을 모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동료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반면 지난달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86그룹 중진들의 용퇴론을 제기했던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이날 민주당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나 임 전 실장의 불출마에 대해 "86그룹이 세대로서 자리를 비워줄 때가 아니냐는 문제로 그 물꼬를 임 전 실장이 터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친문'(친 문재인)과 '86' 두 주축 그룹에 겹치는 임 전 실장의 선택은 의미가 있다"며 "시대의 큰 흐름이 젊고 새로운 사람한테 기회를 줘야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86 용퇴론에 대해 "나이 때문은 아니고 정치이력을 가지고 말하는 것"이라며 "2000년대부터 정치를 시작한 그 그룹들이 정계에 들어온지 20년 됐으면 퇴장할 때가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86이니 다 나가라는 것은 아니지 않냐"며 "떠밀리듯 나가는 것은 안된다. 86 역할론은 채우는 게 아니라 비워주는 것이다. 막 쫓아내듯이 해서 나가면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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