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연 폭탄'에 부글부글 한국당, "미꾸라지" vs "충격요법"

[the300]영남권 중진 등 '발끈' "여연원장직 내려놔야"…수도권 "죽을 각오로 쇄신"

박종진 기자, 백지수 기자 l 2019.11.18 16:56
(서울=뉴스1) 이종덕 기자 =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박성중·김세연, 문재인 정부 전반기 미디어정책평가 및 '신문·방송·통신·OTT' 발전 방향 모색 토론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김세연 의원은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2019.11.1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세연 의원(부산 금정구)이 던진 '불출마 폭탄'에 자유한국당이 출렁인다. 자신의 불출마 선언과 함께 '당 해체' '현역의원 전원 퇴장'을 요구하자 당내 의원들의 의견도 극명히 엇갈린다.

수도권이나 비박(비박근혜)계, 초선의원 등에선 김 의원의 주장을 강도 높은 혁신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잖다.

하지만 영남권 중진 의원들과 당 지도부 내에서는 무책임한 비난이라며 노골적 불만이 터져나온다. 'PK(부산울산경남) 3선'인 김 의원의 불출마는 영남권 중진들에게는 당장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데다 '좀비'라는 표현 등 소속 정당에 유례없이 강한 비판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한국당 한 핵심 중진은 18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김 의원은 얼마나 혁신을 위해 노력했나. 불출마하면 다 면죄부를 받느냐"며 "먹던 우물에 침 뱉는 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면 좀비 당에 왜 다시 들어왔느냐"며 "왜 다른 사람의 자존심마저 건드리나"고 밝혔다. 김 의원이 탄핵사태 당시 탈당해 바른정당에서 활동하다가 복당한 이른바 '복당파'라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또 다른 친박(친박근혜)계 영남권 중진도 통화에서 "불출마 선언만 하면 됐지 미꾸라지가 물 흐리는 것도 아니고 왜 다른 얘기를 하나"라며 "그런 식이면 여의도연구원(여연) 원장직도 내려놔야 한다. 여연 조직을 당 해체 시키는데 활용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 의원이 당의 싱크탱크인 여연 원장은 계속 맡겠다고 밝힌 것을 겨냥했다.

신중한 의견도 나온다. 한 비박계 영남권 중진은 "당의 엄중한 현실을 일깨운 건 평가한다"면서도 "'창조적 파괴' 이후에 그림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어서 실현 가능성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역시 계파색이 옅은 또 다른 영남권 중진도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반면 이번 기회를 발판으로 고강도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며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상당하다. 자신의 지역구(서울 양천구을)를 떠나겠다고 선언했던 김용태 의원(3선)은 통화에서 "김 의원은 자신을 제물로 삼아 인적 쇄신에 불을 당겨달라고 한 것"이라며 "황 대표가 할 일은 환골탈태를 천명하고 '나도 예외가 없다' '40~50% 교체하겠다' 이렇게 해서 확보한 공간을 보수 대통합과 인재영입에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한 중진은 "(김 의원의 주장이) 충정에서 한 말로 이해하지만 표현이 과했다"면서도 "충격요법으로 이해한다. 당이 이런 요구를 잘 풀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한 초선의원은 "김 의원의 '행간'을 읽어야 한다는 의원들이 많다"라며 "해체까지 각오하고 죽기를 각오하고 쇄신하라는 것, 당 중진들이 후배들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이 없어 이런 목소리까지 나왔다는 점 등이 그렇다"고 밝혔다.

한편 황교안 대표는 이날 총선 결과에 따라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황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만일 이번 총선에서도 우리가 국민들에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면 저부터 책임지고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김성찬 의원과 김세연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며 "당 쇄신은 국민적 요구다. 반드시 이뤄내야 할 시대적 소명"이라고 말했다.

전날 김세연 의원이 '당 해체'와 '현역의원 전원 불출마' 등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서는 "당 쇄신 방안에 숙고하면서 폭넓게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고 또 다양한 의견들을 적극적으로 받들 것"이라며 "확실하게 그리고 과감하게 쇄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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