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1조→6조' 호가 6배 높여 부른 美셈법 어떻게 나왔나

[the300]방위비 협상의 정치학 ①미국, 왜·어떻게 50억달러 불렀나

권다희 기자 l 2019.11.20 18:25

지난 18~19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국방연구원에서 진행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3차회의./사진제공=외교부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협상에서 미국이 부른 '호가'는 올해 분담금(1조389억 원)의 5배가 넘는다. 1년 만에 400% 이상의 증액을 요구한 셈이어서 미국의 논리와 명분에 대한 추정도 분분하다. 지난 9월부터 3차례 진행된 협상에서 미국은 기존 SMA 항목인 △인건비(한국 군무원 인건비)△군수지원비 △군사건설비 이외 항목의 신설을 요구했다. 외교부는 전날 3차 회의 결렬 후 “미국 측은 새 항목 신설 등을 통해 방위비 분담금이 대폭 증액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미국이 제안한 신설 항목엔 '유사시 한반도 관련 방위비용' 및 '미군 순환배치 비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유사 시 한반도 방위와 관련한 비용을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항목이 증액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 군 당국이 2015년 서명한 '작전계획 5015', 즉 북한과의 전면전·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위협 등을 상정해 만든 작전 유지에 필요한 돈을 미국이 방위비 협상에 포함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소식통은 “미군의 순환배치 관련 비용도 이번 협상에서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주한미군 지상군 및 전투기 일부 대대가 주기적으로 미 본토에 있는 병력과 순환 배치될 때 들어가는 비용을 SMA에 넣으려 한다는 얘기다. 순환배치 비용 명목으로 미 군무원 및 가족수당 등도 일부 포함했을 수 있다. 

다만 신설 명분이 크게 떨어지는 항목은 요구에서 제외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주한미군 인건비는 주한미군주둔군지위협정(SOFA) 틀에서 현저하게 벗어나 거론되지 않은 걸로 알려졌다. 호르무즈 해협·남중국해 등 한반도 역외 지역 관련 전략자산 전개비용도 명분이 적어 요구에서 제외된 걸로 파악된다. 한미연합훈련 비용도 요구하지 않은 걸로 전해졌다. 북한 비핵화 추동을 위해 연합훈련을 줄이는 추세여서 증액 근거로서 마땅치 않은 데다 한국의 반박 논리의 구실이 될 수 있다는 판단때문으로 보인다. 

항목 신설 요구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사실상 직접 산정한 '50억 달러'를 맞추기 위해 미 관료들이 인위적으로 짜놓은 각론일 가능성이 크다. CNN은 지난 14일 트럼프 대통령이 느닷없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50억 달러'로 주장했고 미 국방부와 국무부 당국자들이 간신히 설득해 47억 달러로 줄였다고 보도했다. 47억~50억 달러의 '동맹 청구서'를 논리적 근거로 산출한 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집어줬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미 의회 보좌관도 CNN에 "이런 수치가 무슨 근거로 도출됐는지 알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방위비와 경제 문제를 연계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 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수입산 자동차 관세 부과를 지난 13일 결정할 계획이었으나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협상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한미 방위비협상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방위비 협상은 논리 싸움인 것 같지만 결국은 정치적 싸움“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필요한 성과가 미국 측 인상 압박의 원인인 만큼 트럼프를 상대로 한 협상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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