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文대통령이 끊어준 ‘부산행 티켓’ 거부

[the300]北조선중앙통신 “文대통령 고뇌 이해하지만 아직 만날 때 아냐”

최태범 기자 l 2019.11.21 17:29
【백두산=뉴시스】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박진희 기자 = 평양정상회담 사흘째인 2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손을 맞잡아 들어올리고 있다. 2018.09.20. phot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5일 부산에서 개최되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초청했지만, 김 위원장은 ‘부산에 가야할 합당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며 거부했다.

21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 5일 보낸 친서에서 김 위원장의 부산 방문을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 때 일찌감치 김 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통신은 “남측이 부산방문과 관련한 경호·의전 등 모든 영접준비를 최상의 수준에서 갖추고 학수고대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현 북남관계를 풀기 위한 새로운 계기점과 여건을 만들어보려고 하는 문 대통령의 고뇌와 번민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통신에 따르면 우리 측은 몇 차례 더 친서를 보내 “김정은 위원장이 오지 못한다면 특사라도 방문하게 해 달라”는 요청도 했다. 하지만 북한은 남한의 ‘외세의존’을 문제 삼으며 이를 거부했다.

통신은 “흐려질 대로 흐려진 남조선 공기는 북남관계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며 남조선당국도 북남사이에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민족공조가 아닌 외세의존으로 풀어나가려는 그릇된 입장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엄연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를 합의했음에도, 남측이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이유로 이를 이행하지 않는 상황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北 “외세에 떠넘기는 상대와 무엇을 논의하겠냐”

통신은 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방미를 거론하며 “북남관계 문제를 들고 미국으로 구걸행각에 올랐다니 자주성도 독자성도 없이 모든 것을 외세의 손탁에 전적으로 떠넘기고 있는 상대와 마주앉아 무엇을 논의할 수 있고 해결할 수 있겠느냐”고 따졌다.

이어 “마른나무에 물내기라고 이런 때에 도대체 북과 남이 만나서 무엇을 할 수 있으며 그런 만남이 과연 무슨 의의가 있겠느냐”며 “과연 지금의 시점이 북남 수뇌분들이 만날 때이겠는가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판문점과 평양, 백두산에서 한 약속이 하나도 실현된 것이 없는 지금 형식뿐인 북남수뇌상봉은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며 “국무위원장이 부산에 가야할 합당한 이유를 끝끝내 찾아내지 못한데 대해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부산행’은 국가정보원이 지난 9월 국회 정보위원회에 북미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전제로 실현 가능성을 보고하면서 실제 성사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다.

김 위원장은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연내 서울답방'에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북미협상이 교착상태를 겪으면서 남북관계도 맞물려 소강상태에 빠졌고 서울 답방은 성사되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문 대통령에게 연내 답방이 무산된 점을 아쉬워하며 내년에 서울을 방문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친서를 보냈다. 김 위원장이 이번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통해 다자외교에 첫 데뷔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결국 불발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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