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연 “北이 보낸다는 美 크리스마스 선물, '말폭탄'일 것”

[the300]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전망…“비핵화 후퇴, 트럼프·김정은 모두 리더십 상처”

최태범 기자 l 2019.12.13 12:00
【서울=뉴시스】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초대형방사포시험사격을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11일 보도했다. 2019.09.11. (사진=조선중앙TV 캡처) photo@newsis.com


비핵화 협상에 대한 미국의 결단을 압박하는 북한이 미국에 보낼 ‘크리스마스 선물’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군사적 도발 보다는 말 폭탄일 가능성이 크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은 13일 ‘2019년 정세 평가와 2020년 전망’에서 “연말시한 종료시 새로운 길의 천명 등이 예상되지만, 실제 도발은 협상붕괴 책임을 미측에 전가할 수 있는 명분을 찾아 개시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전략연은 “당분간 핵활동 재개, 로켓 시험장 개보수 등 저강도 조치가 예상된다. 행동에 나선다면 전략적 지위를 과시할 수 있는 방식을 택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주 공간의 평화적 이용을 명분으로 한 정지위성 발사, 신형 핵무기·잠수함 공개 등 제재강화의 명분이 상대적으로 약한 수단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북한이 강한 도발을 시도한다면 최소 내년 북미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를 접고 대선 후 새 미국 행정부를 상대하겠다는 의미”라며 “미국은 직접적 위협수단이 아닐 경우 소극적 입장을 보일 수 있으나 대선국면에서 언제든 강경노선으로 선회할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이 내년 핵·미사일 분야에서 신형엔진 실험 등 새로운 성과의 창출을 시도할 것으로 전략연은 전망했다. 전략연은 “내년에는 한반도의 군사력 균형을 강조하면서 국방력 강화를 위한 신형무기 개발·시험 지속과 실전배치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北 무더기 담화, 초조감 노출”

【워싱턴=AP/뉴시스】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왼쪽)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듀폰서클호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9.01.19.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전략연은 북한이 스스로 설정한 연말 시한이 다가오면서 무더기 담화를 발표하는 등 초조감을 노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략연은 “하노이 트라우마를 벗어나고 싶은 북한은 싱가포르 합의로 돌아가 미국의 선 대북적대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며 “미국은 이견 해소를 위해 지속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은 이를 대선용 상황관리 방안으로 인식해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양측이 물러서는 모습을 보일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모두 리더십에 상처를 입게 될 것으로 전략연은 분석했다.

전략연은 “북한은 김 위원장 스스로 연말시한을 설정하고 새로운 길을 공언한 상황이고 미국은 내년 대선 국면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과시할 필요가 있다”며 “협상 붕괴시 미국에는 북한의 핵위협이, 북한에는 제재가 그대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누구도 만족할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될 우려가 있다”며 “협상 붕괴는 한미 정부가 동시에 대북 관여(engagement) 입장을 보인 최초의 기회가 상실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이달말 노동당 7기 5차 전원회의, 새 전략노선 채택 주목

[서울=뉴시스]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양덕온천문화휴양지 준공식에7일 참석했다"고 8일 보도했다. 2019.12.08. (사진=조선중앙TV 캡처) photo@newsis.com

전략연은 “이번 전원회의의 포인트는 2018년 4월 전원회의 결정(사회주의 경제건설 총력집중)을 대체하는 새 전략노선의 채택 여부”라며 “새로운 길은 대내외 전략을 조합한 포괄적 국가전략이자 상대의 대응에 따라 변하는 융통성 있는 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어 “대내적으로는 자력갱생의 길, 대외적으로는 중러 등 우방국과 연대의 길, 군사적으로는 핵강국의 길 등이 있다”며 “반전의 계기 없이 전원회의를 개최할 경우 북미 비핵화 협상 종료 선언 등 미국 관련 입장이 발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북미관계에 진전이 있을 경우 ‘자력갱생 총진군’ 재강조 등 내년도 성과창출을 위한 경제문제에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은 이미 두 가지 시나리오를 모두 마련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략연은 오는 15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한과 관련해 “비건 대표 방한 때 북미 실무협상 일정 정도만 합의해도 연말시한이 넘어갈 수 있지만 미측은 대선이 본격화되기 전에 최대한 많은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남북관계에 대해선 “북한의 공개적 언급과 달리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북측의 수요는 존재할 것이며 2020년 남북관계 이슈는 관광이 될 전망”이라며 “한미연합훈련의 재개 여부 등이 남북 9.19 군사합의 유지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김정은 우상화 본격화

[서울=뉴시스]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무두봉밀영, 간백산밀영, 대각봉밀영을 비롯한 백두산일대 혁명전적지를 방문했다고 4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19.12.04. photo@newsis.com

전략연은 “내년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부족한 인격적 리더십 형성을 위해 우상화 정책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 두 차례의 백두산 등정은 우상화 사업의 본격적인 신호탄”이라고 했다.

이어 “김정은 후계 공식화 10주년(9월28일)을 계기로 김정은 생일의 국경일 지정과 초상화 보급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며 “당·국가·군대의 최고영도자의 지위에 맞는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수령에 대한 우상화와 숭배의식 제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내년 초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 가능성도 제기됐다. 전략연은 “비핵화 협상 난항으로 북미관계가 악화될 경우 미국의 군사적 공격 억제 차원에서 북중·북러관계 긴밀화를 체제 안전판으로 활용할 것”이라며 이같이 예상했다.

전략연은 “북중관계는 항미원조 70주년 계기 고위급 교류 확대와 대미협상력 확보 차원에서 김 위원장의 연초 방중 가능성이 있다. 북러관계는 푸틴 대통령의 남북한 순차방문(2~3월) 가능성과 전승절 70주년 계기 고위급 교류를 통해 밀착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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