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의 금요일' 결국 문닫은 국회, 그들에게 국민은 없었다

[the300](종합)'4+1' 합의 난항, 한국당 필리버스터…민주당-한국당, 서로 책임 떠넘겨

백지수 기자, 이지윤 기자, 김상준 기자, 김예나 인턴기자 l 2019.12.13 21:17
13일 오후 3시에 열릴 예정이던 제 372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가 지연되어 회의장이 텅 비어 있다. /사진=뉴스1


국회가 13일 여야 교섭단체 합의로 12월 임시국회 첫 본회의를 열려고 했지만 불발됐다. 본회의에 계류돼 있는 예산 부수법안과 민생법안 처리가 또 미뤄졌다.

자유한국당이 12월 임시국회 회기를 결정하는 '제1안건'부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시도하겠다고 하면서 본회의 개의가 지연된 데다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의 선거법 공조 체제가 무너지면서 본회의 개의가 난항을 겪었다.

◇본회의 개의 합의 7시간 반만에 '불발' 선언=한민수 국회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의장실 앞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의 입장문을 낭독해 본회의 개의 불발 소식을 알렸다. 한 대변인에 따르면 문 의장은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에게 '마라톤 협상'을 주문했다. 14~15일 주말을 동안이라도 본회의 진행과 관련 여야 합의를 이루라는 요구다.

문 의장은 "여야 원내대표에게 강력 촉구한다. 지금으로부터 3일간 마라톤 협상을 진행하라"며 "의장 집무실이라도 필요하면 내줄 생각이다, 밤을 새워서라도 합의안을 마련하라"고 밝혔다. 

또 "오는 16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을 다시 가질 것"이라며 "그 자리에서 실질적인 합의안이 도출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 의장은 "총선 일정을 감안해 공직선거법이 처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도 말했다. 이달 17일부터 21대 총선을 위한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여야 원내대표들은 서로 본회의 개의 불발 책임을 떠넘겼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의원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미안하다"며 "국회의장께서 최종 합의를 위해 오후 7시 3당 (원내)대표 회동을 다시 추진했으나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참석하지 않음으로써 무산됐다"고 밝혔다.

반면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한국당은 본회의가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민생법안을 필리버스터 없이 그대로 처리하겠단 입장이었다"며 "본회의를 이렇게 무산시킨 책임은 전적으로 민주당과 국회의장 측에 있다.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與 "선거법 상정"에 '회기 필리버스터'로 맞불 놓은 한국당=문 의장은 이날 한 대변인을 통해 밝힌 입장문에서 "13일 오전 3당(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합의한 내용이 이행되지 않은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한국당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실시하지 않기로 한 민생법안에 대해 명시적으로 무제한 토론 신청을 철회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문희상 국회의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여야3당 원내대표들과 회동을 하고 있다. 오른쪽 부터 오신환 바른미래당, 심재철 자유한국당, 문 의장,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2019.12.1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앞서 이날 오전 3당 원내대표들은 문 의장과 회동에서 이날 오후 3시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하고 세입예산부수법안과 민생법안부터 처리하기로 했다. 다만 민주당이 이날 본회의를 열게 되면 4+1 협의체에서 논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수정안을 상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자 한국당은 이날 임시회 회기를 정하는 본회의 첫번째 안건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하겠다고 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임시국회 회기는 소집 첫 회의에서 표결로 정한다. 한국당은 필리버스터 신청 외에도 임시국회 회기 결정안에 수정안을 내 놓기도 했다. 민주당의 임시국회 소집 요구에 따라 문 의장 명의로 제안된 임시국회 회기 결정안은 임시회 회기를 11~16일 6일간으로 정했다. 반면 한국당은 국회법에서 보장하는 임시회의 최장 회기(30일)를 확보해 내년 1월9일까지 임시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회기 안건에는 필리버스터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회기 필리버스터' 진실 공방도 벌어졌다.

정춘숙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회법 제106조의 8항을 근거로 들며 "한국당의 '회기 결정 건' 필리버스터 신청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안건은 다음 회기에서 바로 투표를 해야 하는데 이미 끝난 임시회의 회기를 다음 임시회의에서 결정하는 꼴이라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반면 한국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회기 결정 안건에 토론 신청이 가능한 만큼 무제한 토론 신청도 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한국당은 이같은 주장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저지를 외치며 국회 앞 본청 계단에서 규탄대회를 열기도 했다.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심재철 원내대표, 의원들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패스트트랙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12.1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4+1 공조도 '흔들'…분주해진 민주당=필리버스터 요구와 별개로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4+1 공조가 흔들린 점도 이날 본회의 지연에 결정적 영향을 줬다. 민주당만으로는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기 때문에 바른미래당 당권파와 정의당, 평화당, 대안신당 등과 공조가 불가피했는데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4+1 모임에서 '지역구 250석, 비례대표 50석'과 '비례대표 의석 30석에 연동률 50%'를 적용하고 전국구 비례대표 6석에만 석패율을 적용하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정의당은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후 정의당은 의원총회 후 민주당 제안을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이후 민주당이 의원총회를 통해 연동률 적용 대상 상한선(연동률 캡·cap) 적용 의석 수를 기존 30석에서 20석으로 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자 정의당 외 다른 정당들과도 틈이 벌어졌다. 손학규 바른미래당·심상정 정의당·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이날 오후 만나 민주당 주장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우리공화당 당원들이 13일 오후 '국회 해산 공수처법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며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뉴스1


본회의가 지연되는 사이 우리공화당 당원들이 '국회 해산'을 외치며 국회 본청에 진입을 시도하는 일도 있었다. 일부 보수 유튜버들과 진보 유튜버들이 국회 본청 로텐더홀이 소란스러운 가운데 충돌을 빚어 119가 출동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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