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가 싱가포르에서 달렸다면?

[the300]싱가포르, 택시-승차공유 경쟁촉진법 제정해 내년 시행…입조처 "우리도 더 큰 변화 받아들일 정책 필요"

조철희 기자 l 2019.12.19 06:15
 일명 '타다 금지법'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한 가운데 8일 오전 서울역 인근에서 타다 차량이 운행되고 있다.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 6일 오전 열린 전체회의에서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을 의결했다.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절차를 남겨둔 타다는 개정안이 통과하게 되면 1년 6개월 이후부터 현재 서비스를 지속하기 힘들어질 예정이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우리와 마찬가지로 승차공유 서비스의 확산 등으로 대중교통 시장이 급변한 싱가포르는 올해 새로운 규제 체계를 입법해 내년 중 시행을 앞두고 있다. 

기존 사업을 보호하고 신사업을 규제하는 식이 아닌 산업·시장 내 경쟁을 촉진하는 방향인데 최근 정부와 국회가 '타다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추진한 우리와 대비된다는 평가다.

18일 국회입법조사처의 '싱가포르의 새로운 여객운송 정책 체계 도입' 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기존 규제 체계로는 승차공유 사업의 등장과 스마트폰을 활용한 예약 서비스 도입 등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보고 '지점간 여객운송사업법 2019'를 제정해 새로운 프레임 워크를 도입했다. 

이 법은 택시의 기존 영업 방식인 '배회영업'(street-hail)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한 택시 예약 이용과 승차공유 방식의 '호출영업'(ride-hail) 2종류로 프레임워크를 개편했다. 택시 사업자는 두 면허 모두를, 대규모 승차공유 또는 택시예약 사업자는 호출영업 면허를 받아야 한다.

승차공유 사업자들이 영업 면허를 취득하도록 한 것은 시장 진입 규제가 아닌 운전자와 승객의 안전 보장에 주목적이 있다. 이같은 맥락에서 이들의 운전자 및 차량에 대한 관리 의무도 강화해 부과했다. 

또 승객들의 서비스 이용 질을 높이기 위해 승차공유 사업자가 거리제 요금이나 정액요금제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고, 정액요금제를 적용하면 사전에 승객들에게 요금을 고지하도록 했다.

시사적인 점은 플랫폼에 등록된 차량이 800대 미만인 소규모 사업자들은 면허를 받지 않아도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시장 진입의 빗장이나 장벽을 두지 않은 것이다. 새롭고 혁신적인 서비스의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취지다.

법안은 이처럼 혁신적 서비스의 확산을 위한 시장 경쟁 촉진 방안들을 담았다. 새로운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억제할 수 있는 사업자와 운전자 간 독점 계약(exclusive arrangement)을 금지해 산업 내 경쟁을 촉진하는 동시에 택시 서비스와 승차공유 서비스 간 경쟁 기반도 마련했다.

택시에 대한 규제도 일부 완화했는데 기득권 보호 방향이 아닌 경쟁 촉진을 위한 조치다. 기존에는 택시 공급 수준을 일정 이상 유지하기 위해 피크타임인 7~11시, 17~23시에 택시 사업자가 운행하는 택시의 80% 이상을 운행하도록 했다. 그러나 새 법안에선 이 규제를 폐지했다. 법안은 지난 8월 싱가포르 의회를 통과해 내년 6월 시행 예정이다.

반면 최근 우리 정부와 정치권이 추진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한 타다금지법은 택시·모빌리티 상생 및 이동수단 서비스 혁신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과 택시 기득권을 보장하고 타다를 불법화한 것이라는 주장이 엇갈린다. 

정부와 여당은 타다의 합법적 서비스 기반이 마련되고 플랫폼택시가 확산될 수 있다고 하지만 타다 측은 당장 서비스가 중단될 것이고 모빌리티 혁신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반발한다.

이 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되면 목적이나 시간의 제한 없이 차량호출이 가능한 현행 '타다베이직' 서비스는 불법이 된다. 

타다의 근거 조항인 '11~15인승 승합차 임차시 운전자 알선 요건'이 엄격해졌는데 관광 목적으로 6시간 이상 렌터카를 빌리거나 렌터카 대여·반납 장소가 공항 또는 항만일 경우에만 운전자 알선이 가능하다. 공항, 항만에선 항공권, 선박 탑승권을 소지해야 한다.

입조처는 "지금까지의 변화에 대응하고 자율주행자동차의 등장이나 교통수단 간 연계 강화 등 앞으로 다가올 더 큰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새로운 여객운송 정책 체계 마련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사업자와 운전자 사이의 독점 계약을 금지해 경쟁을 촉진하는 싱가포르의 정책을 참고해 우리 상황에 적합한 정책 방안을 마련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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