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 문턱 없애겠다" 최혜영 교수…與 '영입인재 1호' 발탁(상보)

[the300]척수장애인 국내 최초 재활학 박사…"차별의 벽 뛰어넘는 정치하겠다"

조철희 기자, 김예나 인턴기자 l 2019.12.26 11:45
 더불어민주당 21대 총선 인재영입 1호인 최혜영 교수(강동대학교)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인재영입식에서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위한 '영입인재 1호'로 장애인 인식 개선에 앞장서 온 최혜영 강동대 사회복지행정과 교수를 26일 발탁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중앙당사 대강당에서 인재영입 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최혜영 교수를 소개했다.

발레를 전공한 최 교수는 2003년 교통사고를 당해 척수장애 판정을 받은 뒤 무용수의 길을 포기했다. 그는 좌절하지 않기 위해 끈질긴 재활 훈련을 거듭했고 이후 교육과 강연, 공익CF 등 사회적 활동에 몸소 뛰어들었다. 장애인을 위한 공부를 하겠다는 결심으로 국내 척수장애인 최초로 재활학 박사 학위를 따기도 했다.

최 교수는 2009년 한국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를 설립해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에 앞장섰다. '장애인이 되면 사는 게 힘들다'는 식의 장애 인식 교육 현실을 바꾸기 위해 직접 국공립기관과 전국 대학 등에 강연을 펼치기도 했다. 최 교수의 노력은 정치권에 닿아 2018년 '직장 내 장애인식개선교육 의무화'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최 교수는 정치에 도전하는 이유로 '낮은 곳의 정치'의 필요성을 들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휠체어에 앉는 제 눈높이는 남들보다 낮은 위치에 머문다"며 "국민을 위한 정치의 위치가 그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 소통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소통의 다리를 잇는 사랑의 작은 끈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또 "함께 가는 나라, 서로 사랑하는 나라, 국민 모두의 행복지수가 한 뼘쯤 커지는 나라, 그런 나라를 위한 디딤돌이 되고 싶다"며 "부디 세상 낮은 곳에서 내미는 제 진심 어린 손을 잡아달라"고 호소했다. 

 더불어민주당 21대 총선 인재영입 1호인 최혜영 교수(강동대학교)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인재영입식에서 이해찬 대표, 양향자 전 최고위원, 윤호중 사무총장을 비롯한 참석자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다음은 민주당이 발표한 최 교수 소개의 글

열여섯 소녀 최혜영의 꿈은 무용수였습니다. 하얀 발레복을 입고 곱게 날아오르는 발레리나의 모습을 보고 가난한 현실을 딛고 비상하는 백조가 되고 싶었습니다. 하루 벌어 하루 살기도 빠듯한 가정형편이었지만 소녀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자갈치 시장에서 생선 비린내로 뜨거운 청춘을 이겨내던 언니의 눈물겨운 뒷바라지로 간절하게 그리던 발레리나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무대 위를 채 날아오르기도 전에 가냘픈 발레리나의 토슈즈는 빗길 교통사고로 하루아침에 뭉개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스물다섯 살 최혜영은 사지마비 척수장애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뜻하지 않은 사고는 최혜영에게 장애를 남기고 세상살이의 불편을 만들었지만 내일에 대한 희망마저 마비시킬 수는 없었습니다. 최혜영은 어제의 슬픔보다는 내일의 희망이 더 기쁜 오늘을 살아가기로 결심합니다. 

하지만 처음 부딪친 현실은 최혜영의 마음까지 장애인으로 만들었습니다. 장애인이 되고 처음 세상을 향해 나섰을 때 휠체어를 가로막는 문턱은 소통의 장애물이었습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전화 상담원 면접을 보러 갔던 날 지하를 내려가는 10개의 계단은 다시는 오르지 못할 어둠 속 우물이었습니다. 장애를 확인하는 면접관의 놀란 눈빛은 비로소 장애인이라는 이름표를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장애인은 결코 특별한 존재가 아닙니다.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한 사람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 사고를 당한 사람을 장애인으로 만드는 것은 우리사회의 편견과 장애인을 고립시키는 여건과 환경입니다. 최혜영은 편견과 장애인을 고립시키는 현실을 이겨내기 위해 거의 20년을 살아왔습니다. 

서울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 석사를 공부하고 척수장애인 자립생활 증진을 위한 프로그램 연구 개발에 뛰어듭니다. 이 일을 계기로 사고로 장애인이 된 사람들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프로그램 연구에 몰두하고 그 연구를 바탕으로 장애인식개선을 위한 강사가 됩니다. 

직접 몸으로 느끼며 현장의 체험을 바탕으로 장애인식개선 교육 교재를 개발하고 학문적 뒷받침을 보완하기 위해 재활학을 공부하여 장애인으로 국내 최초 재활학 박사학위를 수여 받았습니다. 이후 한국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를 설립하고 강동대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교수에 임명되었습니다. 

최혜영은 ‘그래도’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삶을 짓누르던 절망을 돌아보면서도 ‘그래도 참 좋았어요.’라고 말합니다. 세상에는 장애가 있어도, 고난이 있어도, 커다란 벽에 부딪혀도 그래도 끝끝내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최혜영은 ‘그래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분들에게 세상을 향한 디딤돌 하나 놓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장애의 벽에 갇혀 나오지 못하는 분들에게 세상과 연결되는 징검다리를 놓아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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