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투기와 전쟁" 달라진 文…더 센 대책 나오나

[the300][文신년사]배경은 국민 눈높이…혁신·포용에 "확실한 변화"

김성휘 기자 l 2020.01.07 15:42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 본관에서 올해 첫 국무회의에 앞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2020.01.07. dahora83@newsis.com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신년사에서 평소 좀처럼 쓰지 않던 표현으로 집값 안정 의지를 강조했다. 신년사 30분 분량중 단 한 줄에 불과하지만 의미는 작지않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공개발언에서 부동산 정책을 "전쟁"에 비유한 건 이례적이다. 문 대통령은 숱한 사안에 대해 "직접 챙기겠다"고 말해왔지만 유독 부동산은 달랐다. 2018, 2019년 신년 기자회견이나 예산안 시정연설에도 부동산 언급은 손에 꼽을 만큼 드물다. 그나마 원론적이어서 쟁점이 되기 어려웠다.

국민 체감으로는 부동산이 어느 것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해도 청와대는 "섣불리 언급했다가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정치적으로는 참여정부 트라우마도 컸다. 

그러는사이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들썩였다. 결국 수도권 아파트가격 급등세, 내집마련의 어려움, 1인가구나 청년·노년층의 주거 불안이 심각한 수준이 됐다. 문 대통령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11월20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현재 방안으로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한다면 보다 강력한 방안을 계속 강구해서라도 반드시 가격을 잡겠다"고 말했다.

청와대에선 김상조 정책실장이 부동산정책 '키'를 쥐고 있다. 김 실장 또한 "시장과 게임하지 않겠다"고 밝혀왔으나 국민과의 대화 이후인 11월29일, 국회에서 "필요한 상황이 되면 조치를 전격적으로 취할 준비를 하고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전격 조치' 발언은 12·16대책으로 이어졌다.

문 대통령 신년사에서 "전쟁"이 눈에 띈 이유는 또 있다. '공정'의 잣대다. 그동안 막연한 도덕의 관점이나 시장질서 교란으로 '다주택'을 비판해 온 것과 결이 다르다. '공정'은 자타공인 최고의 시대정신이다. 4월 총선의 쟁점이다.

이 관점에서 주택 공급의 확대, 신혼 부부와 1인 가구 등 서민 주거의 보호정책도 명분을 얻는다. 당장 12·16대책보다 강도높은 아파트 가격 억제책도 배제할 수 없다. "부동산 투기=불공정"이란 등식은 추가 대책이 나올 경우 반시장적이라는 반론을 미리 차단하는 포석도 있다.

청와대가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입장표명을 자제했던 지점에서 보면 문 대통령은 상당히 강한 신호를 보낸 것이다. 물론 고강도 발언의 효과는 미지수다.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선언이 처음은 아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투기와의 전쟁은) 국민들의 입에서 입으로, 언론에서 가장 많이 쓰는 단어 아니냐"며 "국민이 생각하는 부동산 투기의 문제점과 심각한 정도에 대해 대통령이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유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밖에 "확실한 변화"를 6차례 신년사에서 말했다. 공정(부동산) 외에 혁신, 포용 모든 면에서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은 공정한 사회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라고 봤다. 또 수사권 조정법안까지 처리되면 사회적 신뢰, 국민통합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문 대통령은 "올해는 혁신의 기운을 경제 전반으로 확산시키겠다"며 "규제샌드박스의 활용을 더욱 늘리고 신산업 분야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도 맞춤형 조정 기구를 통해 사회적 타협을 만들어 내겠다"고 밝혔다. 노동계의 지지를 당부하듯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로 한걸음 더 다가가겠다"고 말했다. 동시에 경쟁력의 원천 중 하나로 선진적 노사관계를 꼽았다.

한편 노영민 비서실장은 자신의 서울 서초구 아파트를 매매할 계획인 걸로 알려졌다. "살 집만 남기고 팔자"는 '1주택' 솔선수범 취지다. 노 실장은 지난달 수도권이나 투기지역을 포함해 다주택을 보유한 고위공직자는 처분해달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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