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모니터에 답변 없다" 여유..조국-검찰 질문에 '착잡'

[the300]"마음이 약해서" 90분→107분, 2020 신년 기자회견 풍경

김성휘 기자,최경민 기자 l 2020.01.14 16:52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2020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 참석해 질문자를 지목하고 있다. 2020.01.14. dahora83@newsis.com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오전 10시부터 11시47분까지 진행된 신년 기자회견 내내 여유있게 내외신 기자 20명의 질문을 받고 답변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조국 전 법무부장관 등 일부 민감한 사안에는 생각을 정리하듯 잠시 침묵하기도 했다.

이날 회견은 질문자를 미리 정해놓지 않고 '무각본'으로 진행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질문자를 지목하는 방식은 2018·2019년 신년기자회견과 같았다.

청와대는 △정치사회 △민생경제 △외교안보 순으로 진행하자는 큰 주제만 제시했다. 지난해 외교분야부터 시작한 것과 달랐다. 검찰개혁 등에 국민적 관심이 쏠려있으니 정치분야부터 먼저 다루자고 문 대통령이 직접 정한 걸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첫 질문에 답하기 전, 자신 앞의 모니터 두 대를 가리키며 “질문자 성명과 소속, 약간의 질문 요지가 떠 있다"며 "혹시라도 또 과거에도 '답변이 올라와 있는 것 아니냐'…그래서 미리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팽팽한 긴장을 푸는 듯한 언급에 참석자들이 함께 웃었다. 

문 대통령의 여유는 계속됐다. 질문 요청이 쇄도하자 "제가 마음이 약해서"라며 연거푸 손을 든 기자를 지목했다. 강원도민일보에서 저출산 고령화 등 전국적 이슈를 묻자 "설악 케이블카 문제라든지, 이런 (지역)문제 말씀하시지 않고 일반적인 문제 말씀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웃으며 답했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0.01.14. dahora83@newsis.com


디테일과 숫자에 강한 면모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이달 1~10일 수출은 모처럼 5.3% 증가했다"며 "구정 연휴가 있기 때문에 월간 기록이 늘지 안 늘지는 모르지만 일별 평균 수출액은 분명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연말 주민등록상으로 수도권 인구가 50%를 넘었다"며 "일부는 주거불명, 해외 체류자도 있지만 어쨌든 50%에 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개혁이나 교착상태인 북미대화에 대해선 표정이 굳어졌다. 잠시 생각한 뒤 답했다. 시작한 답변은 막힘이 없었다. 특히 검찰 인사권 논란에는 긴 시간을 들여 설명했다. 그만큼 회견을 꼼꼼히 준비해왔음을 드러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이제 놓아주자"는 대목에선 "국민께 호소하고 싶다"고 심경을 밝혔다. 

200여명 중 내신 17명, 외신 5명 등 22명이 질문했다. 한 질문자는 "아들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라는 영화 '기생충' 속 대사를 인용, "대통령도 국정에 계획이 있을 것"이라며 올해 거시경제 전망을 물었다. 교도통신의 일본인 기자는 징용해법, 한일관계, 도쿄올림픽 등을 몰아서 한국어로 질문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이니 블루’로 불리는 진한 파랑 넥타이를 맸으나 이날은 짙은 빨강 넥타이로 변화를 줬다. 시작 전 회견장에는 대중가요 4곡이 배경음악으로 깔렸다. 유재석(예명 ‘유산슬’)의 트로트곡 ‘사랑의 재개발’도 포함됐다. "모조리 싹 다 갈아 엎어주세요" 등의 가사가 들렸다. 청와대는 "확실한 변화를 강조하는 취지"라고 선곡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을 끝내며 취재진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0.01.14. dahora83@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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