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좀 놓아주자"…文대통령의 '작심 호소'가 묘한 이유

[the300]文 "아주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여권 '조국역할론' 살아있나

최경민 기자, 김예나 인턴기자, 이세윤 인턴기자 l 2020.01.14 17:28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2019.09.09. photo1006@newsis.com

"국민께 호소하고 싶다. 이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좀 놓아주자."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논란이 될 것을 알면서도 작심하고 한 호소로 풀이된다.

이는 '조 전 장관을 어떻게 보나'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지만, "수사와 재판이 있어 언급하기 부적절하다"는 '정답' 대신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특히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법원의 재판이 아직 끝나지 않은 가운데 나온 말이었다.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사실상 수사 및 재판에 가이드라인을 주는 듯한 모양새가 연출될 수 있었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 조 전 장관에 대한 연민의 감정을 쏟아냈다. 

문 대통령은 "그 분의 유무죄는 수사나 재판 과정을 통해 밝혀질 일"이라며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이미 조 전 장관이 지금까지 겪었던 어떤 고초, 그것만으로도 저는 아주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유·무죄는 그냥 재판결과에 맡기자"며 "그 분을 지지하는 분이든 반대하는 분이든, 이제 그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끝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검찰개혁의 공을 조 전 장관에게 돌렸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 통과에 이르기까지, 조국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서 그리고 법무장관으로서 했던 기여는 굉장히 크다"고 평가했다. 

'대국민 호소'를 하면서까지 한 때 최측근이었던 이를 챙기는 모습이다. 현직 법무부 장관으로 검찰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추미애 장관에 대한 문 대통령의 직접적인 평가가 없었던 것과 차이가 분명했다.
 
일각에선 여권 주류에 '조국 역할론'이 살아 있음을 주목한다. 문 대통령의 평가와 인간적 연민은 일종의 '사인'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여권에는 조 전 장관을 둘러싼 각종 의혹 관련 "검찰이 탈탈 털어서 그 정도밖에 안 나왔다"는 인식이 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달 31일 검찰이 뇌물수수 등 11개 혐의로 조 전 장관을 기소한 것과 관련해 "너무나 옹색하다"며 "수사의 의도마저 의심하게 만드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윤 수석은 "태산명동에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이라고 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지만 나타난 것은 고작 쥐 한마리'란 뜻. 요란하게 수사했음에도 나온 게 없다는 의미다.

타이밍도 묘하다. 조 전 장관은 마침 활동을 재개하는 듯한 모습이다. 그는 지난 12일 고(故) 박종철 열사와 노회찬 전 의원의 묘소를 참배했다. 청와대는 13일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명의로 '조국 수사는 인권침해다. 국가인권위가 조사해 달라'는 국민청원을 국가인권위에 송부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순전히 주관적 추측이니, 듣고 무시해도 좋다"면서도 "(조 전 장관을) 인권위에서 한 번 세척한 후, (4월15일 국회의원) 선거에 내보내 '명예회복' 시킨 후 대선주자로 리사이클링(재활용) 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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